사립악법이 남느냐, 열린우리당이 남느냐

[주장] 사학법 개정 약속 저버리고 시련 겪는 대통령께

등록 2005.11.01 08:45수정 2005.11.01 12:08
0
원고료로 응원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비가 오고 바람이 부니 가을이 깊어갑니다. 아니 가을이 깊어간다기보다 이제는 겨울이 다가온다고 하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데 너무 상심하지 마시고 마음의 평정부터 되찾고 건강도 챙기십시오.

이번 재선거 4:0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불러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이 결과에 대해서 사립학교법을 중심으로 몇 말씀만 드리고자 하니 혹시 감정이 상하는 말이 있더라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현 정권의 성공을 바라는,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를 바라는 고언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30%를 보십시오

이번 재선거 결과와 당 지도부 사퇴에 얼마나 비통하십니까? 그렇게도 매달렸던 대연정 제안이 당사자인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는 물론 지지자들에게도 퇴짜를 맞았을 때도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강정구 교수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또 어쩌면 박근혜 대표가 밉겠지만 그분들을 탓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번 국회의원 재선거 결과를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인다"고 말씀하셨더군요. 이 말이 진심이라면, 진심으로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인다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대통령님이 그렇게 아끼시던 열린우리당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결과는 '역시나' 한 지역도 얻지 못하고 4:0으로 완패를 했습니다. 지난 4·30 재보궐선거까지 포함하면 무려 27:0입니다. 이건 야구로 치면 이미 콜드게임이고, 축구로 치면 기네스북이나 해외토픽에 오를 스코어입니다.

이번 선거는 수치뿐 아니라 그 내용은 더욱 참담합니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한 번도 한나라당이 당선된 적이 없던 부천 원미에서도 낙선했고, 한나라당 출신의 시장과 국회의원이 뇌물로 구속되어 재선거를 치른 광주에서는 두 명(?)의 한나라당 후보가 나왔는데도 졌습니다. 대구 동구에서는 대통령의 오랜 지기인 청와대 수석이 4수를 하고도 낙선했고, 울산에서는 명함도 제대로 내밀어보지 못했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참패입니다. 아직도 이라크에 가지 않고 이번 재선거에 출마하였던 홍아무개씨는 이를 두고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몰표를 몰아주었다"고 비아냥거렸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호랑이는 자기 새끼와 닮은 고양이를 가장 잔인하게 죽인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국민들 역시 개혁 흉내만 내고 있는 사이비 개혁세력에게 가장 가혹한 심판을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 원인을 사립학교법에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개혁 피로감을 이야기합니다. 그렇습니다. 국민들은 개혁에 지쳤습니다. 그러나 국민이 지친 것은 개혁이 아니라, 입으로는 개혁하겠다고 하면서 행동으로는 아무런 개혁도 하지 않는 '사이비 개혁'입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사학법 개정과 같은 국민의 개혁 열망을 외면한 것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대의 교육개혁이자 민생과제이고 민주화 과제인 사학법 개정을 외면한 것은 '자승자박'입니다. 사학법 직권상정을 외면하고 부패사학옹호당과 밀실야합을 시도한 것은 '자책골'입니다. 대통령이 되면 하겠다는 약속이 마음에 들어서 찍어주었더니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에게 표를 주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인지상정입니다.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한 진정성을 믿습니다. 지역구도 타파의 일념을 잊지 않고 어떻게 하면 될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그 신념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냅니다. 그러나 그것은 대연정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한나라당은 사학법 민주적 개정을 찬성하지 않는 것처럼 절대로 지역구도 타파에 동의해주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그렇게 염원하는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 구도는, 한나라당은 극구 반대하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원칙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학법을 둘러싼 정계 구도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한나라당은 해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역구도 타파에 절대로 동의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학법 개정에서 길을 찾아야 합니다. 대통령이 이 구도를 활용하면, 사학법 개정도 하고 지역구도도 타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패사학옹호당인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에 목을 맨다면 사학법 개정도 할 수 없고, 선거구제 개편도 할 수 없습니다.

쌀협상 비준안 둘러싼 한나라당과의 연대는 또 하나의 자충수입니다

사학법 직권상정에는 그렇게 비겁한 열린우리당이 쌀협상비준안 통과에는 어찌 그리 용감한지 놀랄 뿐입니다. 이렇게 한나라당과 손을 잡아서는 절대로 살 길이 없다는 것을 깨우쳐야 합니다.

통외통위에서는 우리 헌정 사상 초유로 상임위원회 의장이 질서유지권이라는 것을 발동하면서 힘으로 쌀협상 비준안을 통과시켰더군요. 우리 교육을 살리고, 사학의 부정부패를 추방하자는 사학법 직권상정은 한나라당과의 몸싸움이 두려워 경호권 발동은 꿈도 못 꾸면서, 농민들이 그렇게도 반대하는 쌀협상비준안은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하여 통과시키는 당의 무모한 이중 잣대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서민을 위한 정당이 어디냐?'는 설문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뿐 아니라 한나라당보다도 낮게 나온 이유가 이런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대통령이 택해야 하는 것은 쌀협상비준안 통과를 위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이 아니라 사학법 개정과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개혁연대입니다.

국민들이 보기에 2004년 4·15 총선에서 국민의 개혁 열망을 안고 과반수 정당으로 출발한 열린우리당은 지난 1년반동안 상생, 민생을 입으로만 떠들며 허송세월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 단적인 예가 2001년 민주당의 당론이었고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2004년 4·15 총선의 열린우리당 공약이었던 사학법 개정은 하지 않고, 하지 말라는 그리고 해도 되지도 않는 한나라당과의 밀실야합과 연정타령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가 잘해서 표를 몰아준 것이 아니라 열린우리당과 대통령이 할 일을 하지 못해서 표를 주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합니다.

대선 공약에서 사학법 개정 약속을 찾아보십시오

1990년 3당 야합으로 탄생한 민자당이 사학법을 일방적으로 개악할 때 당시 꼬마민주당의 노무현 의원이 그것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정부입법안에 있었던 공익이사제, 학생회·학부모회·교사회 법제화, 그리고 학교운영위원회 심의기구로 설치 등의 개혁 내용은 빠지고, 비리로 쫓겨난 재단이 2년이 지나면 돌아올 수 있는 근거가 되었던 임시이사의 2년 임기조항이 삽입되는 것으로 개악되던 그 15대 국회의 교육상임위원이 아니었습니까?

알고 보니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해찬 총리 역시 교육상임위원이었더군요.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그 때 사학법 개악으로 상문고, 덕성여대 등 수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흘린 피눈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가 사립학교법개정과부패사학척결운동본부(이하 사학국본)에 보냈던 사학법에 대한 질의 답변서를 방금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어쩜 그리 옳은 말씀만 해서 보내셨습니까?

그 속에는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공익이사제, 예결산 공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기구화, 학생회·학부모회·교사회 법제화' 등에 대해서 찬성하시면서 '참고로 우리 당에서 제출한 사학법 개정안에 그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덧붙이며 대통령이 되면 사학법을 이렇게 고치겠다고 한 약속이 들어 있더군요.

당선 후 대통령인수위원회의 교육계 중점 추진 과제에 '사학법 민주적 개정'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찍혀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지 절반을 지나 이미 3년이 되고 있는데 왜 사학법은 개정되지 않았을까요? 왜 정부안은 아직도 나오지 않습니까?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역사의 박물관으로 들어가야 할 구시대 유물'이라는 말 한마디로 폐지를 당론으로 만들어 버리더니, 왜 사학법 개정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까?

시대정신이 사학법 개정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은 민주화이고, 참여확대이고, 인권이고, 개혁입니다. 이 모든 시대정신이 상징적으로 사학법 민주적 개정에 녹아 있습니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쳤다고 하는데 너무 세게 치면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박히거나 땅 속으로 영원히 꺼져버리기도 합니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이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대통령의 말씀처럼 제발 국가보안법과 함께 사립악법을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냅시다. 지금처럼 하면 열린우리당이 먼저 역사의 박물관으로 사라질 운명입니다. 이제 그 운명을 반전시키십시오. 이 위기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게 하늘이 준 마지막 마지막 기회임을 깨닫고 사학법을 민주적으로 개정하는 것부터 시작합시다. 이것이 27:0의 수모를 갚고 대통령이 성공하는 길이고, 열린우리당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제발 이번에는 장고 끝에 악수가 아니라 현명한 결단을 바랍니다. 언제나 건강하십시오.

덧붙이는 글 | 김행수 기자는 부패사학척결을위한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행수 기자는 부패사학척결을위한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입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 2 한동훈 표정 묻자 "해가 져서...", 이어진 기자들의 탄성 한동훈 표정 묻자 "해가 져서...", 이어진 기자들의 탄성
  3. 3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4. 4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5. 5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