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출근할 때 뽀뽀뽀~"

출근길에 떼쓰는 딸아이를 보며, 일과 육아를 생각하다

등록 2005.10.31 16:46수정 2005.10.3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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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날이 쌀쌀하다. 집 뒤에 바로 산이 있어서, 우리집은 추위가 다른 집보다 빨리 오는 편이다. 아파트에 처음 이사왔을 때에는 난방비를 절약하려고, 난방스위치를 열었다 닫았다 했는데 지금은 난방을 내내 틀어 놓는 편이다. 어찌된 일인지 감기에 자주 걸리는 이유때문이다.


우리집은 늘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난다. 출근 준비를 하려고 부산스레 움직이다보면 2등으로 우리딸 여름이가 일어난다. 그리고 내가 출근을 할 때쯤에야 남편이 마지막으로 눈을 뜬다. 새벽에 들어와 잠깐 눈을 붙였을 남편의 졸린 눈을 보면,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발길이 떨어지지 않게 만드는 것은, 바로 여름이의 울음이다.

처음엔 안 그랬는데, 이상하게 요즘 여름이는 부쩍 엄마인 나에게 매달린다. 오늘도 출근 준비를 다 마치고, 여름이에게 인사를 했다.

"여름아, 엄마 회사 갔다가 올게~."

말이 끝나자마자 여름이는 벌써 울먹인다.

"에잉~ 엄마 가지마!"
"엄마 가서 돈벌어 올게."
"싫어 싫어~ 가지마~."
"여름아 엄마가 돈벌어야 여름이 맛있는 것두 많이 사주지~."
"싫어, 엄마 가~지~마~."
"여름아, 빨리 인사 해야지~ 엄마 늦겠네~."
"…."
"아빠도 계시잖아, 엄마가 '모야멍' 틀어줄까?"


그제서야 여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텔레비전을 본다. 그리고, 건성으로 인사를 한다.

"엄마, 안녕히 다녀오세요."


오늘은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어떤 날은 출근하려는 나의 바짓단을 붙들고 가지 말라고 울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어찌나 마음이 안 좋고, 출근하기가 싫어지는지 모른다. 그런 날은 출근하고 나서도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처음에 여름이는 엄마인 내가 아침에 출근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여름이는 뽀뽀뽀 노래의 처음도 이렇게 부른다. 엄마가 출근할 때 뽀뽀뽀~~). 출근하려고 나서면 문 앞까지 따라와 뽀뽀도 해주고, 손배꼽하고 허리 구부리며 '안녕히 다녀오세요'하고 인사를 잘했다.

그럴 때면 간혹 여름이에게 서운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여름이는 엄마랑 떨어지는 게 싫지도 않은가?'하는 속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나를 붙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시 드는 생각은 차라리 서운할 때가 좋았다는 것이다. 여름이가 울고 가지 말라고 하면 더 속이 쓰리고 속상하기 때문이다. 내 맘이 참 간사하기 그지없다.

a 여름이랑 출근하면서 아침인사를 이렇게 하곤 합니다.

여름이랑 출근하면서 아침인사를 이렇게 하곤 합니다. ⓒ 김미영


a 아파트 복도까지 따라나와 엄마에게 인사하는 여름이

아파트 복도까지 따라나와 엄마에게 인사하는 여름이 ⓒ 김미영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육아문제이다. 이제 세 돌도 되지 않았지만, 나의 욕심인지 여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참 많다.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스스로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럴려면, 여름이가 직접 많은 것들을 보게 해야 하는데, 주말밖에 시간이 없는 나는 여름이에게 참 미안할 따름이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름이를 위해 나의 모든 시간을 할해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여름이를 키우는 엄마일 뿐만 아니라 나의 다른 삶이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꼭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직장을 그만두는 것, 그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아마도 직장생활을 하는 모든 엄마들이 하게 되는 똑같은 고민이 아닐까 싶다.

결혼을 처음 했을 때도 몰랐고, 결혼생활을 하면서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도 몰랐는데 아이를 잘 키우는 것처럼 책임감 있고 힘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임감이 필요할 뿐 아니라, 부모로서 강한 용기도 필요한 일이다. 아이가 조금씩 더 자랄수록 그런 마음이 더 커진다. 나는 내가 적어도 우리 여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 엄마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과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요며칠 몸이 좋지않아, 마음으로 여름이에게 짜증을 몇 번 냈습니다. 돌아서면 후회되고 맘도 아프구요. 무엇보다도 내내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엄마 자격이 없다고 자책도 몇 번 했습니다. 여름이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 없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제 개인 홈페이지(www.neoyellow.co.kr)에도 올라갑니다.

덧붙이는 글 요며칠 몸이 좋지않아, 마음으로 여름이에게 짜증을 몇 번 냈습니다. 돌아서면 후회되고 맘도 아프구요. 무엇보다도 내내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엄마 자격이 없다고 자책도 몇 번 했습니다. 여름이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 없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제 개인 홈페이지(www.neoyellow.co.kr)에도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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