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아침에 술 냄새 풍기면서 출근하고, 저녁엔 또 접대하러 나가고, 집에는 매일 늦게 가고... 그런 걸 볼 때마다 맘이 좀 그래요. 도대체 돈이 뭐 길래 라는 생각이 들죠."오마이뉴스 조경국
미영: "두 번째 직장이 부동산 관련 잡지사였는데 상사가 퇴근하기 전에는 아랫사람이 퇴근 못하는, 아주 이상한 분위기였어요. 그래도 저는 6시 땡 하면 꿋꿋하게 퇴근했죠(웃음). 어느 날 그다지 급하지도 않은 제안서 만드느라 야근을 하다가 차도 끊어질 것 같아 내일 마무리하겠다고 했더니 오늘 꼭 끝내라는 거예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회의실 책상에 제안서 뭉치를 '탁'하고 던지면서 '저 내일부터 회사 안 나옵니다' 그러고 나왔어요. 정말 그 길로 끝이었죠.
그때 같이 일하던 세 살 많은 남자 동료도 함께 그만뒀죠. 그 분은 치약하고 칫솔도 사무실에 두지 않고 항상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언제든 사표를 던질 마음이었던 거예요. 그때 저는 결혼도 안 해서 별 문제 없었지만 그 분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었거든요. 제가 가정파괴범(?)은 아니었나 하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죠(웃음)."
태희: "사표 내는 교사는 거의 보기 드물죠. 간혹 학교에 적응 못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정 안되면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해요. 그래도 다른 직업에 비해 신분 보장이 확실한 편이죠. 그래도 요즘에는 교사 중에서도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어요. 들리는 말로는 계약직인 기간제 교사를 전체 교사의 30% 선까지 늘릴 거라고 하더군요. 또 국가공무원 신분인 교사를 지방직화하겠다는 말도 있고. 앞으론 교사라도 마냥 '철밥그릇'은 아니지 않나 싶어요."
지영: "나이가 마흔이다 보니 대기업에 다니던 동갑내기 친구들 중에서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경우가 정말 몇 안 돼요. 대부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사했죠. 특히 IMF 때 많이 그만뒀는데 구조조정이다 명퇴다 어수선한 분위기도 한 몫 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계속 있지 못한 것 같아요."
비상식적으로 돈 버는 사람들, 다 쪽박 차라~
육상: "돈벌이는 굳이 샐러리맨이 아니더라도 참 더럽고 치사한 것 같아요. 기업체를 운영하는 저 같은 입장에 봤을 때는 이재용씨가 삼성 경영권을 승계하려고 하는 걸 보면 꼭 저렇게 해서 기업을 꾸려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분명 있는데 말이죠."
미영: "샐러리맨들도 그렇죠. 접대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주변엔 술 접대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요. 아침에 술 냄새 풍기면서 출근하고, 저녁엔 또 접대하러 나가고, 집에는 매일 늦게 가고…. 그런 걸 볼 때마다 맘이 좀 그래요. 도대체 돈이 뭐 길래 라는 생각이 들죠."
태희: "정말 털어 놓긴 부끄러운 일인데요, 사회 초년병 시절 첫 학교에서 교장의 비리(?)를 돕는 일을 할 경우가 있었는데 정말 이러면서 돈 벌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죠."
지영: "개인적으로도 돈과 얽혀 상식적이지 못한 일을 많이 겪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상식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돈 잘 버는 걸 보니까 가치관의 혼란이 생기더군요. 저렇게 하면서까지 돈 버는 사람들이 많다는…. 지금은 그런 사람들이 쪽박 차는 세상이 하루 빨리 오길 바랄 뿐이죠."
육상: "뉴스에서 고위층 비리다, 재벌 2세 경영 승계다, 부동산 재벌이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정말 일하기 싫어져요. 이렇게 애써서 기업하면 뭐하냐는 생각도 들고. 직장 다니는 분들은 저보다 더 화날 것 같은데…."
지영: "전 경제사범과 강간범이 제일 나쁘다고 생각해요. 특히 경제사범은 그 한 사람 때문에 피눈물 흘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예전에 지방 도시 호텔에서 웨이터 일할 때 상류층의 존재를 실감했어요. 아침, 점심, 저녁으로 호텔에서 각종 모임이 있는데 모임 이름만 바뀌고 그 얼굴이 그 얼굴인 거예요. 방학 때면 그 사람들 자녀들이 스키 타러 오고…. 역시 사회 주류는 공고하게 존재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영: "건축 회사를 1년 정도 다녔는데 사장이 명문대 출신에 매너도 좋고 괜찮았죠. 그런데 악착 같이 돈을 챙기는 거예요. 갑근세, 보험료 뭐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하다 못 해 자기가 내겠다고 한 회식비까지 나중에 다 챙겨가더라니까요. 얼마 못가 부도가 났는데 1년 후쯤 보니 새로운 회사를 하나 경영하고 있더라고요. 하청업체 돈 다 떼먹으면서도 다시 회사 차릴 돈은 빼돌려 놓았던 거죠. 정말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면서 분노가 치밀더라고요."
태희: "학교도 조직이다 보니 부조리가 없지는 않죠. 첫 학교가 특히 심했는데 교장이 학생들 급식비와 난방비, 심지어는 의약비까지 떼먹었어요. 전인교육 한다는 학교에서 아이들 코 묻은 돈을 떼먹는 현실이 슬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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