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언제까지 '불안'해 할 것인가?

인간의 불안에서 탈출하기 위한 비상구, 알랭 드 보통의 <불안>

등록 2005.11.05 13:55수정 2005.11.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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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속에서 인간은 화를 내고, 기를 쓰며, 욕심내고, 애태우고 악을 쓴다. 왜 그럴까? 모 광고의 말을 빌리면 그것은 남보다 더 열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은 명확한 정답은 아니다. 왜냐하면 더 열정적인 이유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왜 두통이 생길 정도로 열정적이어야 하는가?

알랭 드 보통은 그 이유가 인간이 '불안'해 하기 때문이란다. 왜 불안해 하는가? 남들보다 뒤처질까봐, 현재의 지위에서 떨어질까봐, 주위 사람들에게 잊혀질까봐 불안하기 때문이란다. 지은이는 <불안>에서 인간은 남들에게 '사랑'받지 못할까봐 불안해서 발버둥치며 고통스러워한다고 말하는데, 그 말이 예사롭지가 않다. 인간 본성을 다룬 심리학 책들을 보더라도 지은이의 말은 설득력이 충분하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이 만족감을 느끼는 단계의 기본 단계는 의식주의 만족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 웬만한 사람들은 이 문제 때문에 불안해 하지는 않는다. 라면을 먹든 프랑스 요리를 먹든 간에 일단 배 고픈 걸 해결하면 만족스럽고, 시장에서 산 옷이든 명품점에서 산 옷이든 간에 일단 추위부터 막고나면 만족스러워진다. 이렇듯 기본적인 문제는 크게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의 핵심은 상층 단계로 넘어가는데 상층 단계의 문제는 자아만족도에 관한 것이다.

자아만족도는 무엇으로 나타나는가? 그것은 지위나 명성 따위로 나타나는데 좋든 싫든 간에 한국에서 그것은 직업이나 생활환경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로 사람이 판가름나며, 하는 일에서 지위가 무엇인지에 따라서 또한 사람이 판가름난다. 뿐인가. 출신대학이나 집안환경도 사람을 판가름하는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이것이 옳든 그르든 간에 오늘날의 명백한 현실이다.

<불안>은 그 같은 것들이 인간으로 하여금 사랑받을 수 있는 필수조건이라고 믿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누구나 유아시절에 가족에게 받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갈망한다고 한다. 하지만 점차 성장하고 전쟁 같은 사회 속에서는 당연히 그 같은 것을 맛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현실과 달리 인간은 계속 그 같은 사랑을 갈망하고 그로 인해 갈등이 생겨난다. 갈등 끝에 사람들은 사회가 말하는 사랑을 얻는 방법들을 쫓게 된다. 사회가 말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높은 지위나 명성을 얻는 것이다. 부자아빠가 되거나 얼짱으로 이름을 얻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 정말 불안해하지 않게 되는 것일까? 대답은 어렵지 않게 'No'로 기울어진다. 지은이는 그것을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소유욕에 빗대 설명한다. 예쁘고 좋은 것을 보면 갖고 싶어진다. 그래서 온갖 수를 내어 소유하게 된다. 하지만 예쁘고 좋은 것은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럴수록 더욱 소유를 꿈꾸는데 이 같은 과정은 끝이 없다.

한 번쯤 누구나 겪어봤을 과정으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을 안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다. '초월'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불안>에서 왜 불안해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과 중소기업에 취직할 때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걸 아는데 어찌 쉽게 초월할 수 있겠는가.


이에 대해 <불안>은 초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철학과 예술, 그리고 보헤미아 등을 언급한다. 철학자들의 세계에서 그들을 쫓는 마음가짐을 배우고, 예술의 세계에서 인간 개개인의 위대함을 찾고, 보헤미아의 세계를 통해 부르주아적인 것을 거부하고 소소한 것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보라는 이야기다. 또한 종교나 정치 등도 해법으로 제시하는데 유쾌함과 기발함의 상징과도 같던 지은이의 말치고는 그 해법이라는 것이 약간은 실망스럽게 여겨질 수 있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불안>은 음미할수록 깊은 맛을 우러나오는 음식과도 같다. 또한 당장의 것보다 '근본'적인 것에서 변화를 꾀하기에 눈앞의 것보다 '눈밖의 것'에서 위안거리를 삼을 수 있다. 두통이 생겼을 때 당장 고통을 없애라고 중독성 있는 약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두통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 방법이 당장 효과는 없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어느 약도 줄 수 없는 '정신적 웰빙'을 가능케 한다.


물론 불안해 하지 않기 위해 남보다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일수록 이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을 테다. 하지만 그럼에도 알랭 드 보통식의 해법을 권해보고 싶다. 영원히 두통에서 해방될 기회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사 방법이 안 통하면 어떻겠는가. 지금처럼 머리가 지끈거리는 상태보다 더 나빠질 수도 없을 텐데 말이다.

인간은 언제까지 불안해야 하는가? 현재 상태로라면 끝이 없다. 성공하지 못할까 전전긍긍해하고, 성공한 뒤에서 추락할까봐 끙끙 앓는다. 이 구조는 출구 없는 악순환이다. 하지만 벗어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존재하지도 않는 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아예 하늘로 날아오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불안>은 그것을 알려준다. 날아오르는 방법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도서정보 사이트 '리더스가이드(http://www.readersguid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도서정보 사이트 '리더스가이드(http://www.readersguide.co.kr)'에도 실렸습니다.

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은행나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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