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방문 사흘째인 8일 오후 김채곤(미국이름 로버트 김)씨는 40년만에 모교 한양대를 찾아 후배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한대신문
미 해군 기밀을 빼내 한국정부에 건넨 혐의로 수감됐다가 지난달 풀려난 김채곤(65·미국이름 로버트 김)씨가 고국 방문 사흘째인 8일 모교 한양대를 찾았다.
한양대 산업공학과 57학번인 김씨는 이날 오후 5시5분께 모교에 도착, 감회 어린 듯 교정을 잠시 둘러본 뒤 한양대 총동문회를 방문하여 김진열 총동문회장과 학창 시절을 소재로 10여 분간 얘기를 나누었다.
40년만에 모교를 방문한 그는 "교정이 완전히 달라져서 감개무량하다. 초대해줘서 고맙다"라고 김 총동문회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에 김 총동문회장은 "미 우주항공국과 해군정보국에서 수십년간 컴퓨터 전문가로 근무하며 조국을 위해 애써신 김 동문은 한양대의 인재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김씨는 교내 한양종합기술연구원 6층 대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김종량 한양대 총장의 영접을 받은 뒤 '전환기 시대 대학생의 자세'라는 주제로 1시간 30분 동안 특강했다.
모국어 제대로 익혀야 고급영어 구사 가능
그는 객석을 가득 메운 600여 동문 후배들의 뜨거운 환호에 감정이 복받쳤는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줄 몰랐다. 후배들을 보니 정말 자랑스럽다"라며 감격해 했다. 김씨는 "교도소에 오래 있으면서 조국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한국 신문이나 정기 간행물을 읽고 한국의 모든 것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미국 대학가에서 가장 좋은 차를 타고 돈을 가장 잘 쓰는 학생이 한국 유학생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경제적인 여유가 없음에도 자녀를 과외시키고 조기 유학 보내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자녀에 대한 근시안적인 희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 혀를 수술한다' '영어권 국가 어학연수 열풍으로 기러기족이 생겼다'는 얘기를 종종 듣고 있다"면서 "그러나 영어가 전부가 아니다. 국어와 국사를 똑바로 배운 뒤 영어권 국가로 유학가서 견문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기 유학 세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국어와 국사도 제대로 모르면서 어떻게 영어만으로 국가에 헌신할 수 있겠느냐"며 "영어는 유아기 때가 아니라 문법을 알고 모국어를 익힌 다음 배워야 고급영어, 대우받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정직과 겸손을 가슴에 품고 살면 일등국민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