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온' 로버트 김, 40년 만에 모교 특강

1시간 30분 동안 열변... 김진열 총동문회장 등 600여 동문 뜨겁게 환대

등록 2005.11.09 11:06수정 2005.11.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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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방문 사흘째인 8일 오후 김채곤(미국이름 로버트 김)씨는 40년만에 모교 한양대를 찾아 후배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고국 방문 사흘째인 8일 오후 김채곤(미국이름 로버트 김)씨는 40년만에 모교 한양대를 찾아 후배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한대신문
미 해군 기밀을 빼내 한국정부에 건넨 혐의로 수감됐다가 지난달 풀려난 김채곤(65·미국이름 로버트 김)씨가 고국 방문 사흘째인 8일 모교 한양대를 찾았다.

한양대 산업공학과 57학번인 김씨는 이날 오후 5시5분께 모교에 도착, 감회 어린 듯 교정을 잠시 둘러본 뒤 한양대 총동문회를 방문하여 김진열 총동문회장과 학창 시절을 소재로 10여 분간 얘기를 나누었다.

40년만에 모교를 방문한 그는 "교정이 완전히 달라져서 감개무량하다. 초대해줘서 고맙다"라고 김 총동문회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에 김 총동문회장은 "미 우주항공국과 해군정보국에서 수십년간 컴퓨터 전문가로 근무하며 조국을 위해 애써신 김 동문은 한양대의 인재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김씨는 교내 한양종합기술연구원 6층 대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김종량 한양대 총장의 영접을 받은 뒤 '전환기 시대 대학생의 자세'라는 주제로 1시간 30분 동안 특강했다.

모국어 제대로 익혀야 고급영어 구사 가능

그는 객석을 가득 메운 600여 동문 후배들의 뜨거운 환호에 감정이 복받쳤는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줄 몰랐다. 후배들을 보니 정말 자랑스럽다"라며 감격해 했다. 김씨는 "교도소에 오래 있으면서 조국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한국 신문이나 정기 간행물을 읽고 한국의 모든 것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미국 대학가에서 가장 좋은 차를 타고 돈을 가장 잘 쓰는 학생이 한국 유학생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경제적인 여유가 없음에도 자녀를 과외시키고 조기 유학 보내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자녀에 대한 근시안적인 희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 혀를 수술한다' '영어권 국가 어학연수 열풍으로 기러기족이 생겼다'는 얘기를 종종 듣고 있다"면서 "그러나 영어가 전부가 아니다. 국어와 국사를 똑바로 배운 뒤 영어권 국가로 유학가서 견문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기 유학 세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국어와 국사도 제대로 모르면서 어떻게 영어만으로 국가에 헌신할 수 있겠느냐"며 "영어는 유아기 때가 아니라 문법을 알고 모국어를 익힌 다음 배워야 고급영어, 대우받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정직과 겸손을 가슴에 품고 살면 일등국민 될 것

이날 특강에는 김종량 한양대 총장을 비롯한 재학생과 졸업 동문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특강에는 김종량 한양대 총장을 비롯한 재학생과 졸업 동문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한대신문
김씨는 특히 이날 강연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정교육과 인성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엄마가 집에서 맞아주고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살펴주면서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훌륭한 가정이 훌륭한 국가를 만들고, 가정에서 잘 자란 아이들이 직간접으로 국가에 헌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청소년을 위해 여생을 바칠 계획이라고 밝힌 김씨는 "'나만 잘 살면 되지'라는 생각은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다"면서 "이기심을 버리고 양심과 정직을 바탕으로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겸손한 일등국민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미 국가기밀 유출 혐의와 관련 "두 개의 조국을 놓고 어떤 조국을 택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며 "나를 낳아준 조국을 사랑한다고 해서 미국을 배신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애국자도 영웅도 아니고 단지 조국을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누구도 원망 않아… 국민 성원에 감사

김씨는 "한국 정부에 대한 원망은 없느냐"는 후배들의 질문에 "미 연방수사국에 기소되었을 때는 공모죄였는데, 공모자가 없어져 버려 처음에는 많이 원망했다"며 "그렇지만 그동안 보여준 국민의 사랑이 모든 원망을 다 덮어버렸다. 지금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고 심경을 밝혔다.

산업공학과 후배가 40년만에 돌아온 선배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산업공학과 후배가 40년만에 돌아온 선배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한대신문
그는 이어 "1996년 9월 갑작스럽게 체포되어 구금당했을 때는 너무도 좌절하고 실망하여 자살까지 생각했다"면서 "그런 나를 구해준 가장 큰 힘은 나의 처지를 이해해주고 먹을 것과 집 임대료를 낼 수 있게 성금을 보내준 우리 국민들의 사랑"이라고 조국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씨의 이날 모교 방문에는 부인 장명희(61) 여사와 친동생 김성곤(53) 열린우리당 의원, 전 후원회장 이웅진(40) (주)선우 사장 등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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