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자료사진)오마이뉴스 남소연
97년 9월 당시 안기부가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 본부장의 대화를 도청한 테이프에는 당시 대선자금 전달 내용 및 검찰 간부 7명에게 추석 떡값을 건네는 방법 등이 들어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학수 구조본부장과 김인주 구조본 사장,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동생 회성씨 등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당시 홍 전 대사의 서울 강남 압구정동 아파트 인근 주차장에서 돈을 받은 이회성씨는 지난 9월 16일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뒤집었다. 98년 세풍수사 때 삼성에서 받은 대선자금이 60억원이라고 진술했던 이씨는 이번 'X파일' 조사 때는 30억원이라고 액수를 줄인 것.
60억원과 30억원의 차이는 크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에 따르면 횡령(배임) 액수가 50억원을 넘으면 공소시효가 10년인 반면, 5억 이상 50억 미만인 경우는 공소시효가 7년이다. 삼성 측이 횡령 또는 배임 혐의를 피할 수 있도록 이씨가 대선자금 수수 액수를 낮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남는다.
또 도청테이프를 대가로 삼성에 금품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공운영 전 미림팀장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학수 본부장은 이건희 회장의 관련 여지를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공씨 등으로부터 삼성에게는 치명적인 내용이 담긴 'X 파일'의 존재를 전해 듣고서도 이를 이건희 회장에게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고 수차례 강조한 것이다.
홍 전 대사 귀국하면 과연 진실 규명될까?
때문에 홍 전 대사가 귀국한다고 해서 이러한 내용의 진실이 규명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는 많지 않다. 오히려 홍 전 대사의 귀국으로 'X파일'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도청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9일과 10일 이틀 연속 신건 전 국정원장을 소환해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임동원 전 원장을 조사하는 등 도청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 수순을 밟고 있다.
반면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의 도청 사건을 수사중인 공안2부는 주요 피의자인 공운영씨를 기소하는 등 거의 수사를 마친 상태다. 그러나 'X 파일'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홍 전 대사와 이 회장이 미국에 체류하고 있어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지체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검찰은 공운영씨 자택에서 압수한 274개 도청 테이프의 제작 과정과 개략적인 목록 등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현 전 대사의 귀국 결심이 매형인 이건희 회장의 작품(?)이라면, 'X 파일' 사건은 이달 말쯤 사실상 마무리되고, 12월 중순경에는 이 회장도 귀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이 회장 소환 여부 "말하기 적절치 않다"
한편 'X파일'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11일 이건희 회장의 소환 여부와 관련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황 차장은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는 말의 의미에 대해 "이 회장에 대해 뭐라고 얘기만 하면 (언론이) 재미있게들 써대서, 오해를 갖게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 차장은 또 "필요한 사람은 조사하는 게 원칙"이라며서도 "그러나 필요하지 않은 사람을 형식적인 신분으로 조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 이 회장을 소환 조사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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