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남산, 천년 고성(古城) 베일 벗다

시굴조사 결과 고려 시대 토성으로 확인

등록 2005.11.15 11:21수정 2005.11.1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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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화순 남산에서 발견된 석렬. 내외축 석렬이 이어지는 보축으로 나타난다.

화순 남산에서 발견된 석렬. 내외축 석렬이 이어지는 보축으로 나타난다. ⓒ 최연종

화순읍에 있는 남산이 천년의 침묵을 깨고 토성(土城)으로 다가왔다. 시굴조사 결과 고려시대 토성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성의 축조시기가 고려시대로 드러나면서 성 안에 치소(治所)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커 고려시대 이전의 화순의 역사를 규명하는데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인구 밀집지역에 흔치 않은 읍성(邑城)이 발견됨에 따라 유적보존과 복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순군이 전남문화재연구원(이하 연구원)에 용역을 의뢰, 연구원이 3일부터 14일까지 남산 고성지(古城地)에 대해 시굴 조사한 결과 70여m에 이르는 구간에서 석렬(石列)이 발견됐다.

a 2번 트렌치에서 발견된 석렬. 윗단을 10여cm 들여 쌓았다.

2번 트렌치에서 발견된 석렬. 윗단을 10여cm 들여 쌓았다. ⓒ 최연종

남산 북서쪽 능선부에 3개의 트렌치를 설정해 3곳의 트렌치 모두에서 남동 ~ 북서 방향으로 석렬이 확인된 것이다. 석렬은 방향과 축조방법이 동일해 상호 연결되는데 능선을 따라 조성된 토루의 일부에 해당한다.

토루는 생토면이나 암반층까지 굴착해 퇴적토를 걷어내고 성토다짐을 해 상면을 고른 뒤 할석형 판석재로 2단 정도 쌓아 기저부를 형성했다. 또 석렬의 양 끝단에 맞춰 판축(版築)기법으로 체성(體城)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 안쪽 일부 구간에서 석렬이 유실되기도 했다. 경작을 하면서 석렬이 노출돼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

a 시굴 현장에서 열린 지도위원회 모습.

시굴 현장에서 열린 지도위원회 모습. ⓒ 최연종

출토유물은 토루 바깥쪽의 구지표층에서 명문(銘文) 기와편 1점을 비롯한 어골문, 복합문, 무문 등 평기와편이 대부분이다. 특히 토루 내부에서 청자편이 소량 확인돼 성의 축조시기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성 내부에서 청동방울이 발견됐다.

출토 유물중 동일한 기와편에 오(五) 불(佛) 환(丸)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五'자와 '丸'자는 옥(玉), 구(九) 와(瓦)로 달리 해석될 수 있다. 불(佛)자가 새겨진 기와편은 앞서 발견된 만(卍)자 문양과 연관성이 있어 이 일대에 절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성 내부에 관아(치소)가 있었고 주변에 관아를 지원하는 암자가 존재했음을 추정케 한다. 하지만 성 안에서 건물지의 존재유무는 확인할 수 없었다. 발굴대상 유적이 700㎡로 한정돼 건물지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시굴조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a 성 내부에서 출토된 청자편과 토기편.

성 내부에서 출토된 청자편과 토기편. ⓒ 최연종

연구원은 성 내부 사면부 3곳에 트렌치를 설정했으나 성벽과 가까워 건물지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특이점도 많았다. 3번 트렌치에서 40m 떨어진 곳에 석축을 한 흔적이 발견되는데 돌이 크고 폭이 넓어 이 곳이 문지(門址)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번 트렌치에서 다른 석렬과 달리 윗단을 아랫단 보다 5~10cm 뒤로 들여 쌓았다. 특히 3번 트렌치에서 내축과 외축 석렬이 이어지면서 다르게 토루를 쌓은 과정이 보이는데 이는 성벽을 보호하기 위한 보축 시설로 밝혀졌다.

조사단장인 최성락 전남문화재 연구원장은 14일 남산토성 유적 시굴현장에서 열린 지도위원회에서 "남산이 토성으로 분명히 드러났다"며 "청자편과 고려기와의 출토, 토루 하단의 호석렬 등을 볼 때 성의 축조시기는 통일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영진 전남대 교수도 "기와나 청자편으로 볼 때 고려시대의 토성으로 추정된다"며 "문화재로 지정된 화순의 5대 산성보다 더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내륙에서 읍성이 발견된 것은 아주 희귀하다"며 "남산 토성을 전라남도 문화재로 지정할 것"을 건의했다.


a 1번 트렌치 모습. 판축 기법이 잘 나타나 있다.

1번 트렌치 모습. 판축 기법이 잘 나타나 있다. ⓒ 최연종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고용규 목포대박물관 수석연구원은 "남산토성은 토루 내부와 출토된 판축내 청자편을 볼 때 고려시대에 축조한 토성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 연구원은 조사 성과 보고를 통해 남산 고성지는 토루의 축조수법과 출토유물 등을 볼 때 고려시대에 축조한 토성으로 추정했다. 특히 이번 시굴조사를 통해 문헌기록상에 존재하지 않는 토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화순지역의 고대 역사연구에 중요한 학술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남문화재연구원은 이번 남산고성지 토루의 발견을 계기로 토성의 성격과 규모, 축조수법, 성문지를 비롯한 성곽 부속시설과 성 내부의 건물지 등을 종합적으로 밝히기 위한 정밀학술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남도뉴스(http://www.namdonews.co.k)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남도뉴스(http://www.namdonews.co.k)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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