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교닷컴>의 리포터이면서도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처음 시작은 정말 미미한 동기에서였습니다. 잠자고 있는 듯한 산골분교를 깨우는 작은 노력들을 지역신문에 연재하면서 하나, 둘 일어나는 변화 앞에서 아이들과 선생님들도 놀라움과 보람으로 보낸 2년이었습니다.
한쪽 구석에서 아무리 발버둥쳐 봐도 세상 이야기 속에 묻힌 우리들의 이야기를 지상으로 움을 틔워 내보내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는 걸 깨닫기 시작하고 지역신문 대신 선택한 것이 <오마이뉴스>였습니다. 작은 산골분교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타전하면서 가장 놀라운 것은 아이들에게 일어나기 시작한 변화였습니다.
그들 스스로가 기사의 주인공이라는 의식은 발전의 계기로 작용했고 한 발 더 나아가 자부심으로, 애교심으로 성숙되어 갔습니다. 자신들의 일상이 있는 그대로 전달되는 매체 앞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 것입니다. 좋은 기사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아이들이 텔레비전에 등장하고 광고 사진에 실리게 되었으며 올 1년 동안 참 많은 행사를 치러냈습니다. 산골 분교를 도와주는 사람들에게도 숨은 공을 널리 알리는 작은 노력으로 인해 보람을 안겨 주었으니 펜의 힘이 칼보다 강하다는 오래된 명제를 눈으로 보게 된 것입니다.
농어촌 학교에 대한 지원과 통폐합이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겨우 자리를 잡고 더 나은 발전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요즘, 새롭게 터진 '교원평가' 소식으로 교단의 선생님들을 하루 아침에 구석으로 내모는 지경에 이르른 현실을 앉아서 볼 수만은 없어서 현장 교사로서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 원고는 바로 '내 인생을 바친 교단에서 느끼는 서글픔'이었습니다. 그 원고를 오마이뉴스에 싣고서 저는 3일 이상 시달려야 했습니다. 엄청난 댓글과 질타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저는 잠을 이루지 못했고 병을 앓았습니다. 교단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매섭고 거센지를 미처 몰랐던 저의 서투름이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것처럼 네티즌들을 달구는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때로는 전국에서 쏟아지는 교단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어서 고맙다는 격려 전화와 이메일을 받으며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채찍을 든 학부모와 다른 업종의 네티즌들은 거의 모두 선생님들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때로는 점잖게, 때로는 욕설까지 얻어 들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나는 이제 다시 몸을 추스리고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원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든 간에 학부모와 사회에서 쏟아내는 질타의 목소리가 결코 근거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앞에 무릎을 꿇고 반성하며 교단에 처음 서던 그날의 다짐으로, 무명교사 예찬을 읊조리던 그 날로 돌아가야 함을 뼈저리게 생각합니다.
우리 교단은 이제 겸허하게 세상의 목소리를, 학부모의 준엄한 비판을 새겨 들어야 한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방법이 교원평가이든, 자정노력이든 간에...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리포터로서 무거운 책임의식을 느끼며 어려울 때일수록 피해가거나 돌아가기보다 정면으로 나서서 교단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것은 물론 학부모님의 이야기도 객관적으로 수용하여 반영해야 함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마이뉴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 다양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널리 문호를 개방하여 전국의 학부모와 학교, 교육에 관심을 가진 많은 네티즌들의 사랑방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 나라의 교육 문제를 풀어가는 데 <오마이뉴스>가 큰 몫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냉소적이거나 등을 돌리지 말고 진솔한 이야기로 서로의 아픔 앞에 솔직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쪽의 밥그릇 싸움으로 매도하는 것도,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것도, 학부모의 아픈 이야기를 외면하는 것도 상처를 딛고 일어서게 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교단에 서 있는 동안은 네티즌의 분노로 힘들었던 시간들을 상처로 여기지 않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늘 깨어서 가르치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다짐해 봅니다. 교사와 학부모, 아이들 모두가 함께 이기는 대안 마련을 위해 서로 함께 나섭시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서 있는가?'를 잊지 않으려 합니다.
네티즌이 던진 돌을 하나씩 주워 모아 교육의 주춧돌로 삼아야 함을!
덧붙이는 글 | '내 인생을 바친 교단에서 느끼는 서글픔'으로 참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 아픔을 아픔으로 끝내지 않고 그 목소리를 다시 대변하는 <오마이뉴스> 가자가 되어야 함을 생각합니다. <한교닷컴> <웹진에세이>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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