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11월14일 수암칼럼매일신문
요즘 전교조는 동네북이다. '80% 이상'의 국민이 찬성하는 교원평가제를 반대하고 있으니 누구 하나 편들어줄 사람도 없다. 그래서일까. 날마다 전교조에 대한 비난 수위가 높아진다. '수능을 앞둔 학생들을 볼모로 집단의 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비난은 점잖은 편이다. '교육자라고 할 수 없는 수구 좌파 세력'이고 '나라와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는 주범'이란다.
이 뿐이 아니다. 이제는 '교육계에서 어린이 십자군을 만들어내는 배후 세력'이란다. 무슨 말인가. '어린이 십자군'은 무엇이고, '배후 세력'은 또 무엇인가.
<매일신문> 명예주필의 11월 14일자 수암칼럼 <전교조와 어린이 십자군>을 보자.
옛날이야기란다. "1212년 프랑스에서 겨우 열두 살짜리 스테판이란 목동이 '어린인 십자군'을 일으켰다고 한다. 철없는 아이들은 스테판의 선동 아래 1만여 명이 집결, 프랑스 전역을 휩쓸며 중동으로 나가는 마르세유 항구를 향해 진군했다. 하지만 700여 명의 어린이 십자군 전사들이 이슬람 노예상에게 팔려가는 비극으로 끝났다"는 이야기란다. 또 있단다. "어린이 십자군의 비극은 이후 독일에서도 재현되었지만 참담한 결과로 끝났다"고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아이들이 1095년 일어났던 십자군 전쟁을 모방했다는 것인데 "어른들의 비뚤어진 본보기가 때로는 교육적으로 상상 밖의 상처와 독소를 끼친다는 진리를 깨우치는 역사적 교훈이 되고 있다"고 한다. 참 좋은 말이다. 모름지기 어른은 아이의 올바른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무시무시한 '어린이 십자군'이 우리 교육계에도 나타났단다. 얼마 전의 이야기란다. "어느 초등학교 게시판에 큰 포스터 하나가 나붙었는데, 남쪽에서 국군이 총검을 북쪽으로 향해 찌르는 모습과 북쪽에는 어린아이를 업은 어머니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떨며 움츠리는 장면으로 남한 국군의 총검 끝에는 붉은 피가 뚝뚝 흐른다"고 한다. 제목은 호국보훈의 달. "그 포스터를 그린 어린이가 왜 피 묻은 총검의 방향을 북쪽으로 그렸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배후는 누구일까? 아이에게 그토록 폭력적인 본보기를 보인 사람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바로 전교조란다! 단순 긍정보다 더 강한 긍정을 내포한 부정문이 동원된다. "스스로의 표현이었는지 아니면 연가투쟁이나 APEC회의 비판 저질 동영상을 만든 부산 전교조 같은 소수 어른 선생님들의 반미·전투적 언행에서 영향을 받은 탓인지는 알 수 없다.…그러나 의문은 남는다"고 한다.
전교조 혐오증이라고밖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가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을 걱정한다면 교직에 있는 10만 전교조 선생님들을 이렇듯 괴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이 칼럼을 우리 아이들이 본다면 다음날 학교에 가서 선생님 얼굴을 어떻게 볼 수 있단 말인가. 자신들을 그 무시무시한 '어린이 십자군'으로 만들어버리는 선생님들을 말이다.
상대가 아무리 미워도 말은 좀 가려서 하자. 그만한 여유를 가질 때도 되지 않았나. 언제까지 상대를 완전히 깔아뭉개야 직성이 풀린단 말인가. 특히나 전교조는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모임이 아닌가. (덧붙이자면 그 아이의 폭력적인 그림은 아마도 '탱크를 몰고 주석궁으로 쳐들어가자'고 했던 어느 얼빠진 극우주의자의 모습을 본받은 것은 아니었을까?)
<매일신문> 11월 14일자 수암칼럼 '전교조와 어린이 십자군'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안태준 기자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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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혐오증'의 극치, <대구매일> 수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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