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불러 꽉찬 돼지저금통을 뜯어보니...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그동안 모은 잔돈이 꽤 되네요

등록 2005.11.18 17:42수정 2005.11.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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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여름이가 어릴 때부터 잔돈이 생기면 늘 저금통에 저금을 할 수 있도록 해왔다. 동물원에 갔다가 얻어온 원숭이 모양의 저금통도 있고, 커다란 문구점이 새로 열면서 사은품으로 준 돼지저금통도 있고, 어디에선가 얻어온 또 다른 돼지저금통까지 모두 세 개나 된다. 여름이가 태어나기 전 남편과 둘이서 저금통 대용으로 써 온 선물 받은 유리병까지 합하면 네 개나 되는 셈이다.


a 원숭이저금통과 두개의 돼지저금통

원숭이저금통과 두개의 돼지저금통 ⓒ 김미영


여름이는 저금통에 동전을 넣는 것에 재미를 붙였는지 동전만 보이면 들고 뛰어가 저금통에 넣곤 했다. 어떤 날은 길에 떨어져 있는 10원짜리를 주워와 저금통에 넣은 적도 있다.

동전을 모으기 시작한때가 정확하게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지금부터 1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차곡차곡 모은 세 개의 저금통이 꽉 차서 더 이상 동전을 넣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저금통을 뜯어야겠다고 얼마 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동전을 세어 보는 것이 귀찮기도 해서 그냥 두고 있었다.

며칠 전 큰맘 먹고 저금통을 뜯으려고 남편과 여름이, 나 이렇게 셋이 모여 앉았다. 여름이에게는 저금통이 너무 꽉 차서 저금통에 들은 동전을 꺼내 은행에 저금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예쁜 저금통을 다시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a 찢어진 돼지저금통

찢어진 돼지저금통 ⓒ 김미영


저금통을 뜯자 방안에 수많은 동전들이 널브러졌다. 우리는 10원, 5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을 구분해서 열 개씩 쌓아놓았다. 동전이 많아서 그렇게 구분해서 쌓아두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동전들을 나란히 줄맞추어 놓으니 제법 폼(?)도 났다. 그렇게 정리해 놓은 동전을 각각 얼마인지 세어 비닐봉지에 담았는데, 생각보다 많아서 17만원이나 됐다.

a 100원짜리 동전들

100원짜리 동전들 ⓒ 김미영


a 10원짜리 동전들

10원짜리 동전들 ⓒ 김미영


a 500원짜리 동전들

500원짜리 동전들 ⓒ 김미영


a 저금통과 세어 놓은 동전들

저금통과 세어 놓은 동전들 ⓒ 김미영


원래 처음 저금을 할 때부터 그 돈은 여름이 통장에 넣어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돈을 보니 조금 욕심이 생겼다. 부족한 생활비에 보태고도 싶고 시어머님, 친정부모님 모시고 한 끼 식사라도 하고 싶고, 또 여름이에게 멋진 옷을 한 벌 사주고 싶기도 하고, 또 남편에게 운동화를 한 켤레 사주고도 싶었다. 물론 나 역시 예쁜 옷을 한 벌 사 입고 싶기도 했다.


한참을 그렇게 갈등했지만, 그동안 그런 마음으로 여름이 통장에서 헐어서 쓴 돈도 채워 넣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여름이 통장에 저금을 하기로 작정했다. 은행에 가져가려고 돈을 들어보니 제법 무겁다. 은행에 동전을 가지고 가서 계좌번호와 함께 맡겨 놓은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저금통에서는 천 원짜리 지폐도 제법 나왔는데, 그 지폐로는 한창 뛰어놀기 좋아하는 여름이에게 편안한 운동화를 한 켤레 사주었다. 그렇게 동전을 몽땅 저금해 놓고 보니 여름이가 제법 부자가 된 것 같았다. 왠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 있었다. 이상하게 동전은 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동전의 수에 비해 금액은 보잘 것 없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새 저금통을 사주기로 약속했는데, 아직까지 저금통을 사주지 못했네요. 내일은 토요일이니 여름이데리고 가까운 마트에 나가서 여름이가 맘에 드는 저금통으로 하나 사줘야 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새 저금통을 사주기로 약속했는데, 아직까지 저금통을 사주지 못했네요. 내일은 토요일이니 여름이데리고 가까운 마트에 나가서 여름이가 맘에 드는 저금통으로 하나 사줘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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