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죽지 말고 살아서 싸웁시다"

18일 부산 APEC반대 범국민대회 참가기

등록 2005.11.19 18:06수정 2005.11.1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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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꽃처럼 살아야한다. 내 가슴에 새긴 불타는 투혼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대도 민들레처럼 /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 내가 가야할 저 투쟁의 길에 온몸 부딪히며 살아야한다 민들레처럼 / 특별하지 않을 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 아~ 민들레 뜨거운 가슴 수천 수백의 꽃씨가 되어 아- 해방의 봄을 부른다 민들레의 투혼으로"

a '청보리 사랑'이 '민들레처럼'이라는 노래를 부르자 농민들이 오열하고 있다.

'청보리 사랑'이 '민들레처럼'이라는 노래를 부르자 농민들이 오열하고 있다. ⓒ 강무성

a 이날 농민집회는 슬픔과 분노의 바다였다.

이날 농민집회는 슬픔과 분노의 바다였다. ⓒ 강무성

지난 18일 진주시농민회를 따라 부산 APEC 반대 집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오후 1시부터 오추옥 열사의 추모식으로 시작된 농민대회는 슬픔과 분노의 바다였습니다. 노래패 청보리 사랑이 ‘민들레꽃처럼’이라는 노래를 부르자 많은 농민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흐느껴 울고 있습니다. 무대 위에 나선 많은 사람들은 수없이 외칩니다.

"더 이상 죽음의 행렬을 잇지 말자고, 살아서… 살아서…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부시와 그 하수인들에게 응징을 가하자"고, "그것이 열사를 뜻을 잇는 길이고, 아직 많은 싸움이 남아있다"고….

a 영정 사진과 함께 행진 중인 여성농민회

영정 사진과 함께 행진 중인 여성농민회 ⓒ 강무성

a 거리행진 중인 농민들

거리행진 중인 농민들 ⓒ 강무성

a 노동자와 농민 대오가 함께 행진했다.

노동자와 농민 대오가 함께 행진했다. ⓒ 강무성

농민대회가 끝나고, 시내를 행진하고 노동자들과 대오를 함께하며 수영교를 향해 천천히 나아갔지만, '수영교' 그 앞을 가로막은 것은 컨테이너와 살수차, 그리고 새까맣고 몰려있는 경찰들이었습니다.

경찰이 끝없이 뿌리는 물줄기를 맞으면서도 사람들은, 컨테이너를 밧줄에 연결해 수차례 해질녘까지 당기기도 했지만 겨울 해는 금방 져서 어두워졌고, 사람들은 강 건너의 벡스코를 바라보며 발길을 뒤로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a 사람들은 경찰이 막아놓은 컨테이너를 밧줄로 묶고 끌어내기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경찰이 막아놓은 컨테이너를 밧줄로 묶고 끌어내기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 강무성

a 끝없이 뿌려지는 물줄기

끝없이 뿌려지는 물줄기 ⓒ 강무성

자진해산을 위한 정리 집회 역시 마지막 순서인 성명서 낭독과 부시 스티로폼 모형의 화형식 역시 강제진압을 시도하며 밀고 오는 경찰병력 때문에 급박하게 불을 붙였습니다. 사람들은 수영 3교 부근에서 계속 뒤로 빠지면서 해산하면서, 저마다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그리고 해산하는 사람들 뒤로 터지는 몇 발의 불꽃놀이용 폭죽은 씁쓰레한 이날 집회의 마지막을 수놓았습니다.

a 자진해산을 위한 정리집회 역시 순탄치 않았다.

자진해산을 위한 정리집회 역시 순탄치 않았다. ⓒ 강무성

a 급박하게 진행된 부시 모형 화형식

급박하게 진행된 부시 모형 화형식 ⓒ 강무성

a 경찰의 진입으로 물러나는 집회대오 뒤쪽으로 몇 발의 폭죽이 터졌다.

경찰의 진입으로 물러나는 집회대오 뒤쪽으로 몇 발의 폭죽이 터졌다. ⓒ 강무성

돌아오는 발길이 더 무거웠던 것은, 그날 경찰의 저지 때문에 나아가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수많은 죽음의 행렬에 대한 우려입니다. 며칠 후 또다시 농민대회가 열립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절규하고 죽어갈지 상상하는 것조차 두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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