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장만한 금전등록기입니다. 지금은 낯선 이 금전등록기에 익숙해질 때면 놀란 가슴도 가라앉겠죠?한명라
경찰서에 다녀 와서도 오후 5시까지 남편과 저는 가격 표시 붙이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가까스로 그런 작업이 끝나고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새롭게 잠금장치를 했습니다. 그리고 밤 11시가 되어 새 금전등록기가 저희 가게로 배달되었습니다.
또 다시 저희 부부와 금전등록기를 판매하신 사장님은 오늘 새벽 3시 30분까지 금전등록기에 상품 가격을 입력하는 작업을 해야만 했습니다.
1년여 동안 저의 손에 익숙했던 예전 금전등록기와는 다르게 새 금전등록기가 여간 낯선게 아닙니다. 아마도 새 금전등록기가 제 손에 익숙해 질 때쯤이면, 절도사건에 의해서 놀란 제 가슴도 진정이 될까요?
금전등록기에 상품 가격을 입력하던 일을 웬만큼 마치고, 저희 부부와 금전등록기 판매점 사장님은 조개구이집에 들러 소주 한잔씩을 기울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남편은 그래도 이정도여서 다행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비록 새 금전등록기를 구입하고 보안장치를 새로 하느라 적지 않은 돈이 들었지만, 금전등록기 하나만 달랑 들고 간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고 합니다.
남편의 그 이야기에 사장님은 남편의 전화를 받고서 처음 우리 가게에 달려 왔을 때, 예상했던 것과 달리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두 부부가 웃고 있기에 사장님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에 화를 내봤자 달라질 일이 있느냐고, 그래도 이만하기 다행이라고 남편과 저는 스스로를 위로 했습니다.
그런 황당한 일을 겪으면서 행여 우리가 살아오면서 우리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는 남편의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어제 새벽에 우리 가게에 다녀 간 그런 손님은 정말 반갑지 않습니다. 앞으로 우리 가게든, 다른 분의 가게든 그런 손님은 절대 찾아오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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