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아르빌로 파병되었던 자이툰 부대원 340여명이 지난 2월 26일 새벽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부대원들은 오후 3시 경기도 광주 특전사교육단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참석한 뒤 1달간의 휴가에 들어가거나 전역을 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미국의 심기가 상당히 불편한 것 같다. 손님을 불러놓고 뒤통수를 칠 수 있냐는 반응이다. 정부여당이 자이툰부대 파병기간을 1년 연장하되 부대원 1천명을 감축하기로 비공식 결정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미묘한 기류가 형성된 결정적 이유는 시점 때문이다. 지난 18일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직후 1천명 감축 결정이 국내 언론에 보도된 게 문제가 됐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미 대통령이 자이툰부대 파병에 여러 번 감사의 뜻을 표한 지 몇 시간 만에 감축안이 보도됐다. 미국 입장에선 뒤통수가 아렸을 법하다.
뒤통수 맞은 부시, 한국의 실책인가?
그럼 한국이 잘못한 걸까? 일단 그렇게 보인다. 외교관례로 봐도, 인간사 도리로 봐도 '결례'에 가깝다. 그래서 <한국일보>는 "공연히 한미 간에 아무런 이득 없는 논란을 부른 실책을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중앙일보>는 <한국일보>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예민한 사안을 보다 신중하게 다루지 못한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이미 사전협의를 진행해 온 게 맞다면 미국도 이 문제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2~3개월 전부터 한미 실무급에서 협의를 진행해온 사안이기 때문에 미국이 몰랐을 리 없으며, 국무회의 의결과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은 비공식 입장이기 때문에 한미간 공식 의제로 공개할 사안이 아니라는 국방부의 설명을 들은 뒤 나온 논평이다.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모두 국방부의 설명을 들었을 터인데 어떻게 이리 다른 주장이 나올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은 두 신문의 다음 구절을 보면 더 증폭된다.
한국 당국의 '실책'을 지적한 <한국일보>는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저항공격과 이라크 민중의 반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고 미국 내에서도 철군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진 마당에 "우리가 이라크 평화재건 명분에 마냥 매달리는 것이 옳은지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미국의 '자제'를 당부하면서 이 점을 강조했다. "자이툰부대 파병은 한미동맹의 재조정 과정에서 터져나온 양국간 불협화음을 해소하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라크 문제로 수렁에 바진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자이툰부대는 큰 원군이며 양국 동맹의 한 상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양국은 더 이상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긴밀한 협조체계를 다시 다지길 바란다."
<한국일보>는 사실상 철군을, <중앙일보>는 파병 연장을 주장한 셈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바로 이 대목이다. 사실상 철군을 주장한 <한국일보>는 왜 한국의 '실책'을 지적했을까? 또 파병 연장을 주장한 <중앙일보>는 왜 미국의 '자제'를 당부했을까?
한국 감군→미 철군파 입지 강화→한국 내 지형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