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피아골단풍축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찬우군.장옥순
지난 토요일 아침, 이른 시각에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오늘은 찬우를 학교에 못 보낼 것 같습니다."
"아니, 왜요? 찬우가 아픈가요?"
"아닙니다. 아무래도 오늘 찬우 엄마가 아이들 낳을 것 같아서 순천에 갑니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 찬우도 데려 가야 할 모양입니다."
"미리 축하드립니다. 몸조심하시고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생하시겠습니다."
찬우네는 이번에 네 번째 아이를 낳는다. 지난 여름 늦가을에 아기를 낳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미리 축하인사를 건넸다.
"아이고, 축하는 무슨 축하요. 오히려 동네 사람 보기가 창피합니다요. 자식 키우기 힘든 세상에 넷씩이나 낳는다고 수근대는 것만 같아서요."
"아이고, 무슨 말씀이세요. 요새처럼 아이들이 귀한 세상에 낳을 수 있으면 낳아야지요. 국가적으로도 찬우 아빠는 애국자입니다. 용기를 내세요. 산모에게 힘을 주시고 행여 부끄럽다는 생각마시고 적극적으로 생각하세요. 그래야 태어날 아기도 당당해진답니다."
찬우 엄마는 일본 여인이다. 얼마나 얌전하시고 온화한지 늘 탄복하게 된다. 항상 웃음 띤 얼굴에 조심스런 태도도 그렇고 아이들을 챙겨 보내는 게 빈틈이 없다. 찬우는 일본에서 6개월 이상 머무는 바람에 유치원도 다니지 않고 입학한 아이다. 그래서인지 학기 초에는 한글을 깨우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아이를 데리러 오시면 항상 운동장 밖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밖에서 기다렸다. 교실로 오시라고 했는데 그나마도 밖에서 기다렸다. 착실한 부모를 닮아서인지 찬우는 글씨 쓰는 것도 예술이고 그림은 더욱 잘 그리며 준비물을 챙기는 것도 착실하게 잘한다.
아마도 농촌 총각들이 장가가기 힘든 실정에서 종교적 모임에서 이루어진 결혼인 것 같은데 자식 교육에 열성을 보이는 것은 일본과 한국의 공통점인 모양이다. 종교적 가르침 때문에 생긴 자식을 어떻게 하지 못 하고 낳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자신감이 없어하고 미리부터 걱정하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학교에 올 때마다 격려를 해주려고 노력했다.
이 아이들이 자랄 때쯤이면 국가에서 교육에 드는 비용의 대부분을 해결해 주게 될 것이라는 얘기나, 아이를 낳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는 국가적으로 매우 심각한 상태이며 자식만큼 확실한 투자(?)가 어디 있겠냐며, 더 낳지 못해서 둘밖에 없는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무튼 우리 산골분교의 입장에서는 경사 중에 경사가 난 셈이다. 아기의 울음이 사라진 지 오래고, 더 이상 아기를 업은 모습을 볼 수 없는 동네의 모습은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학생 한 명이 아쉬운 우리 산골분교에서는 축하잔치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