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임은 엄마와 아빠가 퇴근해 돌아오기 전까지 아이의 유일한 친구다김지영
서울살이 탓에 아이는 생후 두 달을 갓 넘기면서부터 지금까지 휴일을 뺀 평일에는 유아원과 유치원과 방과 후 학원, 그리고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보내야했다. 그래서 항상 아이에게 미안하다. 늦은 시간,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아이의 잠든 얼굴을 한참 동안 쳐다보면 짠하다는 생각에 울컥할 때가 많다.
내 아이는 아주 어릴 때는 처형이 키웠다. 유아원을 다니면서는 형편이 조금 나아져 한 가족이 한 이불을 덮고 자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고 학교에 들어간 올해 무렵에는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도시에서 살아가려니 원하든 원치 않든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아이는 서서히 혼자 지내는 법을 터득하고 있지만 그 혼자 지내는 법이란 것이 이 살기등등한 서울에서 집 밖 활동일 수는 없다. 자연스럽게 아이는 흥미진진하고, 시간을 훌쩍 보내기에 아주 유용한 디지털 문명에 길들여졌고 TV리모컨과 컴퓨터 자판에 익숙해져 버렸다.
어릴 적부터 혼자 지낸 아들
과거 내가 어렸을 때 향유한 동네 놀이문화를 지금에 와서 아이에게 원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란 것을 알면서도 나는 아이가 자연 속에서 다른 아이들과 놀고 싸우고 울고 웃고 할 수 있는 길이 과연 없을까를 상상해보곤 했다.
알다시피 요즘 아이들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땅이 아닌 공장에서 나오는 음식을 주로 먹고, 뛰어 놀 공간이 없어 TV나 컴퓨터에 매달리고, 어른과 마찬가지로 자정을 넘겨서야 자고….
이런 생활이 아이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최근 많은 연구발표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때 이른 성인병은 공장에서 나오는 음식과 관계있고, 일부 아이들의 난폭한 성격은 먹을거리와 함께 협동놀이 부재에 그 원인이 있으며, 늦게 자는 생활은 아이들 성장 호르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