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관채씨는 산삼을 캘때 마다 사진을 찍고, 약초는 술로 담궜다전득렬
평소에 담력이 세 '강심장'으로 통하던 그였지만 저절로 발길이 움직여지는 그 순간에는 머리카락이 쭈삣 설 만큼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온몸에 닭살이 돋고, 알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주위를 경계하듯 몇 번씩 두리번거렸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공포감으로 눈앞이 캄캄해졌던 그의 눈에 갑자기 광채가 들어오면서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산삼이었다. 도라지와는 다른 틀림없는 산삼이었다. 그곳에서 백씨는 25∼30년생 정도 되는 산삼 2뿌리를 캐는 횡재를 했다.
집에 돌아온 그는 산에서 있었던 일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여동생의 말을 듣고 또 한 번 놀랐다. 좋은 일엔 항상 길몽이 있다고 했던가. 백씨는 여섯 살 아래이며 생일이 같은 날이었던 여동생이 전날 밤에 '똥물을 뒤집어쓰는 꿈'을 꾸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생일이 같은 여동생은 꿈에도 몰랐던 백씨에게 미리 다가올 행운을 꿈 속에서 미리 예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산삼 곁으로 날아든 꿩과 70대 노파의 조언
그로부터 사흘 후인 수요일 낮에 백씨는 금오산에서 산삼 1뿌리를 더 발견하는 행운을 얻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직장에 출근해 일을 하던 백씨는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계속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요동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급기야 조퇴 신청을 하고 금오산에 올랐던 그는 다시 산삼을 캐는 기적을 얻은 것이다.
순전히 산이 불러 정신없이 이끌려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인 그가 도착한 곳은 지난 번 산삼을 발견했던 장소 주변. 그곳에서 백씨는 산삼 한 뿌리를 더 발견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인기척이 나면 사람을 피해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려야 할 '꿩'이 그에게로 날아들었다. 꿩 한 마리가 그를 위협이라도 하는 듯 그 주위를 빙글빙글 계속 맴돌았다.
순간, 불길한 생각과 함께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산삼을 발견한 자리의 주위에서 혹시나 산삼이 더 있을까 하고 여기저기를 더 둘러보자 꿩은 그가 움직이는 곳마다 쫓아와 시위를 하듯 맴돌았다. 그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접고 얼른 자리를 떴다. '너무 욕심 부리지 말라'는 금오산의 뜻이라는 생각이 순간 스쳤기 때문이다.
금방 캔 산삼을 들고, 산에서 헐레벌떡 내려와 자신의 승용차에 오른 그는 버스승강장 앞에서 70대의 한 노파를 우연히 만났다. 버스를 기다린다는 그 노파가 너무 측은해보여서 집까지 태워 드리면서 그는 또 한 번의 기이한 우연을 경험하게 된다.
처음 보는 그 노파는 묻지도 않았는데 산삼이야기를 꺼내면서, 산삼을 보관하는 방법과 포장하는 방법 등 산삼에 대한 전설과도 같은 내용들을 알려주었다.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차에서 내린 그 노파는 나중에 알고 보니 그의 아들부터 사위까지 모두 산삼을 캐는 심마니 가족이었다.
명예퇴직, 그리고 심마니가 되다
그때부터 백씨는 산삼의 신비스러움에 푹 빠지게 되었고, 산삼 관련 전문 서적을 구해 산삼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한 몇 주 후부터 그의 눈에는 산삼뿐만 아니라 산에서 나는 자연산 상황버섯과 만병초, 화살나무, 조릿대, 토복령, 만년불사초 등 이름조차 생소한 희귀한 약초들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마침내 다니던 회사에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신내림을 받은 사람처럼 전국의 깊은 산 속을 누비는 '심마니 인생'의 2막을 시작했다. 벌써 3년 전의 일, 그동안 100여 뿌리가 넘는 산삼을 발견해 심마니로서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책에서만 보던 상황버섯이라는 것을 실제로 발견했을 때는 너무 눈부셔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습니다. 황금빛으로 물든 상황버섯은 말 그대로 성스러움 그 자체였죠. 금맥을 캐는 기분이 들 정도 흥분되고 설레던 그때 마음을 잊을 수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