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포털 야후의 중국어판 메인 화면. 야후는 시 따오 기자의 기소에 협력한 혐의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사생활권의 침해
야후의 지주회사는 중국 남부의 홍콩에 위치해 있다.'일국양제'로 불리는 특별 입헌제도 아래에서 홍콩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누리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홍콩에서는 중국 본토의 규정에 구속 받지 않고도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홍콩에서는 '천안문 학살'을 구글을 통해 검색하면 1989년 일어난 학생 저항 운동에 관한 내용이 가장 먼저 뜬다. 그러나 홍콩에서 불과 40㎞ 북쪽에 위치한 선전에서 같은 내용으로 검색을 하면 에러 메시지가 뜬다. 중국 당국은 MS와 야후의 도움을 받아 모든 조회 내용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자율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홍콩에 사무실을 둔 기업들도 국가 안보와 관련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국 본토의 법에 구속되지 않아야 한다. 물론 시 따오의 이메일이 실제로 국가 안보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중국에서 말하는 '국가기밀'과 '국가안보'는 그 정의가 모호하며 구체적인 사건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아 따로 조사를 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홍콩은 엄격한 사생활 보호법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중국 본토에는 이런 종류의 법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달 초 홍콩 사생활 보호 판무관 로더릭 우 번은 야후가 따오 기자의 사생활을 침해했는지 조사를 재개하겠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비즈니스와 관련된 정보, 또는 따오 기자가 일하는 장소와 사무실 전화번호 등을 요구했고 위원회는 초기에는 이를 개인정보로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사생활 보호와 개인의 자유옹호에 앞장서고 있는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처럼 홍콩 법률이 악용되고 있는 실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로니 통 카와 입법의원이 이에 관해 우려를 표명하고 이 문제를 더 깊이 조사할 것을 약속한 지 며칠이 지난 뒤에야 번 판무관은 그의 결정을 번복하고 조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사건은 중국 당국이 홍콩에서도 개인의 사생활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해 주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 - 이 사건의 경우 아이 케이블(i-Cable) - 은 중국 정부가 요청하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아니면 공무집행 방해로 기소되는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미국 IT 기업의 책임
야후 같은 미국 IT 기업들이 중국 당국과 공모하여 법을 교묘하게 피하고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현 상황을 모두가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합작 규모가 210억 달러가 넘는 미국, 유럽, 호주의 26개 기업을 대표하는 투자자 및 연구원들의 연합은 11월 7일 표현의 자유 보호에 기업들이 앞장서도록 촉구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인권 침해 국가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IT 기업을 감시하기로 결의했다.
이 연합에 참여한 투자 펀드 중 하나인 보스턴 커먼 애셋 매니지먼트의 사회 조사 및 지원 분석가인 던 울프는 "주주로서 우리는 우리가 투자한 기업이 인권 침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확신이 필요하며, 인터넷 정보유통을 가로막고 명성을 스스로 더럽히며 장기적인 성장의 기회를 훼손시키는 데 공모하고 있지 않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리장성은 무너질 것인가
미 의회의 크리스토퍼 콕스 의원은 "인터넷 접속 차단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하기 위해 고안된 국제 인터넷 자유 법안(Global Internet Freedom Act)을 지난 5월 다시 상정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인터넷의 자유로운 정보흐름을 막는 방해물들, 예를 들어 중국의 '방화벽 만리장성(Great Firewall)'과 같은 장애물의 제거에 있어 큰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최근 인터넷의 자유 확산을 위해 '블로거와 사이버 반체제 인사를 위한 핸드북'을 출판했다.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하면서도 개인의 신분과 사용자 정보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전직 CNN 특파원이었던 레베카 매키넌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미국의 정가에서는 인터넷이 궁극적으로 중국을 민주주의 체제로 변화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확신하지 않는다. 중국의 인터넷 통제정책은 이미 주변의 독재국가인 베트남뿐 아니라 멀리 이란에 이르기까지 좋은 모방의 모델이 되고 있다. 또 소위 자칭 민주정부라고 하는 자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인터넷의 자유에 대한 도전은 전세계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과제이다. 지금 중국에서의 몸부림이 바로 당신 국가에도 해당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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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열 만리장성 쌓는 중국 부화뇌동 하는 미국 IT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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