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임금과 4신> 표지입니다.강임수
자미원은 북극성을 품고 하늘의 중앙에 있어, 일년 내내 볼 수 있는 별자리이다. 자미원 안에는 하늘나라 임금님이 산다. 사신은 동쪽의 청룡, 서쪽의 백호, 남쪽의 주작, 북쪽의 거북이를 이른다. 하늘나라 임금님은 얼굴이 네 개나 되어 여덟 개의 귀로는 무슨 소리든 들을 수 있었고, 네 개나 되는 입으로는 하늘 구석구석까지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코도 네 개라 좋은 냄새든 나쁜 냄새든 모두 맡아야 하기에 임금님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특히, 남쪽 하늘 '측간' 별자리에서 나는 냄새로 곤혹스러워 했다. 그러자 남쪽 신인 주작이 나서서 측간 별자리 옆 '토공리' 별자리를 시켜 병풍을 세우게 했다.
이처럼 동양에서 전해오는 별자리이야기는 서양의 것과 달리 인간적인 면을 그려내고 있다. 화장실 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시장, 솥단지, 절구공이, 임금이 쓰는 양산, 강, 부엌 따위가 별자리로 정해져 있다. 일상적인 물건이나 장소를 소재로 다루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깊다.
서양 별자리인 처녀자리의 별 2개로 이루어진 각수는 남북으로 뻗은 것이 마치 뿔처럼 생겼다. 뿔은 동물의 힘을 나타내기 때문에 뿔 별자리인 각수는 임금의 힘과 위엄을 나타내는 별자리이다. 북쪽별은 우각성, 남쪽별은 좌각성이라 하는데 하늘에 임금이 있다고 믿었던 옛날에는 북극성 쪽에서 바라봤을 때를 기준으로, 별자리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것과 반대 방향에 위치한다.
중국신화에 나오는 가장 큰 전쟁인 '탁록전쟁'에서 황제가 치우의 군사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이 뿔피리 덕분이었다. 그래서 신화에 등장하는 황제의 뿔피리는 왕의 힘과 위엄을 세상에 알리는 물건으로 여겼다. 인간은 동물처럼 뿔의 힘을 가지고 싶어, 금관을 만들어 머리에 써서 힘을 과시했다고 한다.
각수에 딸린 별자리로, 3개의 별로 이루어진 주정 별자리는 '주나라의 솥'이란 뜻을 갖고 있다. 솥은 살림의 기본이 되는 신성한 물건으로 나라에서 가장 먼저 살피는 별자리이다. 솥이 흔들리지 않고 설 수 있게 다리가 3개로 만들어 졌다. 솥별이 흔들려 보이면 나라가 위태롭게 될 거라 예측했다.
주나라의 우임금은 9개 도시에 금속을 거둬들여 흉악한 동물과 귀신의 모습을 새겨 9개 솥을 만들었다. 백성들에게 동물과 귀신의 모습을 알려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솥들은 왕권만을 상징하게 되었고 진시황 이후 사라져 버렸다.
또 천문을 깨우쳤다는 제갈공명은 삼태성이 흐려지자 자신의 운이 다했음을 예견한다. 하늘에 기도를 올려 수명을 연장하려 했으나 부하의 실수로 그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제갈공명은 하늘 뜻을 바꾸려 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치고 생을 마쳤다.
동양의 별자리이야기는 인간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으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양 별자리들이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 것에 비해, 동양에서는 중국의 한자가 그러하듯 사물과 사물 속에 담긴 의미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별자리에 담긴 서양사상은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바탕으로 이루졌다 할 수 있고, 동양사상은 인간주변의 사물과 그것이 의미하는 상징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서양의 별자리는 인간이나 동물, 악기의 형태를 직접 별자리에 그렸지만, 동양에선 북극성이란 별 하나가 '하늘의 극(하늘의 임금)'을 뜻하듯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렇듯 이 책 읽으면 별을 바라보는 동양인의 사상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별자리에 관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하늘엔 문창성이라는 시의 왕국이 있다. 신라 최고의 문장가인 최치원은 지상에서 받았던 차별 대우로 뜻을 펼 수 없었던 한을 풀고자 '시의 왕국' 왕이 되었다. '시의 왕국'에서도 낮은 벼슬에 머물고 있던 김시습은 최치원이 자신의 시를 알아주지 않자 반란을 일으킨다. 그리하여 김시습과 최치원이 마주 앉아 시 대결을 하게 되는데, 김시습의 입에서 나온 시가 '산'이라고 하면 산이 대답하고, '강'이라고 말하면 강이 대답했다. 이에 최치원이 김시습의 재능에 감탄하고 그제야 김시습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한다.
우리 조상들은 스스로를 하늘의 자손이라고 여겼다. 사람은 하늘로부터 생명을 받고, 죽은 후에도 하늘나라에서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고 믿었던 것이다. 고구려 사람들은 땅의 삶과 하늘의 삶은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상의 풍습을 그린 그림과 별자리 그림을 한 벽화에 동시에 그린 것이다.
중국의 고대 천문학은 사마천이 쓴 사기 중 <천관서>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우리나라 천문학이 중국 천문학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구려 고분 벽화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중국과는 다른 독자적인 '천손사상'을 갖고 있었다. 또 중국의 북극성을 하늘의 중심으로 보았지만 우리는 북두칠성을 더욱 사랑해, 칠성신앙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같은 문화권에서는 생활방식이나 사상을 공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성숙한 문화로 중국과 교류했다는 것과 일방적으로 중국문화권에 속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다르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보여주는 별자리 그림들은 그런 맥락에서 더욱 소중하다 하겠다.
우리 아이들은 몇 년 전부터 유행했던 그리스신화 만화를 통해 서양 별자리에 관해서는 박식하다. 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계절별 별자리 관찰탐구 역시 그리스 신화의 별자리를 배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로 동양의 별자리 이야기보다는 그리스 신화 별자리에 더욱 익숙하다. 서양 별자리이야기는 오랫동안 역사와 철학, 문학, 심리학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켜 오랜 연구를 통해 전승되고 널리 알려졌다.
그들의 노력처럼 우리도 별자리에 관리 이야기가 그리스신화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하고 아이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서양과 동양의 근본 사상이 어떻게 다른지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중국과 우리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만의 아름다운 별자리 이야기를 세상에 들어내고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하늘나라 임금과 4신 / 장수하늘소 글 / 강미영 그림 / 고래실 펴냄
값 8500원
재미있는 이야기와 전설로 엮은 우리 별자리 이야기입니다. 해와 달의 탄생, 우주와 별, 계절별 별자리까지 꼼꼼하고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보면 좋겠고 중국신화를 간단히 읽고 보면 더욱 좋겠습니다.
하늘나라 임금과 4신 - 세계의 어린이가 함께 읽는 우리 별자리 이야기 1
장수하늘소 엮음, 강미영 그림,
고래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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