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판수 일행은 요양을 거쳐 심양까지 무난히 갈 수 있었고, 그 와중에서 평구로의 도움은 매우 컸다. 조선말은 물론 청국어와 중국어까지 능통한 그였기에 돈만 지불하면 숙식을 해결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요양 인근에서는 두청이 보낸 이들과 마주칠 뻔도 했지만 미리 이를 알아챈 평구로가 그들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요양을 넘어서면서부터는 길을 가는 것 자체가 고생의 연속이었다. 몇 차례나 강을 건너야 했고, 여비도 거의 떨어져가는 바람에 주린 배를 움켜잡으며 잠을 청하는 일이 허다했다.
장판수와 평구로는 이를 그런대로 참아 내었지만 짱대는 험한 길을 제 발로 택한 것이 후회막급이라며 땅을 쳤다.
“이 놈아 그러기에 내래 따라오지 말라고 그렇게 이르지 않았네?”
“에구...... 이젠 돌아갈 힘도 없습니다.”
그래도 쉴 틈 없이 서둘러서 의주를 떠나 압록강을 건넌지 보름 만에 장판수 일행은 심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이고...... 우리야 겨우 왔지만 이제 포로로 잡힌 이들을 어찌 저 성곽에서 빼내어 의주까지 데려간단 말이오.”
짱대가 탄식을 해대었지만 장판수는 이를 탓하지 않았다. 장판수 역시 막막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평구로가 슬며시 장판수의 옆으로 와 중얼거렸다.
“막상 오니 자신이 없는가?”
장판수는 마치 불에 데기라도 한 양 버럭 소리를 질러대었다.
“무슨 소립네까!”
“그렇다면 심양으로 들어설 길을 찾아보자.”
문지기들이 버티고 있는 문으로 복색조차 상이한 그들이 똑바로 걸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장판수 일행은 반나절을 허비해서야 성안으로 들어설 샛길 하나를 찾아내었다. 성안으로 들어선 장판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또 다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장판수는 평구로를 돌아보았지만 그는 딴전을 부리며 하늘을 보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나야 그저 자네를 믿고 따라온 것뿐이다.”
장판수는 땅바닥에 힘차게 가래침을 ‘캬악’올려 뱉은 후 짱대를 불렀다.
“아, 이제 사람 사는 곳에 왔으니 뭐라도 먹고 움직입시다.”
“내래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부른기야. 너 장터에서 놀았다니 그거 알지 알겠네?”
“그거라니 그게 뭡니까?”
짱대가 이마에 주름을 잔뜩 잡고서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거 말이야! 그 뭐야...... 장타령!”
“예?”
짱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장판수를 쳐다보았다.
“여기도 장터가 있을 것 아니네! 그리로 가서 걸쭉하게 장타령 한 곡조 부르고 요기할 거리나 얻어 오자우.”
“에구구...... 형님! 제대로 된 밥이라도 먹으려면 부잣집 앞에서 불러 제켜야지 장터에서 그러면 구경꾼 밖에 더 모입니까! 게다가 여기는 되놈들만 득실거리는 곳인데 그런 걸 부르면 뭔 말인지 알아들을 게 뭡니까!”
“아 그놈 참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무슨 잔소리가 그리 많네! 아 수 만 명이 이리로 끌려 왔는데 그 사람들을 어디에 가둬놨갔어? 알아들을 조선 사람이 있을 테니 염려 말라우.”
“그래도 그렇지.”
“이놈이 확! 하기 싫으면 그냥 의주로 돌아가 버려!”
잠시 후, 짱대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심양의 상가로 가서 머뭇거리며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 옆에서 보고 있는 장판수가 눈을 부라리자 짱대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타령을 시작했다.
“떠르르 르르르르 돌아왔소......”
“아 이놈아! 그래가지고 누가 듣갔어! 좀 더 구성지게 불러 보라우!”
장판수가 윽박지르자 짱대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눈을 딱 감고 장타령을 목청껏 질러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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