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담쟁이덩굴이 우리 마음 속에 불붙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위에 엉켜있는 모습이 우리네 인생살이를 많이 닮았다. (서귀포시 월라봉 가는 길에서)김동식
벼랑 끝에 몰린 덩굴 같은 삶
쌀 개방 반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어 안타까움을 더 해 주고 있다. 벼랑 끝에 선 농민들의 서러운 죽음 앞에 세상 사람들은 눈물조차 말라 버린 듯하다. 11월23일, 농민들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쌀협상 비준동의안은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11월11일에는 쌀협상 비준안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정용품(38·전남 담양군)씨가 우리나라 농업·농촌정책을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바라며 '농업인의 날'에 충격적인 죽음을 선택한 그는 10년 넘게 고향에서 딸기와 벼농사 등을 지으며 이장과 농협이사, 농민단체 회원으로 활동해 왔다.
그리고 11월17일, '성실히 노동하면 땅은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던 여성농민 오추옥(41·경북 성주군)씨가 귀농 6년 만에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가 남긴 것은 '쌀개방 반대' 유서였다.
11월24일에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농민대회에 참가했다가 머리를 다쳐 두 차례에 걸쳐 뇌수술을 받아 온 전용철(43·충남 보령군)씨가 끝내 숨졌다. 그러나 '공권력에 의한 사망'이라는 전국농민회총연맹측의 주장과는 달리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25일 사망원인으로 밝혀진 '후두부 충격'이 경찰의 강경진압 과정에서 나타났을 가능성에 대한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공식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