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가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그의 연구가 여성의 난자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작년부터 논란은 거듭되었으나, 이번 '사태'는 그가 '모든 공직을 사퇴'하게끔 만들었다. 국민들은 표면적으로 그의 사퇴를 유도한 MBC < PD 수첩>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어느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그 방송을 제작한 어느 PD의 가족사진까지 공개하면서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그리고 < PD 수첩>에 광고를 내는 회사들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 PD 수첩>의 존폐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황우석 '마니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언론은 '매국노'로 간주되고 있다. 그네들이 생각하는 '애국 애족'은 대한민국의 이름을 널리 알릴 인물이 간만에 등장했는데, 그를 돕지는 못할망정 깎아내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골자로 한다.
그래서 황 교수 연구팀의 난자 제공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MBC < PD 수첩>은 당연히 매국노로 전락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애국 애족'의 정신보다 비뚤어진 민족주의와 중세시대 마녀사냥의 21세기 한국판 시나리오를 읽게 된다. 또한 우리는 언론인들의 자유로운 양심이 국가적 이익, 혹은 국민들의 염원에 가려 짓밟히는 현장을 발견한다.
< PD 수첩>은 과학자의 훌륭한 연구 성과는 올바른 윤리의식과 동반되어야 바람직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언명을 제시한 것뿐이다.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데 국가적 이익을 계산하면서, 국민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가?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무언가 착각하고 있다. 전체주의적 사고방식 내부에 위치하는 국가주의를 큰 목소리로 비판하면서도, 국민 다수의 목소리를 국가의 자리에 올려놓으려고 한다. 이는 전체주의의 종식이 아니라 또 다른 전체주의를 가져온다. 국민들은 언론을 관변언론에서 벗어나 획일적인 민변언론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인가?
우리는 이쯤에서 언론의 역할과 기능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명확히 규정된다면, 지금처럼 가타부타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은 공론 영역에서 여론을 형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말 한마디가 굉장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언론인들은 더욱 신중한 '말'을 찾는 것이다. 모든 방송이 황 교수의 연구 업적에 초점을 맞추어 황 교수 칭찬 일색으로 갔지만, < PD 수첩>은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는 것을 알렸을 뿐이다. 일장에 일단인 것이다. 사태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선 사태의 모든 면을 골고루 살펴야 한다.
결국, < PD 수첩>의 이번 기획은 어떤 사안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한 수준을 넘어서 매우 파쇼적이었다. 프로그램 담당자의 가족사진을 공개하며 '인민재판'이라도 시행할 태세로 흥분해 있으며, 해당 방송에 광고를 지원해주지 말라는 사회적 압력을 넣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유신정권 하 민간언론에 대한 국가의 탄압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나는 별 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우리 국민들의 올바른 시민의식 함양과 언론의 건전한 비판 기능 회복을 위해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심각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가 존폐 위기를 불러일으킬 만한 군사 비밀이 아닌 이상 언론은 비판적 검증을 위해 건전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사실에 입각한 바람직한 담론을 형성한다면 국민들은 감정적인 민족주의의 잣대로 언론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 어떠한 종류의 비판이든, 건전한 잣대에 기반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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