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소설> 흐르는 강 143

대원군 집정기 무장개화세력의 봉기, 그리고 다시 쓰는 조선의 역사!

등록 2005.12.03 09:51수정 2005.12.0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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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헉”


흉터 난 사내가 한 달음에 주막거리 쪽까지 뛰어 왔다. 그 많던 사람의 물결이 다 어디로 흩어졌는지 이쪽은 한산했다. 숨이 턱까지 닿아 주막거리를 돌자 뚜껑이 있는 옥교 둘과 가마꾼 넷, 그리고 김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에헤헤, 약조는 칼 같으시구먼요.”

흉터 난 사내가 김병학네 검객 김기를 보자 반색을 했다.

“폭음소리를 들어보니 성공했나보구먼. 욕봤네.”

김기가 배시시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뭘입죠. 제 수하 둘이 당했수다만 그 몫 또한 챙겨주셔야 할 것입니다요.”

흉터 난 사내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비식 울었다. 흉터가 일그러지니 더욱 탐욕스러워 보였다.


“염려 말게. 가마에 이미 챙겨 두었네. 영도다리 너머 수유촌까지는 가마로 가되 이후엔 가급적 도성으로부터 멀리까지 걸음을 놓아야 할 것이야. 못해도 내일 중으론 양주를 벗어나야 할 것인즉.”

“염려 놓으소사. 달리 말씀이 아니어도 내 목숨 달린 일이니 어련하옵겠수. 이히.”

김기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가마로 다가갔다.

“그런데.....자네의 어깨 상처 말일세. 총상이 아닌가?”

김기가 가마에 들려는 흉터 난 사내에게 물었다.

“말 마슈. 방해꾼들이 있었쇠다. 수하 한 놈은 거사도 치루기 전에 당했고 나머지 한 놈도 거사 중에 놈들에게 당했수. 쳐 죽일 놈들 분풀이를 하긴 했지만...”

“뭐라? 방해꾼? 그럼 대원군의 평복 호위들이라도 있었단 말이냐?”

“왕의 무예별감들이 덮치는 꼴을 보니 그렇지는 않아 보입디더만, 낸들 알 게 뭐요. 이렇게 살았으면 되는 게지.”

어서 자리를 떴으면 싶은지 흉터 난 사내는 별스럽지 않게 대꾸하고는 가마의 앞문을 들어 올렸다.

[쉭]
“허억!”

가마로 몸을 들이밀던 흉터 난 사내가 비수를 끌어안고 튕겨져 나왔다.

“어쩌나......살지 못하게 되어 유감이네”

정확히 명치에 박힌 한 뼘 비수를 부여잡고 그대로 넘어진 흉터 난 사내를 향해 김기가 싸늘하게 내뱉었다. 가마 안에서 사내 하나가 손을 털며 나오더니 흉터 난 사내의 명치에 꽂힌 비수를 비틀었다. 흉터 난 사내는 비명을 지르지 못한 채 눈 흰자위를 뒤집고 버둥거렸다.

“나으리, 해치웠습니다요. 나머지 두 놈이 거사 현장서 끝장나는 통에 저희 손이 덜었습니다.”

가마에서 나온 사내가 말했다.

“그러게 말입죠. 여즉 기다리고도 손 한 번 못 놀렸으니.”

이번엔 다른 가마에서도 한 사내가 나오며 투덜거렸다.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이 놈들이 예까지 오지 못한 게 꼭 잘 된 것만은 아닌갑다. 기운이 석연치 않아......”

“......”

생각보다 싱겁게 끝난 일에 반색할 줄 알았던 김기가 의외로 심각한 표정을 짓자 가마에서 나온 두 사내도 표정이 굳었다.

“아무래도 서둘러 대감댁으로 들어가야겠다. 이놈 실어다 매장하는 일은 저 아이 둘에게 맡기고 너희는 속히 날 따르거라.”

“예. 나으리!”

가마꾼으로 위장한 수하 둘이 흉터 난 사내의 시신을 치워 가마에 넣고는 총총 길을 줄였다. 김기와 다른 넷은 그 사이 도성 숭례문을 향해 뛰었다.

“보고만 계실겁니까요!”

천돌이가 부르르 떨었다.
천돌이의 시선 끝으로 왕의 환궁을 준비하느라 군사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그와는 동떨어진 곳에 포박되어 재갈까지 물린 채 일군의 군졸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전’의 모습이 보였다. 다른 군사들은 이미 죽은 1대의 오장과 ‘후’, 그리고 전에 의해 목숨을 잃은 젊은 자객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었다.

“어쩔 수가 없다. 지금으로선 무리야.”

대장간 복 서방이 침통하게 말했다.

“의금부로 들어가기 전에 구해야 합니다.”

천돌이가 애타게 청했다.

“그걸 누가 모른다더냐! 허나 저 수효를 보거라. 이 인원으로 어디 가당키나 하겠느냔 말이다.”

호통을 친 복 서방이 주위를 훑었다. 도성 백호대장의 직분이기는 하나 점조직 체계인 관계로 직속 휘하의 5인이 고작이었다. 다른 대를 끌어 모으기엔 겨를이 없을뿐더러 그런 소란을 일으켜 도성 내에 구축한 백호대 망을 붕괴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언제는 우리가 머릿수로 싸웠습니까!”

이번엔 천돌이가 아닌 다른 대원이 나섰다.

“죽는 한이 있어도 끌려가는 동패를 어찌 저버릴 수 있습니까요.”

다른 대원도 거들었다.

“그 입들 다물지 못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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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서.화에 능하고 길떠남에 두려움이 없는 생활인. 자동차 지구 여행의 꿈을 안고 산다. 2006년 자신의 사륜구동으로 중국구간 14000Km를 답사한 바 있다. 저서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랜덤하우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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