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눈은 포근하다. 아니다, 눈은 차다. 눈은 그렇게, 볼 때와 손에 만졌을 때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 그러나 눈은 포근하다는 볼 때의 느낌이 차다는 만졌을 때의 느낌을 압도한다. 우리는 뻔히 알면서도 눈의 그 차디찬 느낌을 나 몰라라 한다. 우리가 시린 손을 호호 불면서도 눈밭에서 마냥 즐거운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손가락 사이를 파고드는 냉기가 5분 이상 장갑을 벗고 있기 힘들게 했지만 세상을 덮은 눈밭을 지날 때 나의 마음은 푸근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