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하던 날주경심
나는 집으로 돌아온 뒤 고구마밭을 보듬어 안은 엄마의 모습과 그 엄마를 이제껏 미련하게만 생각해온 나의 모습을 수식어 하나 없이 은유법 하나 없이 적어서 농촌체험기에 응모했다. 글을 쓰는 내내 금세라도 밭고랑에서 흘리던 땀이 이마를 타고, 눈썹을 지나 흘러내릴 것 같아 몇 번이나 맥없는 이마를 쓸어내리기도 했었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쓴 글은 절대 아니었다. 그저 나도 농군의 자식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 부모님이 주신 그 많은 곡식들을 그저 공으로만 받아 먹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부모님의 그 애면글면한 삶을 이해는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어설픈 농군의 딸의 목소리가 우수상으로 뽑힌 것이다.
수상 소식 역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방학을 맞아 고향집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들었다. "축하합니다. 농촌체험기 우수상에 뽑히셨습니다. 8월30일에 시상식이 있을 예정이고, 부상으로는…." 얼마나 놀라고, 또 엄마에게 죄송하던지 부상을 설명하는 대목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향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수상소식을 엄마에게 전했다. 무슨 상이든 받기만 하면 된다는 엄마였기에 당사자인 딸보다 더 기뻐해주셨다. 그런데 상을 받게 된 이유를 듣고 나서는 수상소식만큼이나 황당한 말씀을 남기셨다.
"밭 하루 맸다고 상을 주믄은 나는 상을 다발로 갔다줘도 부족허겄다 근디 밭 잘 매서 밭은 상이라고 호맹키(호미)를 주는 것은 아니겄지야?"
그때서야 부상이 어떤 건지 궁금해져서 전화를 걸어봤다. 부상은 베트남 하롱베이와 하노이연수였다. 결국 아이들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긴 했고 나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엄마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가도 못허는 외국여행인디 차라리 호맹키 한자리가 더 낫겄다!"
물론, 연수를 못가는 대신 상금을 받았다. 그리고 그 돈의 일부는 "호맹키라도 주라 해라"하시던 엄마에게 드렸다.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그때 엄마의 마지막 말이 지금 생각해도 나를 웃음 짓게 한다.
"놀지 말고 날마다 써라… 암껏도 안 하고 앉아서 글만 쓰믄 돈을 주는디 니가 놀믄 안된다. 게으르믄 죽어야 되는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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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쓰면 돈 주는 디 니가 놀아서 되것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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