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장관, 당 복귀 고민할 때 아니다

[정욱식 칼럼] '당'이 먼저인가 '민족'이 먼저인가

등록 2005.12.08 18:52수정 2005.12.0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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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 <오마이뉴스> 초청 '네티즌과의 대화'에 나선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당 복귀 의사를 처음 밝혔다.
12월 7일 <오마이뉴스> 초청 '네티즌과의 대화'에 나선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당 복귀 의사를 처음 밝혔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창당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열린우리당 내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당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 장관이 공개적으로 "당으로 복귀하고 싶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금이 과연 당 복귀를 추진할 때인지 열린우리당과 정 장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의 위기'에 앞서 민족공동체의 미래가 극히 불투명한 상태에서 통일·외교·안보정책의 수장이 자리를 떠나는 게 과연 적절한 일일까?

필자는 결코 적절한 처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정 장관이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의 역할을 잘 수행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가 필요하다는 평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정 장관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반도 정세는 그를 필요로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정 장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우선 정 장관을 비롯한 정부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엄중하다. 정부는 지난 9월 19일 6자회담 공동성명이 채택되면서 마치 북핵 문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말해왔지만, 냉정하게 판단할 때 '지금부터 시작'이다. 최근 금융제재를 둘러싼 북미간의 대결과 부시 행정부 내 강온파 사이의 갈등은 불확실한 한반도의 미래를 보여주는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멀고도 험한 길에 이제 막 발을 디뎌놓은 상태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그 길에서 발을 빼라 하고 정 장관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적절한 처사일까?

혹시 정 장관은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의 몸을 던지는 것보다 '당 복귀'라는 안전한 길을 선택하고 싶어하는 것인가? 북핵 문제의 해결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남북관계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도 녹록치 않은, 그래서 통일부 장관에 계속 있으면 대권의 꿈이 멀어질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것이 필자의 오해이기를 바랄 뿐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필요한 이유

정동영 장관 스스로도 말했듯이, 그에게는 "복이 있었다." "평양 땅을 한번도 밟아보지" 못할 뻔했던 정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가장 오랜 시간동안 대화를 나눈 통일부 장관이 되었다. 북한의 핵실험설, 미국의 유엔 안보리 회부설이 난무했던 올 상반기의 엄중한 정세를 딛고 6자회담의 재개와 공동성명 채택이라는 이정표의 정 가운데에 서 보기도 했다.


광복 60주년, 6.15 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정부 대표로서 수십만명의 민족 구성원 앞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의 성실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고, 그래서 정 장관으로서도 잊지 못할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 장관의 당 복귀는 적절치 않다. 정 장관의 당 복귀는 통일·외교·안보팀의 부분적인 인적 교체를 수반하게 된다. 새로운 장관은 업무를 익히고 또 다시 인적 네트워크와 지휘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는 상당한 시간을 요한다. 그러나 오늘날 한반도의 정세는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동영 장관은 김정일 위원장과 장시간 동안 허심탄회하게 민족의 미래와 운명에 대해 얘기를 나눈 인물이다. 이는 북한체제 및 남북관계의 특성상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통일부 장관의 교체는 그 의미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정 장관은 여러 차례에 걸쳐 "6자회담의 모멘텀(추진력)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 모멘텀이 유지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은 '사람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다. 부연 설명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북한과 미국 등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의 외교안보정책 담당자들은 '프로급 선수'들이다. 새로운 장관이 이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며, 이는 통일부 장관의 교체가 한국의 통일외교안보 정책 역량을 반감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린우리당은 자제하고, 정 장관은 재고(再考)해야

거듭 강조하지만 오늘날의 한반도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고, 이러한 맥락에서 역량과 영향력을 갖춘 정동영 장관의 당 복귀는 부적절하다. 지금 정 장관이 고민하고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할 일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민족공동체의 미래를 개척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열린우리당도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달려 정 장관의 복귀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과 역할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정 장관과 당이 민족의 미래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것이야말로 당 위기의 수습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당의 위기'를 넘어 '민족의 위기'를 볼 수 있는 지혜와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요구하는 것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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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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