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천암호 기러기떼.최성민
고천암호 가창오리들은 하루 내내 주로 호수 안에서 왔다갔다하면서 온갖 쇼를 벌인다. 갈대밭 사이 에 앉으면 오리와 갈대가 구별이 안 된다. 새 '을'(乙)자 모양의 변종 갈대밭이 한 군데 광활하게 더 들어섰구나 생각하면 된다.
그 오리들은 사람이 가까이 가도 별로 경계하지 않는다. "수많은 무리 중에 하필이면 내가 다치랴…" 하는 심사인 것 같다.
가창오리들이 날아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대개는 한쪽 방향으로 줄을 지어 날아가지만, 호수 위에서 앉을 자리를 찾아 갑자기 방향을 180도 바꿀 때는 몸뚱이만 햇볕에 반사돼 일제히 드러난다. 또 몇 개의 무리가 여러 방향에서 오가다 뒤섞일 때는 거대한 회오리바람에 온갖 먼지가 휘날리듯 혼란스러운 모습이 연출된다. 그래도 부딪쳐 떨어지는 놈 하나 없다.
다만 거기에서 함께 붙어 다니는 이웃이나 짝이 있을지, 오직 군중 속에 외로운 혼자만의 세계가 아닐지, 그러면서 그 거대한 사회가 어떤 기술로 통제·유지되며 이동하는지가 궁금해진다.
▲최성민
물론 고천암호엔 가창오리만 있는 건 아니다. 기러기 떼의 공중곡예도 볼만하다. 덩치 큰 기러기 떼도 200~300마리가 몰려다니는 것으로 보아 한국에서는 고천암호 주변 논에 가장 많이 모이는 것 같다.
구름처럼 많은 수가 퍼져 날아가며 숫자로 위력을 보여주는 가창오리들의 떼춤과는 달리 기러기 떼의 비행은 비행기가 떼 지어 날아가는 것처럼 정연하다. 기러기 떼가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이 날아오는 것을 밑에서 망원렌즈로 잡으면 햇볕에 반사되는 기러기의 몸통이 다 각도로 드러나면서 생명의 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기러기 떼가 바로 위를 지나갈 때는 날갯짓하는 '삐거덕~' 소리마저 들리는 듯하다. 어릴 적 추억으로는 우리 집 초가지붕 위를 기러기 떼가 날아가면서 마당에 똥을 떨구곤 했었다.
▲최성민
기러기들은 호수 물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논에 내려앉아 먹이를 구하거나 쉰다. 어떤 놈들은 그 새에 날갯죽지에 고개를 처박고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는데 그때는 한쪽에 망보는 불침번이 서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이 가까이 가도 웬만해선 쉽게 날아가지 않는다. 덩치가 크기에 이륙할 때 힘이 많이 들어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총을 든 사람이나 위협이 되는 물체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금방 알아본다.
▲최성민
▲최성민
| | 우리나라 오리 38종 중 텃새는 2종뿐 | | | | 전세계에서 오리과와 기러기과에 속하는 새의 종류는 146종이 알려져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38종이 기록되어 있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오리류는 텃새인 흰뺨검둥오리와 원앙 등 2종뿐이고 나머지는 철새다.
가창오리는 전세계에 10만5000마리 가량이 살고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몸길이 약 40cm, 날개 길이 약 20cm. 수컷은 머리가 검고 얼굴 앞부분이 황색, 뒷부분은 녹색이며 중앙에 검은 색의 띠로 경계를 이룬 광택이 있다. 이런 무늬 때문에 태극오리라고도 불린다.
암컷의 머리는 짙은 갈색이며 윗부리 가까운 얼굴에는 크림빛 회색 둥근 무늬가 있다. 시베리아 중동부에서 4~7월에 번식하고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월동한다. | | | | |
덧붙이는 글 | 고천암호 가는 길
서울-서해안고속도로-목포-영암호방조제-해남 산이면-황산면-고천암호 순으로 간다. 가까이에 우항리 공룡화석지가 있다. 황산면 소재지에 식당이 많다. 해남읍이나 진도읍(각각 30분 걸림)으로 가면 숙식이 편리하다. (061)532-2572(황산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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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창간발의인, 문화부 기자, 여론매체부장, 논설위원 역임.
곡성 산절로야생다원 대표.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소장.
철학박사(서울대 교육학과, 성균관대 대학원 동양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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