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덕분에 웃을 수 있게 됐어요

<일곱 난쟁이의 쓱쓱 싹싹 비빔밥 만들기>을 읽고

등록 2005.12.09 17:05수정 2005.12.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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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난쟁이의 쓱쓱 싹싹 비빔밥 만들기> 책 표지 입니다.
<일곱 난쟁이의 쓱쓱 싹싹 비빔밥 만들기> 책 표지 입니다.대교
좋은 동화란, 아이들이 그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상상력을 키워주며, 다른 이에 대한 이해 폭을 넓히도록 도와야한다. 또 동화에 쓰이는 언어는 아이들의 것으로 의미 전달이 쉬워야 한다. 이런 조건을 고루고루 갖춘 동화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부분의 동화들이 진부한 주제를 반복해 다루거나, 무거운 주제에 어른들 감성을 실어, 그 무게를 가중시키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이들이라고 해서 매번 가벼운 주제만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무거운 주제일수록 아이들 정서로 경쾌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곱 난쟁이 쓱쓱 싹싹 비빔밥 만들기>가 이런 여러가지 조건을 골고루 갖춘 좋은 동화란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책에 엮은 다섯 가지 이야기는 각각 전혀 다른 내용과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일곱 난쟁이 쓱쓱 싹싹 비빔밥 만들기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동화가 끝난 뒤 어떻게 살았을까? 난쟁이들은 바뀐 시대에 맞추어 가수와 춤을 좋아하고 인터넷을 즐기기도 한다. 특히, 쇼트트랙을 즐겨 보는데 김동성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김동성 선수가 오노선수에게 1등을 놓친 것을 보고 무척 아쉬워했다. 하루는, ‘김동성이 안톤 오노에게 비빔밥을 같이 먹자’고 했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여기에 힌트를 얻어 난쟁이들은 왕비와 백설공주를 초대해 비빔밥을 같이 만들어 먹기로 한다. 왜냐하면 백설공주와 왕비는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빔밥은 한국전통음식으로 외국사람들도 좋아하는 건강식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아무하고나 비빔밥을 먹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람들도 가까운 사람들끼리만 한 그릇에 밥을 비벼 먹는다. 김동성 선수가 오노에게 ‘비빔밥을 먹자’고 한 까닭은 사건의 시비를 가리는 것보다 일단 서로 적대시 하지 말고 친해보자는 뜻이 담겨있다.

서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운동경기를 하는 목적은 친목을 도모하고 우의를 다지기 위해서이다. 금메달만을 목적으로 하거나, 승패에 따라 민족적 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안 된다. 김동성이 비빔밥으로 화해를 생각해 낸 까닭도 여기에 있었다.

그런 의도에서인지 이 동화 속 백설공주와 왕비가 원작과 달리 선악을 분리하지 않는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한 그릇 속 비빔밥처럼 백설공주와 왕비를 똑같이 섞어버렸다. 외국 동화를 빌려 뒷 이야기로 꾸몄지만, 다분히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소재(비빔밥)로 한국적인 감성을 말하고 있다.


눈물 파는 가게

여기서도 눈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 아주 색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저씨가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다, 고향에 돌아와 눈물을 모으기 시작한다. 마음이 흡족할 정도로 눈물이 모이자, 아저씨는 고향을 떠나 눈물 없는 나라로 가서 ‘눈물 파는 가게’를 차린다. 사람들은 처음엔 눈물이 뭔지 몰라 나름대로 분석하고 정의 내리려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 눈물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꼬마아이가 눈물을 샀는데 실수로 그만 눈 속으로 흘러들어 갔다.


아이의 눈물을 보자 싸움을 자주 하던 엄마 아빠는 싸움을 멈추고 아이에게 미안해했다. 눈물 덕분에 아이의 집은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사람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 눈물을 사러오기 시작했다. 눈물은 기쁨의 표현으로 사용했고 슬픔을 쏟아낼 때 필요했던 것이다. 온 나라 사람들은 눈물을 사용했고 덕분에 더 많이 웃을 수 있게 되었다. 눈물 덕분에 웃을 수 있다니 참으로 역설적인 발상이다.

이건 비밀인데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웅이는 관찰일기 거리를 찾을 수 없어 산으로 간다. 산에서 이상한 바위를 발견하게 된다. 웅이는 그 바위틈으로 난 동굴 속에 들어 간다. 동굴 안에는 개구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유난히 눈이 큰 개구리 한 마리이가 혼자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새끼손가락이 굽은 웅이와 눈이 유난히 큰 개구리는 서로의 부끄러움을 위로하였고, 금세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웅이는 오늘 일을 비밀로 하기로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그만 친구의 자랑에 지지 않고 쫓아서 자랑하는 바람에 개구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결국, 둘의 만남은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다. 학교와 학원, 집만을 오가는 아이가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개구리와 즐거운 한때를 시간을 보낸다는 이야기다.

편지 속 틀니

용암 할머니는 가끔 소영이에게 객지에 나가 있는 손녀딸에게 보낼 편지를 써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할머니는 당신은 이가 아파서 못 먹는 옥수수를 쪄주시고 돈도 주신다. 소영이는 엄마가 일러준 대로 매번 돈 받는 것을 사양하지만, 이번에는 할머니가 주신 돈을 받았다. 그 돈으로 할머니 틀니를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영이는 틀니를 사러 다니지만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상심한다. 소영이는 할머니 몰래 미순언니에게 할머니가 음식을 잘 드실 수 있도록 틀니를 해드려야 한다고 편지를 쓴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를 생각하는 소영이의 예쁜 마음이 잘 느껴지는 작품이다.

맘껏 놀아도 돼, 여기서만

참개구리 시에 새로 뽑힌 시장님은 어린 참개구리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기로 했다. 이런 결정에 주민 모두 기뻐했는데, 오직 쭈글이 할아버지만 반대를 한다. 할아버지는 시 전체가 아이들 놀이터이여야 스스로 배우는 것도 많다고 하셨다. 할아버지 반대와는 상관없이 놀이터가 들어섰다. 어린 개구리들은 한동안 그곳에서 즐겁게 지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놀이터 놀이가 시들해졌다. 놀이터가 생긴 이후로 다른 곳에서는 놀 수도 없게 되었다. 어린 개구리들의 풀 죽은 모습을 보자 어른들도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초록 풀로 붙여 만든 “어린 개구리들이 맘껏 놀도록 하자, 일단 놀이터에서만”이라고 쓴 플래카드다. 어린 개구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마음에 안 들었지만, 새로운 놀이 감으로는 충분했다. 그래서 플래카드를 뛰어넘고 그네도 타다보니 ‘어린’ ‘놀이터에서만’ ‘일단’ 이란 글자들이 하나 둘 떨어졌다.

“개구리들이 맘껏 놀도록 하자.”

작가는 '마음껏 놀라는 놀이터가 아이들을 얼마나 제한하고 있는지'를 주제로 패러독스의 묘미를 동화 속에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기존의 동화에서 보기 드문 신선한 소재와 방법을 택하고 있다. 깊이가 느껴지는 주제를 실으면서도 경쾌한 리듬을 타고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적으로는 아이들의 어투를 빌려 쓰고 있어 입말이 살아 숨쉰다. 사건에 극적인 반전 없이도 역설적인 유머와 위트가가 번득이는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덧붙이는 글 | 일곱 난쟁이의 쓱쓱 싹싹 비빔밥 만들기 / 양연주 글/ 대교출판 펴냄 / 값 7,800원

리더스 가이드와 알라딘에 올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일곱 난쟁이의 쓱쓱 싹싹 비빔밥 만들기 / 양연주 글/ 대교출판 펴냄 / 값 7,800원

리더스 가이드와 알라딘에 올렸습니다.

일곱 난쟁이의 쓱쓱싹싹 비빔밥 만들기

양연주 지음, 유진희 그림,
대교출판,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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