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기 교수 "YTN, 보도윤리 짓밟았다"

기고 통해 공개항의... "허위사실 보도 책임져야"

등록 2005.12.12 00:18수정 2005.12.12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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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제작진의 취재윤리 문제를 증언한 미국 피츠버그대 한국 연구원들의 인터뷰를 방영해 MBC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던 YTN이 이번엔 자사 보도와 관련, 취재윤리 논란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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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피츠버그 의대 이형기 교수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YTN이 자신의 만류에도 사적인 이메일 내용 중 김선종 연구원의 사진관련 정보를 비윤리적으로 보도했다"며 "기사화한 과정을 정식으로 해명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 교수는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비열하고 치졸한 방법으로 보도윤리를 짓밟은 YTN이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에 의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이 교수의 격분은 10일 YTN 보도가 발단이 됐다. YTN은 이날 오후 3시 뉴스에서 첫 기사로 "피츠버그 의대 한국인 교수가 김선종 연구원이 YTN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줄기세포 사진 2장을 11장으로 늘렸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YTN은 1시간여 뒤 해당 기사를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등에서 삭제하고 밤 9시 15분께 "김선종, 조작 주장 한국인 교수 만난 적도 없다"는 기사를 후속으로 내보냈다.

"김선종 연구원과는 일면식도 없다"

이형기 교수는 이에 대해 "취재도움을 줬던 YTN의 한 기자가 '황 교수 사태와 관련해 YTN의 보도행태를 있는 그대로 평가해달라'고 요청한 이메일을 받았으며 답장 메일에 김선종 연구원의 사진 관련 정보를 삽입했다"고 밝혔다. 진실을 밝히려던 〈 PD수첩〉을 한 순간에 낙마시킨 YTN 보도가 왜 공정성을 잃은 것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는 것.


이후 10일 오전 YTN의 그 기자는 이 교수에게 "'줄기세포 사진의 수를 부풀렸다'고 말한 김선종 연구원의 '중대 증언'을 기사로 쓸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피츠버그대 조사가 진행될 상황에서 이러한 정보가 언론에 알려지는 것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절대 허락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순간 YTN 화면에는 이미 이 교수가 이메일을 통해 이 사실을 밝혔다는 특종 보도가 방영되고 있었다는 것. 이 교수는 "더욱 기가 막힌 것은 YTN이 잠시 뒤 그 기사를 삭제하고 김선종 연구원이 날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내 주장이 옳지 않다는 식으로 기사를 정정해 올린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 교수는 "YTN 그 기자에게 보낸 답신에서도 관련 정보를 준 사람이 김선종 연구원이라고 밝힌 적이 없다"고 강조하고 "내가 김 연구원을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과 줄기세포 사진 수 조작의혹의 진위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이 왜 YTN 인터뷰에만 응했는가"

또 "안규리 교수의 미국 출장에 왜 YTN만 동행취재에 나서게 됐는지, 피츠버그에 10여명의 특파원이 진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연구원이 왜 YTN의 인터뷰에만 응했는지 등은 모두 진술의 진위와는 관계없이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기사 게재 해프닝 과정에서 "국내 언론사 기자 중 아무도 연락처를 알지 못하고 있는 김 연구원을 어떻게 단 몇 시간내에 YTN 기자만 찾아내 인터뷰까지 따올 수 있었을까"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김선종 연구원과는 일면식도 없음"을 거듭 확인하고 "김 연구원이 나를 만난 적이 없다는 YTN의 보도는 옳으나, 그 때문에 줄기세포 사진이 부풀려졌다는 정보의 진정성이 폄훼된다는 논리는 해괴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별도 정보원으로부터 이 내용을 들었으며, 그 정보원의 신상은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김 연구원이 아닌 다른 정보원으로부터 줄기세포 사진 의혹을 전해 받은 저간의 사정도 모른 채 김 연구원이 단지 나를 만난 적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내 주장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도한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이 교수가 공개한 YTN 기자 이메일 중 한 부분이다.

"(…) YTN은 마지막 순간에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함으로써 저와 OOO 기자님의 조국인 한국을 부도덕하며 윤리의식을 갖추지 못한, 그냥 돈 좀 있는 졸부쯤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훗날 사람들은 이 사실을 문제 삼을 것입니다. MBC도 언론으로서 할 일을 했고 무리한 취재 과정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YTN도 물론 언론으로서 할 일을 하셨지만 어디에 진실이 있었는지를 심사숙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이 문제에 대해 해명을 요청받게 될 경우, 그 위중함은 〈PD수첩〉이 지금 겪고 있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것입니다. 감추고 숨긴 것이 들어나지 않는 법이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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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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