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이 권총차고 나선 이유는?

묵묵히 구제 활동을 펼치는 한국교회 이야기

등록 2005.12.13 09:18수정 2005.12.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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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교회와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종교를 외면하고 살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봄, 우연한 기회로 들른 한 교회에서 듣게 된 설교에 한 마디로 '필'이 꽂혀서 신앙 생활을 시작했다. 그동안 교회에서 받았던 선입견을 한꺼번에 날려 버린 설교의 중심에는 '구제(救濟) 활동'이 있었다.


목사님의 설교에서 교회의 종교적 의미보다 구호기관이라는 사회적 의미를 더욱 깊게 전달 받았다. 과연 어떤 일들이 행해지고 있는지 소개해 본다. 종교나 교회 자랑이 아닌 나눔의 따뜻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기자 주


a 권총맨 조현삼 목사

권총맨 조현삼 목사 ⓒ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목사님은 조용히 그리고 결연하게 '권총'을 빼들었다. 그리고는 벽을 향해 회심의 방아쇠를 당겼다. 총 소리 대신 모터 회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권총과 흡사한 핸드 드릴이다. 핸드 드릴 총을 맞은 벽에는 구멍이 났다. 이번엔 망치를 들고 힘차게 못을 박는다. 이쯤에서 목사님이 권총 차고 망치 들고 나선 이유가 궁금해진다.

알고 보니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한 여성 가장에게 집을 마련해 주고 집안 수리를 해 주고 있었다. 남편은 7년 전 배 타러 간다며 소식이 끊어진 이후 가족은 보증금 100만 원에 월 15만 원의 지하실 단칸 사글세방에서 살고 있었다. 12월이 됐는데도 기름값 때문에 보일러를 켜지 못한 채 냉방에서 서로의 체온에 의지한 채 살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조현삼 목사는 직접 가보고 와서는 교회 성도들과 함께 새 보금자리 마련을 계획했다. 공인중개사인 한 성도의 도움을 받아 집을 알아본 후 볕 잘드는 빌라 2층으로 이들의 거처를 정했다. 그리고는 성도들과 함께 집안 수리를 하고 이삿짐을 손수 날랐다.

여성 가장은 보증금을 300만 원으로 올려 지하가 아닌 지상의 방 한 칸짜리로 옮기려고 했는데, 뜻하지 않은 선물이라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 집은 교회가 마련한 19번째 '사랑의 집'이다. 그동안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꾸준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려운 가정에 19번째 보금자리 마련

a 미국 뉴올리언즈 구호

미국 뉴올리언즈 구호 ⓒ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조현삼 목사가 섬기는 광염교회는 일명 '감자탕교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교회 간판보다 감자탕집 간판이 '압도적으로' 큰 데서 유래했다. 이 교회는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의 본부로 구제 활동이 활발하기로 유명하다. 교회의 10대 비전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서 구제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교회'다.


교회 재정 집행 원칙에 따르면 입출금의 투명성은 물론이고 예산의 30% 이상을 구제 선교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특히 절기헌금은 100% 구제비로 집행한다. 올 상반기는 50%를 구제 선교 장학금으로 사용하는 등 구제 활동에 재정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외 재난 현장에서 이들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들은 노란 조끼에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란 이름을 달고 구호 활동을 펼친다. 시간상 멀게는 삼풍백화점 참사부터 최근의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까지.

거리로는 가까운 이웃부터 멀리 미국이나 아프리카까지 모든 여건을 불문하고 '쌍권총'을 차고 달려갔다. 태풍 나비가 스친 울릉도, 화마에 그을린 영동 지역, 파키스탄 지진 참사 현장, 기아로 고통 받고 있는 아프리카 니제르까지 구호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는 어디든 달려갔다.

a 지난 7월에 파견된 니제르 긴급구호팀 활동 모습

지난 7월에 파견된 니제르 긴급구호팀 활동 모습 ⓒ 광염교회

구제 활동에 예산 집중... 국내외 재난 현장에 즉각 투입

이들의 구호 원칙 중 하나는 자신의 교회가 아닌 '한국교회'가 행하는 것으로 공을 돌리는 것. 한국교회가 모든 재난 현장에서 앞장서 활발한 구호 활동을 펼치기를 희망하는 뜻에서다. 이들의 활동에 세계 제일의 부국인 미국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a 한국교회 이름으로 파키스탄 지진 구호팀 파견 모습

한국교회 이름으로 파키스탄 지진 구호팀 파견 모습 ⓒ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 가방 없이 학교에 갈 아이들을 위해 책가방과 학용품을 담아서 지급했고 딱딱한 체육관 바닥의 불편함을 생각해 매트리스 등 불요불급한 곳에 적절한 지원을 했다. 당시 이들을 현지에서 지원했던 허버트 홍 선교사는 "뜻하지 않은 한국교회의 지원에 미국인들이 내심 놀랐다"고 회상했다.

교회가 구제 활동을 하고 목사가 봉사를 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인들과 함께 뜻을 모아서 한 푼이라도 더 구호 활동에 예산을 투입하고 직접 몸으로 뛰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교회 개척 13년, 교인이 수천명에 달하지만 교회는 아직도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교회 건립 계획은 당분간 없다. 그럴 자금과 여력으로 구제 활동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으로 교역자나 교인 모두가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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