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들이가 이렇게 변했어요

[모든 시민은 저자 31] <아빠, 가려워> 저자 김충희 기자

등록 2005.12.15 08:15수정 2005.12.1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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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토피'란 단어는 생소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한 집 건너 한 명 꼴로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이제는 아주 흔한 병이 되고 말았다.

질병이 확산되면 그에 따른 처방도 발전하고 널리 알려지기 마련인데 '특수 로션과 연고로 효과를 봤다', '목초액과 풍욕, 식이요법으로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만 많을 뿐, 전문가들조차 확실한 치료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충희씨는 아이의 아토피 덕분에 한동안 작업을 쉬었지만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김충희씨는 아이의 아토피 덕분에 한동안 작업을 쉬었지만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심은식
이 아토피를 주제로 만화를 그려 <오마이뉴스>에 게재하고 책까지 편 낸 김충희 기자. 제주 애월읍에 살고 있는 그를 만나 최근 근황과 '아토피'에 대해 들어보았다.

사람이 가려운 건 지구가 가렵다는 뜻

아토피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정겨운 그림으로 풀어낸 김충희 기자.


그는 딸인 '들'이를 주인공으로 삼아 만화를 연재하는 동안 일반인들에게 아토피의 심각성을 알리고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과 안타까운 공감을 나누었다. 그는 올해 4월, <아빠, 가려워 : 들이 아빠의 아토피 육아기>(청년사)를 출간했다.


인터뷰를 위해 김충희씨 집을 찾았을 때 들이는 어린이 집에 가 있는 중이었다. 김충희씨에게 먼저 들이의 최근 상태를 물어보니 다행히 증세가 많이 호전되었다고 한다.


"완치는 아니지만 이제 보통 아토피 정도는 돼요. 그래서 저녁에 잠을 잘 수 있고 덕분에 제 작업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죠."

<아빠, 가려워> 표지.
<아빠, 가려워> 표지.청년사
김충희 기자에게 아토피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때로 질병이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꿔주는 하나의 친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육고기를 아이를 위해서 끊었는데 가축들의 사육환경을 보니까 왜 우리에게 바른 음식이 중요한지, 어떤 것을 가려 먹어야 되는가를 생각하게 되고 자연히 생명문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덕분에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선생님도 유기농에 관심을 갖게 되어 급식이 유기농으로 바뀌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확장된 인식은 책에서 드러나듯 사람과 지구가 함께 가렵다는데 이른다.

"어떤 사람들은 아토피 때문에 이혼을 하기도 해요. 단순히 가정사나 개인사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죠. 갑자기 아이들의 몸에 이런 일들이 나타난 것은 아니에요. 부모세대의 환경과 현재의 환경이 누적되어 발생한 증상이고 결국은 우리 사회, 환경, 지구적인 문제들이 아이들의 몸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봐요. 사람이 가려운건 결국 지구가 가렵다는 얘기죠."

그러면서 그는 꼭 병이 우리에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아픕니다. 안 아픈 사람은 없죠. 신체든 정신이든. 스스로도 몸이 좀 불편한 곳이 있는데 젊을 때는 힘들었지만 그게 지금의 나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아픔 때문에 타인의 아픔을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앗! 들이가 이렇게 변하다니!

아토피가 심할 당시의 들이 상황을 그린 만화(왼쪽)아토피 문제를 만화로 그려내 많은 호응을 얻은 김충희 기자의 손(오른쪽)
아토피가 심할 당시의 들이 상황을 그린 만화(왼쪽)아토피 문제를 만화로 그려내 많은 호응을 얻은 김충희 기자의 손(오른쪽)심은식
사실 김충희씨를 만나러 가면서 내심 걱정을 했었다. 들이의 아토피는 좀 차도가 있는지, 혹시 촬영을 불편해 하지는 않을지,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마칠 때쯤 어린이집을 마치고 돌아온 들이의 얼굴은 피부미인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건강해보였다.

현재의 들이 모습. 엄마 아빠가 자기를 긁어주느라 힘드니 대신 긁어주는 로봇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하는 들이는 올해 여섯 살.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은 것인지 그림 동화책을 직접 그려서 만드는 재주도 있다.
현재의 들이 모습. 엄마 아빠가 자기를 긁어주느라 힘드니 대신 긁어주는 로봇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하는 들이는 올해 여섯 살.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은 것인지 그림 동화책을 직접 그려서 만드는 재주도 있다.심은식
김충희씨에게 어떤 치료가 가장 효과가 있었는지 묻자 특별한 것은 없었다고 한다.

"글쎄요, 특별히 어떤 것이 좋았는지는 말하기 어려워요. 그동안 해왔던 것들이 이제 효과를 나타내는 건지도 모르죠. 확실한 것은 아이가 어린이 집을 다니면서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거예요."

무심한 듯 말했지만 공기 좋다는 제주에서 살면서 공기청정기까지 고려했던 김충희씨 부부의 고충은 책을 통해 익히 알려졌었다.

책을 내면서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묻자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만화책을 한 권 냈다는 감회보다는 가족이 함께 견디고 지나온 일들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또 자신이 펴 낸 책으로 인해 아토피가 사회적인 문제로 한 차원 더 진정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인인 김유경씨에게 가장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충희, 김유경, 김들. 이 가족에게 아토피는 짐이나 불행이 아니라 가족을 하나로 묶는 더 따뜻하고 큰 끈이었다. 언젠가 이 착하고 행복한 가족에게서 더 많은 얘기를 듣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충희 기자는 누구?


1967년 제주에서 태어나 11살부터 만화에 꿈을 갖고 응용미술을 공부한 뒤 만화 문하생 생활을 했다. 고향에 내려와서 만화 개인전, 미술 단체전을 하며 잡지 등에 만화를 그렸다. 결혼 후 아토피를 만나 푹 쉬다가 아이가 나아가면서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월간 <작은책>에 삶이 있는 만화를 그리고 있으며 제주도를 주제로 한 만화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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