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에게 가는 이른 아침, 멀리 아침 달이 떠 있습니다.한명라
동생에게서 연락을 받은 다음날인 토요일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서울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려고 창원역 플랫폼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먼 산 위로 둥근 아침 달이 떠 있었습니다.
새로운 아침 해가 떠 오르는 시간인데도 아직 지지 않고 떠 있는 달이라니…. 아침 햇살 속에 그 빛을 잃어가면서 떠 있는 달의 모습이 웬지 예사롭지 않게 느껴져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동대구역에서 KTX로 갈아타고 서울역에 도착했을 때에는 오전 11시 30분이었습니다. 다시 서울역에서 택시를 타고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형부의 입관이 끝나 있었습니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 간 제 모습을 본 큰언니는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올해로 연세 65세인 큰언니에게 까마득히 어린 동생이 무어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야할지, 그 어떤 말로도 언니의 아픔을 달래 줄 수 없다는 것이 무척 난감했습니다. 서둘러서 형부의 빈소에 들어가 영정 사진 앞에 향불 하나 피워 올려놓고 두 번의 큰절을 드렸습니다.
늦은 저녁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언니 오빠들이 모인 자리에서 큰언니는 얼마 전 형부와 있었던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형부께서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계실 때, 그날도 언니는 하루에 2번 주어지는 면회시간에 병실에 들러 형부의 주변을 말끔히 정리하고,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이리 저리 보살펴 드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형부가 중환자실을 나서는 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것입니다. 이때 형부의 눈물을 발견한 간호사가 "할아버지, 왜 그렇게 눈물을 흘리세요? 어디 불편한 데가 있으세요?"하고 물었다네요.
그때 형부가 "저기 문을 나서는 할멈이 내 마누라여. 지금은 늙어서 저렇게 보이지만, 간호사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40년 전에 약대를 졸업했어. 지금도 약국을 하고 있는데, 나같이 무능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을 만나서 고생만 많이 했어. 지금도 저렇게 늙어서까지 내가 고생만 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그러네" 하셨답니다.
다음 날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큰언니는 "영감이 별 소리를 다 한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려고 그랬나 보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