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웨이 카니발>장경섭
-<서브웨이 카니발>에서 장모씨가 지하도로 내려가는 장면의 경우는 이걸 글로 풀어놓으면 그 느낌이 바로 오지도 않을 뿐더러, 사실 만화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연출이잖아요.
"똑같은 그림을 세 번 그리다 보니까 좀 지루해서 한 번 틀어준 건데, 만화를 그리다보면 그런 경우들이 가끔 있어요. 그런 부분들은 그리면서도 재밌지만 보는 사람들도 재미를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깜악귀 : 작품들이 굉장히 독자성이 있는데, '이것이 어떤 만화다' 하고 부르기가 꽤 애매한 것 같아요.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기를 원하세요?
"<그와의 짧은 동거> 중간에 갯벌 이야기가 잠깐 나오잖아요. 제 만화는 그런 것 같아요. 바다도 아니고 땅도 아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서 계속 변하는 갯벌 같은 이미지랄까. 개인적인 욕심이라면 그냥 '장경섭 만화'라고 불리는 거죠. '걔는 어떻게도 분류하기 어려워. 그냥 자기만화야'라고."
깜악귀 : 그건 욕심이라기 보단 어마어마한 야심이네요!!(웃음)
"이제 책이 나오니까 저도 어디 가면 만화가라고 얘기하고 다닐 것 같고…. 그 전에는 만화가라고 안 했어요. 그냥 대답을 못 했죠. 대답을 안 하고 있으면 20대 때는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30대가 되니까 불쌍하다는 듯이 시선을 한 번 던지고는 더 이상 안 물어보더라고요.(웃음)
스스로도 내가 뭐하는 인간인지 모르겠다고 스스로를 부정하면서 살아왔는데‥ 저 같은 캐릭터는 사람들 앞에 드러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금 인터뷰를 하면서도 자꾸 하게 되네요. 자기를 가장 밀접하게 드러내는 나만의 이야기들은 사실 보여주고 싶지 않거든요. 부끄러운 것들이고…."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은 작품을 통해서 다 보여주고 계시잖아요.
"그게 묘하더라고요. 보여주고 싶으면서도 보여지고 싶지 않은 기분. 연출을 해서 다 만드는 건데도 그래요."
-그런데도 만화를 그리신다는 건, 그것도 그렇게까지 연출에 신경을 쓰면서 그린다는 건 그만큼 자기를 드러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텐데요?
깜악귀: 자기를 남한테 이야기해야 할 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거든요. 나는 내가 누군지 알겠고, 내 안에선 그게 확실한데 그게 한마디로 얘기가 안 되니까 소설이나 만화 같은 걸 통해서 전달하려고 하게 되는 거 아닐까요?
"그런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말더듬이인 셈이죠. 생각하는 것,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의 불일치를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그런 식의 사족들을, 인생의 사족들을 자꾸 달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이 사족이었다면 부디 지네처럼 많은 발을 달아주시기를 부탁드려야겠네요. 독자로서 장경섭 작가님의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좀더 많이 누리고 싶거든요.
| | 장모씨, 10년만의 외출 | | | |
| | ▲ 좀머씨 이야기와 장모씨 이야기 | | <장모씨 이야기>는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를 패러디해서 만든 제목이다. 10년 전 <화끈>에 실렸던 <장모씨 이야기>의 타이틀 페이지도 장 자끄 상뻬가 그린 <좀머씨 이야기>의 표지를 패러디해 그린 것이었다. 좀머씨가 가지고 있는 '은둔'의 이미지는 작가 장경섭과 그의 캐릭터인 장모씨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데뷔 후 10년 간 그야말로 '은둔'해 있던 작가 장경섭은 <'그'와의 짧은 동거>를 통해 처음으로 온전히 세상에 자신을 드러낸 셈이다. | | | |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성인여성을 위한 만화잡지 <허브>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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