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 관련 전시회의 모습.김범태
국가인권위원회가 26일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헌법과 국제규약상 양심의 자유 보호 범위 내에 있음을 확인하며,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건국 이래 처음으로 국가기관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인정하는 권고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권위의 이번 발표는 특히 지난해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 위헌신청'을 기각하면서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을 무조건 처벌하는 것은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요지의 소수의견을 제기하고, 헌법재판소도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합헌' 판결에서 양심의 자유와 국가 안보라는 두 법익의 공존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나 다른 군인들과의 형평성, 혹은 특정 종교집단에 대한 특혜 시비 등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정치권을 포함한 사회내부에서 표면화되고 있지만, 이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충분히 조율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인권위의 이번 권고는 이처럼 많은 긍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양심적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 첫 발을 뗀 것에 불과하다. 결국 문제해결을 위한 '열쇠'는 입법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의 발표도 입법부가 조속히 판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하는 국가기관의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는 지난해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음에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사이 양심적 병역거부로 구속된 수감자는 1186명으로 늘어났으며, 국민적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 입법부가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연간 600여 명의 젊은이들이 수감되어야 하는 현실은 개인이나 국가적으로 너무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이남석 한양대 연구교수는 이와 관련 자신의 저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시민불복종(그린비)>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수용에 따른 우리 사회의 최종 결론은 '이를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 혹은, '인정한다면 어떤 형태로 인정할 것인가'로 귀결될 것이고, 이는 결국 정치적 과정을 통해 풀어가야 할 것"이라며 정치적 관점에서의 논쟁의 시급성과 입법부와 정치권의 활발한 의견개진을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