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두 시간 전에 걸려 온 후배의 전화.김수원
"선배, 치마가 안 맞아요! 어떡해요? 난 몰라∼ 한 달 전에 산 건데…."
"다른 건 전혀 없어?"
"꽃무늬밖에 없는데, 그건 안 되겠죠? 아, 잠시만요. 선배, 이따가 지하철에서 봐요."
무슨 좋은 생각이 났는지 후배는 급히 전화를 끊었고 언니 것인지 어머니 것인지 모를 좀 고상한 검정색 치마를 입고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나는 치마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면접 때문에 화장을 한 후배는 예뻤다. 얼굴을 마주하자 갑자기 정신 못차리고 벌렁거리는 마음을 나는 급히 진정시켰다.
"선배, 어디 아파요?"
"괜찮다. 자, 프리젠테이션 연습은 해왔지?"
면접장소로 향하는 한 시간 동안 프리젠테이션과 함께 그 회사의 경영이념, 사업내용 등과 관련된 예상 질문을 던지며 답변을 연습했다. 후배의 목소리는 또랑또랑했고 나는 이동하는 내내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도착해서 마지막 '아자!'를 외치고 후배는 잠시 머뭇거렸다.
"선배, 저 잘할 수 있을까요?"
"내가 면접관이라면 바로 뽑는다! 잘할 수 있는 거 마음껏 뽐내고 와! 압박 질문에 절대 기죽지 말고, 너의 큰 목소리로 먼저 기선을 제압하는 거야.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