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문화재 마당발을 소개합니다

[인터뷰] 5년간 향토문화유산 지킴이 한 화순군문화재전문위원 심홍섭씨

등록 2005.12.28 15:20수정 2005.12.2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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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심홍섭 화순군 문화재전문위원.

심홍섭 화순군 문화재전문위원. ⓒ 최연종

"향토문화유산을 조사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새로운 문화유적을 발굴하는 것은 재미도 있을 뿐더러 의의도 크기 때문이죠."

심홍섭(41) 화순군문화재전문위원은 문화재 지정에서부터, 관리, 홍보, 향토 사료수집 업무에 이르기까지 화순 문화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전천후' 공무원. '무늬'만 공무원이지 주유수당, 월차수당 등 모두 합쳐서 받는 보수가 기껏해야 월 80만원이다. 신분보장을 받지 못하는 일용직 공무원이기 때문.


경제적으로 큰 보탬을 주지 못해 항상 가족들한테 미안하다는 심 위원은 부인이 공부방을 운영,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보수가 적다고 불평을 해 본 적이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충효사 총마계회도 등 5건, 도 지정문화재로 지정

그의 업무 가운데 향토문화유산을 발굴해 지정 보호하는 것은 가장 큰 보람이다. 2000년 2월, 화순군향토문화유산보호관리조례가 제정된 이래 지금까지 만 5년간 각 읍면으로부터 59건의 유적이 지정 신청돼 25건이 화순군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25건의 향토문화유산 중에서 도암 충효사 총마계회도, 이경휴 가옥, 동복 연둔리 숲정이, 이서 야사리 느티나무, 대리 석불입상 등 5건이 도 지정문화재로 지정됐다.

뿐만 아니라 오지호 생가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지정 예고된 상태이고 양회두 가옥은 문화재청에서 현장조사를 마치고 위원회에 상정돼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심 위원의 발품을 팔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전남도내 22개 시군에서 해마다 향토문화유산을 조사, 지정 보호하고 있는 지자체는 화순군이 유일하다.

심 위원이 화순군청 문화관광과에서 첫 근무할 때인 2000년 5월, 향토문화유산보호관리 조례만 만들어져 있었지 구체적인 시행방법이나 규칙이 없었다. 그는 앞서 향토문화유산을 발굴, 보호하고 있는 해남군을 벤치마킹해 문화재보호법 테두리 안에서 향토문화유산 지정기준을 만들었다.


읍면으로부터 향토문화유산 지정 신청을 받아 자신이 1차적인 현장조사를 한 뒤 해당 관련 분야 전문가와 함께 현장조사를 거쳐 보고서를 만들어 심의위원회에 상정하는 일이 그의 임무다.

예산 부족, 문화재 가치 모를 때 안타까워


"생각지도 않았는데 조사를 하다보면 월척을 낚을 때가 있습니다. 사당이 허름해 소유자가 사당 보수를 위해 향토유산으로 지정 신청했다가 사당 안에서 기록화가 발견돼 도 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경우가 그렇지요."

기록화는 선조 때 왕자 호위대장을 지낸 모봉 박지수가 암행어사로 활약할 당시 임금으로부터 술 한 잔 받고 암행감찰 가기 전의 그림이었다. 그림에는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24명의 명단이 있는 데다 임금이 행하는 의식을 기록한 그림으로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심 위원은 바로 도 지정문화재로 신청, 지정받았다.

향토문화유산을 조사하면서 안타까운 점도 많다. 문화재 보호 관리 예산이 항상 부족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가슴 아프다고 말한다. 춘산사(춘양면 부곡리) 사당 안에 모셔져 있는 면암 최익현과 둔재 문달환의 영정은 지난해 화순군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된데 이어 어제(27일) 건축물인 사당을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려고 했지만 지정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지정만 해놓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보호 관리가 소홀해 질 것을 우려한 심의위원들이 선뜻 지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고서화 등 동산문화재가 화순에 많은데 소유자가 그 가치를 모르고 헐값에 팔아버리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사료를 검토한 뒤 소유자를 찾아 나서면 이미 남의 손에 넘어가고 없어 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싶어도 그러질 못한다는 것.

"앞으로 조례와 관련, 세부규칙을 만들어 향토문화유산 지정의 명확한 기준을 만들 계획입니다. 그래야만 심의위원회가 기준을 근거로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할 수 있는 데다 위원회의 권위는 물론 지정된 문화유적에 대한 신빙성도 갖게 될 것입니다."

만 5년 향토문화유산 지정 업무를 맡다보니 이제야 기본 틀을 잡은 것 같다는 심 위원은 향토문화유산에 대한 화순군의 큰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원래 꿈은 화가, 꿈 접고 미술사학자의 길 걸어

심홍섭 위원은 순천시 서면 출신으로 부인 이종순(36) 여사와의 사이에 두 딸을 두었다.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순천대 대학원 사학과 미술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전남대 대학원에서 문화재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왜 사학 전공자도 아닌데 문화재 업무를 보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는 심 의원은 국문학은 민속학은 물론 사학이 포함돼 있는 등 학문의 범위가 넓다고 말한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올해 처음으로 국문학과 출신 중에서도 학예사를 뽑은 경우는 국문학이 사학 인류학 고고학 등과 연관이 있다는 좋은 예라는 것.

"국문학을 전공하면서도 한국미술사 강의를 받는 등 문화재 관련 과목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보다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문화재 관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심 위원의 원래 꿈은 화가였다. 넉넉지 못한 집안 형편 때문에 그 꿈을 접은 대신 미술사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대학강단에서 미술사학을 가르치고 싶은 것이다.

다양한 사회활동, 화순에 각별한 애정

심 위원은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화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도서관에서 운영한 문화학교 '내고장 바로 알기' 프로그램을 3년간 강의했는데 당시 수강을 받은 분들이 문화유산해설사로 활동할 때 보람을 느낀다. 심 위원이 자주 받는 질문중의 또 하나는 화순출신도 아니면서 화순에 그렇게 많이 아느냐는 것이다.

"지역을 떠나서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면 다 알게 됩니다. 관심은 곧 애향심으로 바뀌고요."

화순읍주민자치센터 자치위원으로 2년째 활동하고 있는 그는 내년에 자치센터 안에 화순의 문화를 연구하고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문화답사 단체인 '화순문화연대'의 실질적인 운영자이기도 한 그는 올 여름에 도곡 백암숲에서 문화축제를 열기도 했다. 더욱이 서양사우회 회원으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도 활동하면서 각종 전시회에 참여하는 등 만능 '문화맨'이다.

"화순은 산수가 빼어나고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특히 능주 동복 화순권 등 3개의 권역으로 나뉘어 많은 역사적 사실 등 자료가 많지요. 의로운 일에 앞장서는 호남정신의 시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자연, 문화적 환경에 비해 이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남도뉴스(http://www.namdonews.co.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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