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이가 세상을 등졌습니다

등록 2005.12.28 18:37수정 2005.12.2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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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 마을에서 한 사람의 젊은 생명이 세상을 등졌다. 이십대 중반의 너무나 빛나는 나이, 순하고 착한 얼굴, 한 가정의 소중한 아들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다.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 수도 없지만 그 깊은 속내를 굳이 알 필요도 없다. 다만 그렇게 갑작스럽게 떠난 젊은 인생이 안타깝고 마음 아플 뿐이다.


그 청년이 세상을 등지기 하루 전날, 마을 할머니 한 분이 진료소에 오셔서 아무개가 농약을 마셔서 119를 불러서 병원에 갔다는 말을 전해주셨다. 깜짝 놀라 무슨 약을 먹었느냐고 물었더니 파란색 약이었단다. 마시면 모두 죽는다는 한 제초제였던 것이다.

시골은 농약병이 너무 흔하다. 아주 쉽게 손닿는 곳에 있는 것이 농약병이고, 일년에도 몇 번씩 농약을 손으로 직접 만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자살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택하는 방법이 농약을 마시는 것이다.

그 제초제를 마시면 살아나지 못한다는 것을 대부분 사람들이 알면서도 그 것을 마신다. 약을 마실 때는 다시 살아나지 않고 정말 죽을 생각으로 마셨으니 그렇겠지만 그 약은 정말 마지막까지 사람에게 지독한 고통을 준다.

오래 전에 같은 약을 마시고 돌아가신 아저씨 한 분이 있다. 그 분은 한 모금도 채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입에 한 모금 머금었다가 넘기는 둥 마는 둥 하다 다시 뱉어 냈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한 달 이상 시간을 끌면서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다는 것만 달랐을 뿐이다. 한 달 정도 지나면서 환자가 조금 생기를 찾는 듯 보이니까 가족들은 물론 환자 본인까지도 이제 좋아져서 나으려나 보다 기대를 할 무렵 돌아 가셨다.

그런데 이번에 세상을 등진 젊은 청년은 농약을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났다. 함께 지내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도 다른 가족들의 황망함과 슬픔을 어찌 짐작이나 할까 싶다. 남아있는 가족들이 겪는 상실감과 놀라움, 죄의식 등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과 이번 경우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는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그 제초제 생산을 중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고 생산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생산이 되고 있다. 다른 어떤 제초제보다 효과가 빠르고 제초효과도 뛰어나기 때문에 농민들이 다른 제초제보다 훨씬 더 선호한다는 것이 이유이다.

하지만 농약을 많이 접하는 농민들이 한 순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그 약을 마셨을 때 너무 치명적이라 어떻게 손을 써 볼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 도시 사람들이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거나 손목을 그었다가 다시 살아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농촌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그 제초제 때문에 다시 살아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약효가 좀 천천히 나타나고, 풀이 조금 덜 죽더라도 다른 제초제로 대신하고 그 제초제 생산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강력한 판매규정을 만들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한정적으로 판매하는 방법이라도 강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분의 명복을 빕니다.

덧붙이는 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분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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