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집에 가다

[중국배낭여행길라잡이] 자티 실크로드를 가다 0820 - 카스

등록 2006.01.02 17:25수정 2006.01.0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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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일 돌아다니기 적당한 날씨, 해만 없다면….

어수선한 기상 후, 레이디에게 치장할 시간도 줄 겸 한 시간 정도 일찍 내려와 여행사에서 인터넷을 했다.


중국 피시방은 한 시간에 보통 1위안~2위안이라, 30분에 3위안도 바가지 쓰는 것 같아서 속이 쓰린데, 어영부영하는 위구르직원은 4위안 내라고 겹바가지를 씌우려고 했다. "나 10시 14분에 들어와서 10시 38분에 사용 끝냈어. 너 밖에 나간 건 내 문제 아니야!" 3위안을 불쾌감과 같이 건네줬다. 어제 부산총각 말대로는 자기는 1시간 쓰고 앞에 쓴 사람이 안 냈다는 이유로 10위안 냈다고 여행사를 가장한 위구르 사기꾼일당들에 대해 강하게 성토하지 않았던가.

학처럼 청초한 안양처녀도 내려오고, 부산총각도 때 맞춰 내려오고, 투스손나이는 정확히 북경시간 11시00에 도착.

빈손으로 가기 뭐해서 가는 길에 있는 슈퍼에 들러서 '세탁기용 가루비누'를 한 통 사려는데 한사코 손사래다. 잉? 집에 세탁기가 없나? 아님 위구르민족특유의 한국인에게 매우 익숙한 한국스러운, 겸양인가? 고민할 사이도 없이, 한국에서는 남의 집 갈 때 빈손으로 가는 건 큰 실례라고 바득바득 우겨서 우유로 한 박스 샀다. 안양처녀와 부산총각은 얼떨결에 물에 타먹는 신강식 영양가루를 샀다.

집에 가자니 시내구경 먼저 하자고 한다. 생각해 보니 신강시간 아침 9시에 집을 보겠다고 설치는 눈치 없는 한국아저씨가 나다. 흘… 둔하다. 정말.

'보행자도로'에서 음료수를 일행들에게 한턱(9위안)내고 위구르 처녀는 굳이 신강에서 나온, 즉 무슬림이 마셔도 되는 음료로 바꿔달라고 한다.


a '무슬림이 먹어도 되는' 이라고 어딘가에 써있다고.. 제자말에 의하면.

'무슬림이 먹어도 되는' 이라고 어딘가에 써있다고.. 제자말에 의하면. ⓒ 최광식

아~ 나는 정말 눈치도, 기억력도 없다. 이 아가씨는 산동(山東)에 있을 때도 한(漢)족이 만든 건 입도 안 대던 신앙심 깊은 종교인 아니었던가!

'무슬림'은 '무슬림'이 만든 것 외에는 먹지 않는다 하지 않았던가! 겨우 먹은 것은 과일정도.


이슬람 문화에 대해 무슬림에 대해, 아마 처음이리라, 경험이 없던 우리 총각처녀들도 나름대로 문화충격을 느끼는 듯!

13억이나 된다는 무슬림에 대해 나도 우리 총각처녀이상의 이해력은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 여러 가지로 민망하다. 내가 알고 있는 이슬람문명은 기독교문명에서 나온 거의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내용뿐이지 않았던가. '빈라덴', '팔레스타인', '테러',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꾸란', '명예살인', '회교근본주의'등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학습 받지 않았던가.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추린다면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이상일 것이란 것은 확실하다. 한쪽 눈으로만 보기에 편견이 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알고 있는 짧은 이슬람에 관한 것은 '관용, 유연'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탄력적인 종교라는 점이고 이 점에서 '배타'적으로 유명한 기독교보다도 우위에 있다. 내가 겪은, 내가 만난 위구르 학생들의, 무슬림들의 경건한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을 보며 늘 새롭게 이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할까!

이슬람에 대해 읽은 책이라고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니 대충 넘어가자.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일종의 상업지구내에 보행자도로를 만들어 놓은 곳이다. 1층은 주로 의류부분이고 2층은 가전쪽 매장이다. 2층에 올라가 보니 핸드폰을 빼고는 우리 기업 가전이 안 보인다. 우리 기업이 언젠가 중국내에서도 '전국구'가 될지 늘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

a 카스의 한류(韓流)  흠. 한국의류기업들과 화장품기업들은 좋은 찬스를 놓친듯.

카스의 한류(韓流) 흠. 한국의류기업들과 화장품기업들은 좋은 찬스를 놓친듯. ⓒ 최광식

a '개구리발틉'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고?

'개구리발틉'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고? ⓒ 최광식

적당한 시간, 위구르 제자말로는 신강에서는 신강시간 12시에 초대하는 것이 '예의'라고.

평범한 중국아파트다. 모 국영기업 경비과장을 하다가 퇴직하셨다는 이 집 바깥어른부터 인사드리는 것이 한국 예절이라고 찾고 있는데, 이국손님에 대한 긴장 탓인지는 몰라도, 화장실에 계신다고 7남매중 제일 막내인 위구르제자가 알려준다. 사온 선물은 안주인에게 드리니 고마워한다. 빈손으로 와도 된다는 제자 말에 한국풍습에는 빈손으로 방문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우겨서 우유 한 박스라도 사온 것이 다행이다. 왜냐면 바닥에는 한국식으로 말하면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한 상 차려져 있었기에 더욱. 이 지역 특산이 견과류부터, 달기로 소문난 과일들, 과자, 낭 등등등….

a 한 상,  입 떡 벌이지게.. 상다리는 이미 부러진듯 ^^

한 상, 입 떡 벌이지게.. 상다리는 이미 부러진듯 ^^ ⓒ 최광식

흠… 뭐랄까 굉장히 친숙한 기분이다. 먹을 거 앞에서야 늘 그런 기분이지만 다른 이유가 있다면, 한국 시골 대갓집에나 있을 만한 두터운 보료가 깔려있었고, 신발을 벗고 올라서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방바닥 문화권 이랄 수 있는 한국사람인 나에게 친근감을 줬다고 할까?

a 당연히 '메카'의 사진이. 정중앙

당연히 '메카'의 사진이. 정중앙 ⓒ 최광식

a 오른쪽과 왼쪽에는 각각 '알라'와 '무하메드'를 찬양하는.. 벽에 걸린 카펫은 아마 장식겸 보온을 위한..

오른쪽과 왼쪽에는 각각 '알라'와 '무하메드'를 찬양하는.. 벽에 걸린 카펫은 아마 장식겸 보온을 위한.. ⓒ 최광식

a 아마 '알라'가 오른쪽이지 않을까? 메모를 안했더니. 헷갈립니다. ㅡㅜ

아마 '알라'가 오른쪽이지 않을까? 메모를 안했더니. 헷갈립니다. ㅡㅜ ⓒ 최광식

a 두터운 양털보료를 침대겸 사용하더군요. 아주 푹신하고 편합니다. 길이는 약 3~4미터로 겹쳐 사용하는 경우도..

두터운 양털보료를 침대겸 사용하더군요. 아주 푹신하고 편합니다. 길이는 약 3~4미터로 겹쳐 사용하는 경우도.. ⓒ 최광식

엄청난 양의 전채겸 디저트를 아주 가볍게 먹고 있는데 집에서 만들었다는 신강비빔면이 나온다. 흠! 소박한 맛이지만 만든 사람 정성을 위해 혀로 핥은 듯이 깨끗하게 비웠다. 뭘 먹어도 늘 만나게 먹는다고 외할머니께서 늘 칭찬하시던 배나온 기마민족 아니던가.

위구르 처녀가 한 그릇 더 하라고 거의 강권하다시피 한다. 작년에도 자기들이 만들었다고 거의 큰바가지 넘칠 정도의 면을 위구르풍습에는 다 먹어야 한다고 우겨서 먹어치우는 데 큰 고역을 치루지 않았던가! 보나마나 비슷한 양으로 또 나올 것 같아서 배부르다고 사양.

타깃은 부산총각으로 넘어갔다. 이삼일 배탈 나서 고생한다고 했지만 한 사람은 먹어줘야 예의 같아서, '배가 아파서 더 이상 안 되요'라는 한국어를 '너무 맛있어서 더 먹고 싶어요'라는 중국어로 통역해서 억지로 한 그릇 더 먹였다.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과 행동으로 주위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기특한 총각이다. 거기에 넓은 위장까지.

근처 도시인 '샤처(沙車)'에서 내과의사로 일한다는 둘째오빠내외도 주말을 맞아 온 듯싶은데 짧은 인사 후 쇼핑하러 간다고 사라진다.

흠… 무슬림 남자들은 남녀구분이 '남녀칠세부동석'수준이다.

화장실에서 언제 나와서 자기 방으로 들어갔는지 모를 제자 아버지와 자기 방에선 낮잠을 잔다는 셋째오빠도, 1년 만에 본 자기 여동생을 몇 초만 보고 사라진 둘째오빠 내외도, 외국손님들을 편하게 해주려는 배려와 아마 일행 중의 안양처녀와 내외하려는 이 지역 무슬림식 예법 탓일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들을 접대한 사람은 이 집 안주인인 제자의 모친과 요즘 유행이라며 순악질 여사마냥 눈썹을 일자로 진하게 연결해 붙인 듯 한 조금은 복고적인 화장을 하고 나온 둘째 누나와 수줍음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사촌여동생까지 여자만 4명.

아! 이 집의 형제자매는 모두 7명이다. 자녀제한에 대한 소수민족우대정책의 성공적인 사례이기도 하고.

내가 겪은 무슬림식 예법은 과거부터 이어졌지만 현재는 생명력을 거의 상실한 유교기반의 한국식 예법과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런 점들까지 더해져서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다.

셋째오빠가 좋아하다는 마이클잭슨 비디오를 틀어주더니, 아마 내 기억에는 십년은 넘은 듯한, 이 지역TV를 보고 싶다는 내 요청에 따라 신강지역방송을 틀어준다. 그리고는 작년에 결혼했다는 둘째 오빠 결혼식 테이프 감상. 이웃주민들이 모두 참석하는 것이 예의란다. 결혼식은 이틀이며 남자하객들은 해뜨기전인 7시정도부터, 여자하객들은 12시부터 '남녀칠세부동석'을 유지.

너무 오래있으면 폐가 될 것 같아 1년 만에 만난다는 오빠내외와 같이 지내라는 핑계를 대고 짧은 인사 후에 나왔다.

근처 동호공원으로 향했다. 물 한 통씩 3병을 샀는데(1.5위안씩), 물통 배 부분을 눌러보니 물이 샌다. 혀끝에 살짝 맛을 보니 물맛이 너무 세다. 음료용에서 세면용으로 사용. 중국에서 아니 여행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물'이다. '생수'를 마실 때에도 가급적이면 유명상표를 고르는 것이 좋다. 그 때에도 배 부분을 눌려서 물이 새면 즉각 버리는 것이 좋다.

공원입장료는 3위안씩, 보트 빌리는데 한 시간 35위안, 보증금은 40위안 흠! 한국에서 배로 하루, 기차로만 4일 걸리는 거리에 와서 한국인 셋이 배를 탄다.

공원에 나와서 다시 호텔로, 뭐 하루 15위안짜리지만 호텔은 호텔이다. 서양인들이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다니는 여행책자에 나와 있는 여행카페에 여행정보가 많다고 해서 가봤는데, 여행정보노트도 없다. 5위안이나 하는 수박주스를 먹었지만. 맛도 영 아니다.

어제 그 사원으로 이동, 사원근처를 배회하다가 저녁. 식사는 양꼬치 10개, 면하나, 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내가 냈다. 18위안.

a 아라비안 나이트가 생각나더군요. ^^

아라비안 나이트가 생각나더군요. ^^ ⓒ 최광식

a 알리바바만 있으면.. 딱인데

알리바바만 있으면.. 딱인데 ⓒ 최광식

호텔 앞에 있는 가게에서 맥주 5병을 마시면서 노닥노닥. 술 먹으면 주로 자기 말만 해대는 스타일이라 주로 혼자 떠든 듯. 연신 하품하는 안양처녀를 위해 파티를 끝내고 2층, 3층 전체에 딱 하나 있는 샤워기라고 불러야 할 지 수도꼭지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를 샤워가능한 장소를 차지하기 위해 30여분 기다렸다. 3층은 고장중이고 수리중이라고 안내쪽지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도대체 며칠 째인지 모른다.

2층 공동화장실 3칸 중 제일 오른쪽 칸에 수도꼭지만 하나 달랑 달려있기에 경쟁이 치열하다. 잉? 금방 유일한 샤워실에 서양여자가 들어갔는데 잇달아 서양남자여행객이 문을 열고 따라 들어간다. 헉! 왜 내가 민망해지나. 괜히 서있다가는 변태로 몰릴 상황이라 빨래감 찾아서 동분서주. 괜히 바쁜 척. 결국 30분 정도 더 지나 샤워실을 차지했다.

과거에 있다가 현대를 만나니 괜히 피곤해진다. 현대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덧붙이는 글 |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여행일기'라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올리고 있는 '중국배낭길라잡이'의 내용을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봐주시길.. 

ㅇ 중국어는 경어가 거의 없기에, 사실에 가깝게 번역했습니다. 현장감 있는 번역이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ㅇ '여행지정보'보다는 '여행정보'에 치중했습니다. 괜한 그리고 많은 '여행지'사진은 스포일러(영화결말을 말하는) 같아서. 

ㅇ 중국돈 1위안은 2005년 8월 한국돈 136원(팔 때 기준) 정도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여행일기'라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올리고 있는 '중국배낭길라잡이'의 내용을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봐주시길.. 

ㅇ 중국어는 경어가 거의 없기에, 사실에 가깝게 번역했습니다. 현장감 있는 번역이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ㅇ '여행지정보'보다는 '여행정보'에 치중했습니다. 괜한 그리고 많은 '여행지'사진은 스포일러(영화결말을 말하는) 같아서. 

ㅇ 중국돈 1위안은 2005년 8월 한국돈 136원(팔 때 기준)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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