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KBS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후 수상소감을 밝히는 김명민씨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 장군 역을 했던 김명민씨도 말했다. 그는 "한때 모든 것을 포기할 생각도 했었다"며 "이순신 장군님을 연기하게 됐던 건 제 인생의 큰 행운입니다. 정말 장군님이 그토록 정신적 고통을 주시더니 큰 상을 안겨주셨군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또 "이순신 장군의 10분의 1이라도 닮고자 발악한 저를 도와주신 선배님들, 한 회 출연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단역 연기자들, 무더위와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저를 진짜 장군님처럼 대해 준 300여 명의 연기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의 결정체라는 점을 잊지 않을 때 수상소감의 진실성이 나온다.
겸손한 수상 소감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개그맨 유재석씨는 "강호동씨와 개그맨을 포기하려던 위기에서 지금까지 개그맨을 할 수 있게 도와준 김용만씨, 신동엽씨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부족한 저에게 개그맨의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해준 시청자분들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14년 동안의 모든 활동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호소력을 지닌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 역정을 생각해서 눈시울을 붉히는 것만이 감동적이고 의미를 준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이혜숙씨의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이 얼마나 따뜻한 일인지 알게 됐다"는 수상소감도 간결하지만 뜻 깊은 수상소감이다. 작품을 통해서 느끼는 소회도 배우의 중요한 측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청자, 대중과의 교감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신의 고생에 대한 응답으로 받은 상은 역설적으로 상의 불필요한 권위만을 높여준다. 정작 중요한 것은 연기와 작품의 타당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감동의 수상 소감이 많을수록 시상 제도의 모순이 합리화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진다.
지난해 3월 22일 제2회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공로상'을 받은 가수 한대수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 목적 없이 음악을 시작했다. 여러 분쟁과 질투, 시기가 넘치는데 이 모든 것을 음악으로 감싸 안아야 한다. 서로 다른 종교, 다른 사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성을 찬양할 수 있는 세계를 우리 음악으로 꾸며보자."
이렇듯 음악, 연기, 작품에 대한 논의는 물론 사회적 의미까지도 말하는 수상 소감이 더 중요하고 의미가 깊어보인다.
어느 배우가 수상소감에서 말한 "항상 기다리고 노력하면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는 말이 수상으로 귀결, 환원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연기, 노래는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상을 받고 사라져간 수많은 연예인들을 생각할 때 더 아로새겨지는 것이다. 방송사 등지에 상을 많이 받고 역대 수상 명단 목록에 새겨지기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많이 받고 그들의 가슴에 새겨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서프라이즈에 보낸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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