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목사 은퇴에 대한 기고

기독교신자 송모씨... 성도들에 서명 강요는 부끄러운 일

등록 2006.01.03 14:46수정 2007.02.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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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세계 최대 규모의 교회로 꼽히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예배모습.

세계 최대 규모의 교회로 꼽히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예배모습. ⓒ 여의도순복음교회

지난 1월 1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는 송구영신 예배를 통해 "성도들의 요구대로 75세까지 목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 목사는 오는 2011년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직을 계속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한국 교계와 언론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목회자인 조 목사의 은퇴 여부를 주목하며 시무 연장 가능성을 가늠해 왔다. 교단측에서도 상황과 여건을 바탕으로 조 목사의 담임목사직 임기 연장을 공식적으로 성명하고 추진해 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기독교 하나님의 성회(기하성)' 소속 중 가장 큰 교회로 한국 복음에 큰 역할을 해왔다. 오순절 신앙을 통해서도 역동적인 성령운동을 진행해 왔다. 이는 교회사적 전통보다는 조 목사라는 '1인의 카리스마'와 뛰어난 능력으로 달려온 반세기였다. 이러한 입장에서 조 목사가 은퇴를 한다는 것은 여의도순복음교회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귀한 자원 손실임은 자명하다.

고 정주영씨 닮은 조용기 목사... '왕자의 난' 일어날지도

a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해 11월 13일 신도들의 기립표결로 조용기 당회장의 시무연장안을 통과시켰다. 시무연장을 찬성한 교인들이 자리에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해 11월 13일 신도들의 기립표결로 조용기 당회장의 시무연장안을 통과시켰다. 시무연장을 찬성한 교인들이 자리에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있다. ⓒ 뉴스앤조이 이승규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교회의 주인이 누구이며 또한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오늘날까지 인도하신 분이 누구인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한 시대 가운데 하나님께 크게 쓰임 받은 종이라 하여 결코 인간이 교회의 역사를 주관할 수 없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세계 최대의 교회이고, 기하성 교단의 지방회 몇 개를 합친 것에 준하는 교회이기는 하다.

그러나 일개 지교회의 담임목사 임기를 두고 전교단적으로 일간지에 성명(2005년 5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 목사 은퇴선언 철회 요청' 성명 광고- 편집자 주)을 내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결단코 역사의 주관자를 하나님이 아니고 조 목사인 것처럼 어리석게 신격화하는 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일반인들은 이런 성명이 조 목사의 뜻과 영향력에서 기인하였는지, 아니면 교회나 교단의 중요 관계자들에 의해 이뤄졌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를 보면서 신자이든 비신자이든 세계 최대 교회의 수장인 담임목사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이것은 바로 온전한 조직체로써 교단헌법을 준수하고 합법적으로 운영해 나가지 못했다는 증거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또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문제가 일어나기까지 배경은 조 목사와 같은 카리스마적인 리더십, 하나님께 받은 은사와 능력을 입증할 만한 후임자가 부재하다는 데 있다.


사실 그렇다. 오늘날 조 목사의 명성에 준할 만한 목회자나 신학자는 기하성(순복음)교단으로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 사실상 부각되고 있지 않다. 이런 '1당 독재적인' 화려한 리더십은 수많은 지성전의 확장으로 수도권 일대에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건립하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반면 막상 그런 거대 조직을 영속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인재의 기반과 체제적 기반은 마련되지 않은 채 달려왔던 것이다.

조 목사가 은퇴하더라도 생전에는 그의 영향력으로 인해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외부적으로는 안정적인 형태를 띄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사후에는 분명 '교단의 분열' 내지는 '영목회'라는 영역에 속한 기득권층의 담임목사직을 둘러싼 '왕자의 난'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한편으로 이것은 바람직한 진통이고 언젠가는 겪어야 할 부분이다. 이로 인해 여의도순복음교회 본성전과 지성전들은 개별적으로 독립해 각자 지교회로써 기하성 교단 내에서 균형 있고 지속가능한 체제로 나가야 할 것이다.

또 조 목사의 목회가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지만, 세계적으로도 DCEM(David Cho Evangelistic Mission·조용기 목사가 설립한 선교단체-편집자 주)과 같은 선교운동으로서 복선화를 해나가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기득권 통한 목회 독식, 세습은 한국교회의 고질적 병폐

a 지난해 4월 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강변교회에서 열린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주제의 월례 조찬기도회에서 조용기 목사가 참회 기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강변교회에서 열린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주제의 월례 조찬기도회에서 조용기 목사가 참회 기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박상규

지난 2003년 '사랑의교회' 옥한흠 원로목사는 25년간 목회해온 교회를 남가주 사랑의교회를 담임하던 오정현 목사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옥 원로목사는 공동목회의 패턴으로 교회 내부의 일은 후임자에게 넘겨준 뒤, 자신은 국제제자훈련원 사역을 통해 지교회 차원을 넘어 목회적 소스를 한국교회에 보급하는 사역자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의 대형교회를, 한국의 대기업에 비유해 굳이 특성을 비교해 본다면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조 목사는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전 회장과 유사하다. 척박한 맨땅에서 건설과 자동차 중공업을 통해 현대를 일으킨 고 정 전 회장처럼, 조 목사는 척박한 가난과 빈민 가운데서 희망의 목회와 축복의 복음으로 세계 최대의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정 전 회장 사후 '왕자의 난'이라 불릴 정도로 그 후계자들에 의해 조각조각 갈라졌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역시 모든 교회의 치리를 통괄한 인재가 부재한 상황에서 그러한 혼란을 한번쯤 겪고 넘어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사랑의교회'와 옥한흠 목사는 삼성그룹의 고 이병철 전 회장과 유사한 점이 있다. 삼성그룹은 전자 반도체를 중심으로 지식경영과 인재경영을 통해 세계 최고 일류 기업을 만들어 냈다. '사랑의교회'는 강남의 부유한 지역에서 '지성과 영성의 조화'를 이루는 목회를 통해 제자훈련과 평신도 운동을 바탕으로 사역자를 배출해내는 내실 있는 '교회 솔루션'을 건설했다.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을 통해 다시 한번 재도약했듯 사랑의교회는 오정현 목사를 통해 다시 한번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교회의 가장 대표적인 두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사랑의교회는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기업에 비교할 만큼 성장했다. 두 교회는 한국교회 복음주의 진영 안에 오순절 신학과 장로교 개혁신학의 최고봉이며 성령운동과 제자훈련을 통해 각기 다른 성과를 찬란하게 꽃피워 하나님께 영광이요, 복음전파의 큰 쓰임을 받았다.

이런 1세기적인 성과는 누구나 인정하는 하나의 성과요, 모범적 결과물이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동시대에 다시 한번 재도약시키고 체계적으로 잘 전승하느냐다. 2003년 가을, 사랑의교회 목회 계승의 결과는 자의든 타의든 한국교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사실상 무엇이 대단할 일일까 싶겠지만 한국교회에 이슈가 되는 이유는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기득권을 통한 목회의 독식 및 세습 문제'가 분명 일반인들에게 덕을 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 목사에게 잘 보이려 서명 강요... 부끄럽다

조용기 목사는 약속된 날짜에 은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누구도 그의 공로와 능력을 아까워하지 않는 이가 없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는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에게 있어 나름대로 하나님께서 너무나도 놀랍고 특별하게 사용한 풍운아 같은 목회자다.

혼란한 때 진정한 리더가 보여주어야 할 것은 원칙이다. 조용기 목사 본인뿐만 아니다. 기하성(순복음) 교단 내에서 (조 목사의 임기 연장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돌리고 서명을 받아 올리는 등의 저속한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임기 연장은 지도자가 하나님 앞에서 교단헌법에 의거하여 순전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결정 내리고, 역사의 평가를 받을 일이다. 대중들, 특히 영목회에 속한 목회자들이 앞다투어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성도들에게 서명을 강요하고 현수막을 내거는 행위는 부끄러운 일이다.

원칙이란 정통성을 운운하며 서로 아전인수하는 모습이 아니다. 다음 세기에 펼쳐질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하고 굳게 믿으면서 하나의 점을 찍는 것이다. 조 목사 자신뿐만 아니라 교단 및 교회의 관계자들도 결과물 만능주의적 사고를 배제하고 '신본주의적 교회관'을 확립해야 한다. 그래서 교회 역사의 주관자가 조목사의 능력이 아닌 그를 사용하신 하나님임을 알아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개혁주의적 신앙의 뿌리를 지닌 장로교 출신의 성도로서 지금은 순복음교단 교회의 성도다. 내면의 신학적으로는 칼빈주의를 받아들이지만 오늘날 한국교회의 역사 가운데 오순절 교회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역사 또한 놀랍고 경이하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크기와 규모를 떠나서 세계교회사에 기념비가 될 만큼 그 역사 자체가 '은총의 세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때에 기하성 교단이 진실로 하나님의 뜻 가운데 순종하는 한국교회의 모범적인 교단이며 교회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바란다.

a 기하성은 지난해 5월 17일 제54차 총회에서 조용기 목사의 은퇴선언 철회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기하성은 지난해 5월 17일 제54차 총회에서 조용기 목사의 은퇴선언 철회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 뉴스앤조이 이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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