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가수 김C와 함께 춘천에 사는 이외수 선생 댁에 다녀왔다. 올 봄쯤 나오게 될 김C의 책에 선생의 그림을 싣기로 하고 함께 밤을 새워 그림을 그리려는 요량이었다. 물론 그림은 선생이 다 그리고, 김C는 옆에서 노래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는 역할이었다.
굳이 김C와 이외수 선생을 엮어 무언가 만들어 볼 생각을 한 것은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조인트 콘서트를 위해 두 명의 뮤지션을 섭외할 때처럼 둘의 만남을 통해 훨씬 멋지고 신나는 무엇이 만들어 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둘이 한방에 앉은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김C와 이외수 이 두 사람은 여러 모로 비슷하다. 오랜 습작과 무명시절을 보내면서 자신들보다 먼저 시인이 되고 가수가 된 친구 옆에서 이외수 선생과 김C는 스스로를 담금질해왔다. 꿈만 쫓는 사람들의 고생은 원래 비슷한 법인지 모르겠지만, 둘은 똑같이 배도 곯아보았고, 집에서 쫓겨도 나 보았고, 오랫동안 안주인을 바깥양반으로 모시고(?) 살기도 했다.
그렇게 적지 않은 시간, 막연했던 시절을 오로지 노래와 글로 보냈던 이 둘은 그럭저럭(?)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지낼 수 있게 되었지만, 이외수 선생은 장외인간을 탈고 하고 '요즘 시대의 문장론'이라는 주제로 또 한권의 책을 준비하고 있고, 김C는 3집 앨범 막바지 작업에 매달리고 있는 요즘이다 보니, 오히려 예전 보다 더 치열하게 소설쓰기와 음악 만들기에 빠져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김C가 윤도현밴드 공연에 게스트로 섰을 때였다. 무대에서 본 김C의 첫 인상을 이외수 선생은 '가슴이 아팠다'라고 말한다. 사실 두 사람의 삶에 '짠'한 구석이 있다는 것은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화려한 조명 아래 노래하는 김C를 가슴 아프게 바라보았다는 것은 짧은 순간 두 사람이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는 이야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