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단층(CT) 촬영에서 뇌압과 혈압이 정상범위로 떨어지는 등 샤론 총리의 상태가 호전됐다고 담당의료진이 밝힌 가운데, 7일 이스라엘 통곡의 벽에서 한 정통파 유대인이 기도하고 있다.REUTERS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 총리의 정치 생명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샤론이 주도해온 중동 평화프로세스가 총체적인 위기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3월 총선을 앞두고 샤론의 노선을 계승한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권한대행과 강경파인 네탄야후 리쿠드당 당수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네탄야후의 집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올메르트 총리 대행이 승리하더라도 강력한 지도력을 보여줬던 샤론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중동 정세와 관련해 우선적인 관심사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간의 평화협상이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던 양측의 평화협상은 2003년 샤론 총리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에 땅을 돌려주기로 결단을 내리면서 중대한 전기를 맞았었다. 동시에 이러한 결단은 샤론이 강경 성향의 리쿠드당과 결별하고 카디마를 창당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에 대해 네탄야후는 샤론의 결정이 이스라엘의 안보와 미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자신이 집권할 경우 이러한 결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자신은 "샤론의 계승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그가 집권하더라도 초강경론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네탄야후 "이란 핵시설 선제공격 할 것"
샤론 이후 중동 정세와 관련해 또 한가지 복병은 이스라엘의 이란 정책이다. 특히 이란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립각을 세우면서 핵 활동 재개에 들어가, 이스라엘 총선에서 강경파가 승리할 경우 이란-이스라엘 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네탄야후는 지난해 12월 샤론 총리에게 대 이란 강경책을 주문하면서 "내가 이스라엘 정부를 구성하면 과거에 사담 후세인의 원자로를 공격했던 것과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자신이 집권할 경우 1981년 이라크의 오시락 원자로를 공습한 것처럼,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해 이란의 핵무장을 저지하겠다는 의미이다.
물론 네탄야후의 공언처럼 그가 집권하더라도 이란 공습에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조차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에 나서는 것은 위험천만할 뿐만 아니라, 이미 이스라엘이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억제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탄야후는 초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이란의 핵무장을 저지하는 것은 이스라엘 정부의 최고 임무라며, 자신이 집권하면 이러한 과업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네탄야후가 집권할 경우,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적어도 '말의 전쟁(war of rhetoric)'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란, 핵 시설 봉인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