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우리가 간 날 금원산 휴양림엔 눈이 내려...정명희
이웃집 아주머니가 오랜만에 '국수'를 먹으러 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겨울에 웬 국수? 국수를 좋아하지만 우리 집의 경우 국수는 주로 더운 여름에 더위를 쫓을 양으로 먹었지 겨울에는 거의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밥이 아닌 다른 먹거리라면 떡 만두국을 가끔 끓여먹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얘기나 할 양으로 국수초대에 응했는데 막상 국수를 대하고 따끈한 국물을 한입 머금으니 마음이 달라졌다. 어찌나 맛있던지. 연거푸 두 그릇(?)을 후딱 해 치웠다.
겨울에는 따뜻한 다시 물을 부으면 되는 것을, 그 생각을 못하고 겨울국수라니 가뜩이나 추운데 얼어 죽을 일이 있나하며 외면한 것이 애석했다. 아무튼 한번 짜릿함을 맛본 나의 미각은 한번으로 만족할 수가 없었다. 해서 그날 저녁 그리고 다음날 점심과 저녁 연거푸 국수를 먹고 나니 아, 드디어 포만감이 왔다.
나의 이런 성향은 먹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겨울산 휴양림, 거창의 금원산 휴양림을 다녀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찌나 그곳 풍경과 거창 시내에서 먹었던 '통뼈감자탕'을 잊을 수 없었던지 남편이 남은 휴가를 써먹어야 한다기에 당연 그곳으로 정해서 또 한번 더 갔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부족했다. 마음 같아서는 한달쯤 푸욱 곰삭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고 대신 대구에 있는 '통뼈 감자탕'을 찾아 통뼈를 뜯으면서(?) 금원산 휴양림을 그리워하였다.
다시 찾은 금원산
그러다 올해 또다시 친구들과 금원산 휴양림을 찾게 되었다. 처음에는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 볼까 했으나 다들 금원산을 잊을 수 없다하여 다시 찾게 되었다. 지난해는 우리가 갔을 때 다른 한 팀이 있었지만 올해는 아주 완전히 독무대였다.
산장에 짐을 풀고 창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마음이 '확' 트이면서 아니, 그 동안 나는 왜 그토록 찡그리고 살았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아이들에게 내었던 짜증과 남편과의 티격태격 등 금원산 풍경을 바라보며 지난 일상을 생각하니 모두 내 잘못이었다.
이래서 여행이 필요한 것이구나. 새삼 여행을 존재 의미를 절감했다. 마음이 열림은 나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장난감이 없어도 여섯 명의 아이들은 잘도 놀았다.
벽장 속에 들어가서 이불처럼 누워있기도 하고 마침 여섯 개 있는 베개를 다리사이에 끼고 뜀뛰기를 하는 등 시끌벅적 일대 난장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