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연구팀에 대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이틀째 조사가 이뤄진 지난 달 19일 오후 일반인의 서울대 수의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연합뉴스 이상학
"기자라면 진절머리가 난다."(서울대 수의대 경비실 직원)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황우석 교수 연구에 대한 조사에 돌입한 지난달 18일부터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던 12일까지 한달여 시간 동안 서울대 수의대 연구원들과 경비원들은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야 했다.
연구원들은 뭔가 알아보려는 각 언론사 기자들을 피해다녀야 했고, 경비원들은 조사위 위원들의 얼굴과 조사 현장이 노출되지 않도록 보안에 노심초사해야 했다. 그간 수의대를 서성거리던 기자들 사이에선 "경비원들이 기자 따돌리는 데 도가 텄다"는 말이 돌 정도.
하지만 수의대 건물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종료된 12일 오후부터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연구원들은 여전히 굳게 입을 다물었지만 언론사 취재진들이 대부분 빠져나가서인지 다소 평온한 얼굴이었다.
한 차례 '쓰나미'가 휩쓸고 간 듯한 서울대 수의대와 그 주변 분위기를 살펴 보았다.
'쓰나미' 지나간 수의대, 기자 따돌리기에 도가 튼 경비원들
"모 방송사 카메라 기자가 밀치는 바람에 허리를 심하게 다쳤다."
수의대 경비원 이모(61)씨의 원망은 모두 '기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앉았다 일어설 땐 손을 짚고 일어서야 할 정도다, 아직도 통증이 심하다"며 하소연했다. 또 "기자들은 예의가 없다, 아무나 보고 반말이다, 쓰레기도 사방에 다 버려놓고 그냥 가질 않나..."며 기자들을 나무라기도 했다.
상처뿐인 전쟁에서 승리라도 한 듯 그는 "그래도 조사위 얼굴이 한번도 공개되진 않았지"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또다른 경비원은 "기자라면 진절머리가 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한 남자 연구원은 "뭔가 말을 해주고도 싶었지만 끈덕지게 달라붙어 신경이 날카로워졌던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게 됐다"고 고백했다.
대부분 연구원들은 12일까지도 기자에게 "드릴 말씀이 없네요" "말 걸지 마세요" "아무것도 몰라요" 등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며 인터뷰를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