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 매각, 통신업계 발전 위해서라면..."

M&A 전문가 박병무 사장 기자간담회서 밝혀... 통신업계 재편의 '핵'

등록 2006.01.16 19:11수정 2006.01.1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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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병무 대표이사 내정자.

박병무 대표이사 내정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우리가 먼저 나서서 하나로텔레콤을 매각하려는 시도는 없을 것이다."

박병무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내정자가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 하나로텔레콤의 인수·합병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매각은 그 시기가 문제일 뿐이라는 반응도 여전하다.

박병무 내정자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뉴브리지캐피탈은 기본적으로 장기적, 전략적 투자자"라며 "새로 인재를 영입하고 내가 개인적으로 하나로텔레콤 주식 13만주를 매입한 것만 해도 자발적인 매각 추진과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순히 단기 이익만 늘린다고 해서 하나로텔레콤의 매각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라며 "하나로텔레콤이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을 갖출 때 인수 대상으로서 매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해 근본적인 체질강화를 적극 추진할 뜻을 나타냈다.

박병무 내정자는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사장으로 제일은행 인수 등 국내외 굵직한 M&A 30여 개 이상을 성사시킨 M&A 전문가다.

에이아이지·뉴브리지캐피털 컨소시엄이 하나로텔레콤의 지분 39.56%를 인수, 최대주주인가 된 후로는 이들을 대표해 사외이사로 활동해 왔다. 또 2개월 전부터는 권순엽 대표이사와 함께 경영위원회를 구성 의장을 맡아 외국인 대주주를 대리해 직접 경영전반 챙기기에 나섰고 결국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매각 가능성은 없다지만...


그동안 시장에서는 하나로텔레콤의 공식적인 M&A 가능성 부인에도 불구하고 매각설이 그치지 않았다.

에이아이지와 뉴브리지캐피털은 통신회사 경영보다는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회사 가치를 높인 뒤 차익을 실현하는 데 모든 관심이 쏠려있는 사모펀드다. 때문에 이들이 작년 하나로텔레콤에 대한 강력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최근 통신 전문가가 아닌 박병무 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한 것은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의 최근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360만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를 지키고 공격적으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겠다며 경쟁사에 전쟁을 선포하는 등 기업가치의 핵심인 가입자 기반 확대에 '올인'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박 내정자도 이날 매각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는 "현 시점에서는 자발적으로 하나로텔레콤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통신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합종연행의 필요성이 생기면 (인수합병을)생각해 볼 수는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뉴브리지캐피탈은 주식 매입 후 보통 5~7년 정도 보유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2년 내 매각한 경우도 있었다"며 "이는 대부분 상대방이 거절하기 힘들만큼 좋은 조건을 제시했을 때"였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인수자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손을 털고 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최근의 환율하락도 매각 분위기 조성에 한 몫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에이아이지·뉴브리지캐피탈은 하나로텔레콤 주식을 주당 3200원에 사들였다. 현재 하나로텔레콤의 주가는 2700원대를 오르락내리락해 인수 가격에 크게 못미치지만 환율하락을 고려하면 지금 매각하더라도 크게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다. 게다가 매각 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될 수 있다.

환율하락으로 매각 분위기는 조성

이와 관련 박 내정자의 하나로텔레콤 주가와 관련한 언급도 눈길을 끈다. 그는 "주가매출액비율(PSR)이나 주가자산가치비율(PBR)등 여러 지표를 볼 때 현재 하나로텔레콤의 주가는 너무나 저평가 돼 있다"며 "내가 주식을 산 것은 이런 이유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나로텔레콤의 장부상 가치만 제대로 평가받아도 지금보다 훨씬 높은 주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6년 향후 하나로텔레콤의 행보는 회사 몸값 높이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 내정자는 "하나로텔레콤은 네트워크 기반의 세일즈·마케팅 회사로 전환되어야 한다"며 "2006년은 하나로텔레콤이 미디어 회사로 변신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경영목표를 밝혔다

올해 TV포털, IPTV 등의 사업을 통해 단순한 네트워크 회사에서 그치지 않고 통신망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KT, SK텔레콤 등 통신업체들이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는 구체적인 경영목표로 ▲360만 가입자 기반 유지확대 ▲지속적 비용절감을 통한 효율적인 비용구조 구축 ▲두루넷과의 조기통합 및 안정화 ▲고객서비스 극대화 ▲조직문화 혁신 등 5가지를 제시했다.

또 회사의 비용구조를 가볍게 하기 위한 사업 환경 개선에도 역점을 둘 뜻을 밝혔다. 그는 대표적으로 인터넷 업체들을 대상으로한 종량제 도입 필요성을 거론했다.

박 내정자는 "통신 시장을 들여다보니 지속적인 투자를 힘들게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 주범으로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시키는 인터넷 업체들을 지목했다.

"무임승차한 인터넷 업체들, 돈 더 많이 내야"

그는 "통신업체들의 투자 부담을 보조하지 않으면서 구축된 인터넷망을 통해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들이 많다"며 "중형차들이 이용하라고 고속도로를 뚫어놨더니 24톤 대형 트럭들이 질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트랙픽을 유발시키는 포털이나 게임 업체 등 인터넷 기업들을 '24톤 트럭'에 비유, 이들에 대한 종량제 도입을 강조한 것이다.

박 사장은 "24톤 트럭들은 우회도로를 이용하게 하거나 돈을 더 많이 내야한다"며 "미국에서도 이미 주문형비디오(VOD)업체 등 과다한 네트워크 트래픽을 발생시켜 이익을 내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과금형태를 도입하고 있다"고 말해 종량제를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 선장을 맞이하게 된 하나로텔레콤호의 2006년 행보에 통신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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