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찾아간 MBC 드라마 <궁> 세트장 밖(위)과 안(아래). '궁'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폐공장터 가건물 안에 화려한 황궁이 숨어있다.안윤학/에이트픽스 제공
'저게 궁이야?'
최근 화려한 세트와 궁중의상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궁>의 실제 세트장을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이다. 경기 오산시에 소재한 세트장은 시청자들이 충분히 '오산'할 만한 곳이다.
지난 12일 <궁> 2부 첫 장면엔 '신채경'(윤은혜 역)과 '황후 민씨'(윤유선 역)가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눈부실 만큼 화려한 색감의 '궁' 내부 모습이 펼쳐진다. 고풍스럽고 웅장한 산수화를 배경으로 화려한 소품들과 함께 한국 전통문화와 서양문화를 접목시킨 복고풍의 식탁이 놓여진 접견실이다.
그러나 드라마 속 '궁' 내부와 달리 세트장 밖은 의외로 허름하다. 600평 규모의 폐공장터에 만들어진 세트장 입구엔 여기저기 빈깡통,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널려있다. 무언가 태운듯 시커먼 잿더미들도 방치돼 있다. 이런 누추한 곳에서 우아한 황궁 생활이 그려진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지난 19일 오후 20여명의 기자들과 함께 MBC 홍보팀의 안내로 <궁> 세트장을 방문했다. 이날 자리에는 주인공 '신채경'을 맡은 윤은혜씨와 황태자 '이신' 역의 주지훈씨도 함께 했다.
창덕궁·경복궁, 가상극이란 이유로 촬영 거부
폐공장터에 세워진 곳이라고 해서 결코 얕볼 만한 데는 아니다. 이곳엔 스태프들의 피땀어린 정성이 묻어있다. 6개월 동안 궁, 절, 사원 등 전국에 널리 퍼져있는 전통건물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드라마 설정에 맞게 그림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김미나 제작담당 PD는 "<궁>이 '전통사극'이 아니라 '가상극'이라는 이유로 창덕궁, 경복궁 등지에서 촬영을 거부당했다"며 세트장에 남다른 공을 들인 이유를 설명했다.
김 PD는 "궁중음악 감상 장면은 경북 경주 안압지에서, 일부 장면은 경주 향교에서 찍는 등 소위 '동냥촬영'을 해야 했다"며 촬영장소 마련에 고심했던 사연을 전했다. 궁실 내부 장면은 오산 세트장에서, 궁실 밖 장면은 이곳저곳을 떠돌며 촬영했다는 것. 앞뜰은 안압지, 뒤뜰은 전북 전주 경기전에서 하는 식이다.
그는 "문화재를 보호하자는 데는 공감하지만 사극과 가상극을 구분해 촬영을 거부당한 사실엔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15억원 투자된 세트... 컴퓨터그래픽도 동원
스태프들의 정성뿐만 아니라 15억원이라는 엄청난 돈도 투자됐다. <궁> 세트장 내부엔 1000만원짜리 소파, 몇 백만원에 이른다는 찻잔 등 값비싼 소품들이 즐비했다.
여기에 컴퓨터그래픽(CG)과 특이한 미술작품들도 동원됐다. 영화 <유령> <내추럴시티> 등을 연출해 시각효과 부문에서 극찬을 받았던 민병천 감독이 이팩트 슈퍼바이저(시각효과 책임자)로 참여했고, 영화 <혈의누> 민언옥 미술감독도 참여했다.
실제 세트장 안은 컴퓨터그래픽이 결합된 드라마를 통해 봤던 것만큼 경이로운 빛깔을 내고 있진 않았지만 그야말로 '호화판'이었다.
주연을 맡고 있는 윤은혜씨도 "처음 왔을 때 너무 좋아 많이 돌아다녔다"며 세트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윤씨는 "자주 이용하지 않던 홈페이지에 세트장 사진만큼은 꼭 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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