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원
평소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부부는 작품도 함께 한다. 부인은 글을 쓰고 남편은 그림을 그린다. 그 중에서도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열림원)은 동화작가인 부인이 고인이 된 남편과 시골에서 살며 사시사철 먹는 음식들을 어린시절 이야기와 함께 써내려간 요리 에세이다.
이 책은 작가인 오진희, 자신이기도 한 어른이 된 짱뚱이가 어린 시절을 통해 자신의 추억과 새롭게 재회하는 세대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밥상에 올라오는 익숙한 음식들로 우리 먹거리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가족들 이웃들과의 이야기도 맛나게 풀어냈는데 소소하고 정겨운 추억이 책안에 가득 녹아 있다.
책에 소개되는 풋풋하고 소박한 먹거리들은 ‘조물조물’ ‘자박자박’ 등 정겨운 단어들로 인해 더욱 먹고 싶게 만든다. 봄에는 쑥국, 여름에는 상추쌈, 가을에는 가지버섯 볶음, 겨울에는 팥칼국수, 이렇듯 계절을 대표하는 음식들과 채소와 사람을 자연스레 비교하는 대목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참 부러운 사람이 있다. 상대가 누구든 늘 배려해주고, 조금 어눌한 사람의 말에도 귀기울여주고, 모난 사람도 부드럽게 감싸주는 사람, 까다로운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면서 특별히 튀지도 않고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도 어느 자리에서든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는 부럽다. 채소도 그런 게 있다. 대한민국 모든 쌈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상추, 다른 채소에 비해 특별한 맛이랄 것도 없고 향도 그다지 별나지 않은 상추, 그러나 손바닥만한 땅이라도 있으면 제일 먼저 씨 뿌리는 채소가 상추다. - ‘상추쌈 명상’ 중에서-
환경운동가답게 글 곳곳에서 자연 친화적인 저자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영국의 극작가이자 비평가인 조지 버나드 쇼는 “음식에 대한 사랑처럼 진실 된 사랑은 없다”고 했다. 요즘 유행하는 참살이 식단의 전형으로 이제는 고인이 된 남편과 흙집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아련하다. 책에 그림을 그렸던 고인은 가고 없지만 그가 열정을 바친 환경에 대한 사랑만큼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열림원,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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