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세상장옥순
현대는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다른 사람의 언어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상생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천천히 시각을 바꿔보면 내 생각이나 사상만이 진실이거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참 많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이전의 진리관이 절대적이고 객관적이었다면 현대의 진리관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가난과 배고픈 시절에 배운 절대적 사회 윤리가 가난 극복이라는 물리적 만족이었다면 지금은 자존의 욕구가 더 앞자리에 앉아서 자아를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 대열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울분을 못 이겨 다수를 향해 던지는 돌팔매인 ‘방화’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아픈 현실입니다. 어렸을 때에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철저히 불장난 방지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들이 어른이 되어서 아이들처럼 불을 저질러서 가정을 파괴하고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모습은 다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초고속으로 달리는 기차에서는 바깥 풍경조차 음미할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초고속으로 달려오느라 놓치고 챙겨주지 못한 사람들이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발전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상처를 치료하는데 시간과 배려가 얼마나 많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우리는 가난이 지겹지만 조금 천천히 걸어오더라도 손을 잡고 있는 사람들을 뿌리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혼자 일등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왔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도 초등학교 운동회의 달리기에서 한 번도 3등 안에 들어본 적이 없어서 체육과목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운동회의 즐거움이 많았을 텐데도 1등 한번 못해 본 것만 기억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모든 운동회가 청백으로 나뉘어 이기고 지는 경쟁의 논리가 팽배한 운동회를 싫어합니다. 같이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발전을 위한 경쟁과 함께 사는 협동심과 나눔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굴 좋음이 몸 좋음만 못하고 몸 좋음이 마음 좋음만 못하다'고 한 사마천의 말을 떠올리며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교육, 감사하는 삶과 감동이 있는 삶의 모습을 찾아야 함을 깊이 생각합니다. 외모지상주의에 빠져서 몸치장에 드는 비용의 1/100도 책값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통계는 마음을 가꾸지 않고 살아가는 현대의 슬픈 모습을 비춰줍니다. 마음이 빈곤하여 좌절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배가 고프면 밥을 먹듯이 그렇게 책 속으로 돌아가서 자신을 키우는 힘을 찾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습니다.
발전이라는 낮 시간 속에 함몰된 채, 기다림과 성숙의 밤 시간조차 쉬지 못하고 달려온 탓에 생체리듬을 잊은 사람들은 자신이 달려가는 길을 점검할 생각도 그럴 시간도 잊기 마련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람은 '놀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일만이 최고이며 지위와 명예가 지상 목표인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은 숨이 막힙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웃을 줄 모르며 감동할 줄 모른다고 합니다. 더 심각한 일은 칭찬이나 감탄사를 아예 잊고 산다는 사실입니다.
밖에서 뭐라고 하던지 우리 교육계는 2006년을 '자성의 해'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 한 사람의 책임으로 몰기에는 교육의 책임이 크기 때문입니다. 일류대학 병에 든 교육, 교육과정은 바뀌었어도 인재를 보는 시각은 크게 바뀌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갈 길이 참 멀어 보이는 교육입니다. 교육은 오랜 기다림의 나무에 열리는 열매라고 전제할 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현상적인 문제는 결국 본질에 다가서는 원점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6년 설날 아침부터 연말까지 '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보다는 '복을 많이 지읍시다'라고 주체적이고 책임있는 덕담을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어버이와 자식들이, 직장에서 사회에서 넘쳐나서 자기 스스로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아름다운 한 해가 되기를 빕니다. 그저 받으려는 마음만으로는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바라는 무책임함이 풍기기 때문입니다.
독자 여러분! 환자에게 의사가 필요하듯, 힘들 때 일수록 자신에게 소리쳐 봅시다. '복을 많이 짓자고!' 세상이 의미있는 것은 내가 있기 때문이라고. 돌아오는 설날의 화두는 '복 많이 지읍시다'로.
덧붙이는 글 | 어려울 때일수록 밝음을 보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독자 여러분! 날마다 복을 지읍시다.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에세이> <한교닷컴>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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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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