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을 코앞에 둔 동백정과 춘장대해수욕장

등록 2006.01.24 08:49수정 2006.01.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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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육지를 등지고 찍은 서해

육지를 등지고 찍은 서해 ⓒ 김청구

지난 14일, 집에만 있기 힘들어 출가한 딸들의 가족과 함께 충남 서천군 서면의 춘장대해수욕장과 바로 그 곁(약 2km 정도)에 있는 동백정(冬柏亭)에 갔습니다. 동백정은 전국에서도 이름 있는 동백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 붙인 정자 이름입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춘장대나들목'(서천과 보령 사이에 있음)에서 서쪽방향으로 약 12km 진행하면 춘장대해수욕장에 도달합니다.

a 끝없이 넓고 시원한 서해 모습

끝없이 넓고 시원한 서해 모습 ⓒ 김청구

지난 가을에도 춘장대를 찾은 일이 있었으나 이번 한겨울에 찾아온 춘장대해수욕장은 가을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가을 바다보다 물이 한결 맑고 푸르며, 경사가 매우 느린 백사장을 향해 일렁이는 잔잔한 파도와 물거품을 보며 사람이 아무 기구도 없이 저 넓은 초원(실은 수면)을 다리가 시도록 뛰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 위를 스치는 잔잔한 바람이 깊은 폐부에 스며들어 간장까지 시원하게 쓸어내리는 듯하였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겠지만 서해안은 동해안에 비교하면, 바다로 향하는 경사가 매우 느립니다. 이 춘장대해수욕장은 밀물 때라도 사람이 백사장 끝에서 물을 향해 100m를 나아가도 위험하지 않을 것입니다. 썰물 때 이 백사장에 들어서면 마치 광활한 공설운동장에 들어선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달려보고도 싶고 외쳐보고 싶은 충동을 받습니다.

a 춘장대해수욕장 뒤의 울창한 송림

춘장대해수욕장 뒤의 울창한 송림 ⓒ 김청구

다른 해수욕장의 백사장들은 사람이 걸어도 발목이 모래밭에 푹푹 빠지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해수욕장은 썰물(간조) 때면, 넓고 긴 백사장(썰물 때, 약 폭200m, 길이 1km정도)이 자동차를 몰아도 바퀴가 모래에 박히지 않을 만큼, 운동장처럼 평평하고 단단합니다.


그렇다고 모래가 아닌 뻘(개흙)로 다져진 것도 아닙니다. 50cm 깊이를 파 보아도 모래만 나올 뿐이지요. 지난 가을 이곳에 찾아왔을 때는 경비행기 스포츠맨들이 백사장 위에서 달리고, 날고, 착지(着地)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넓고 긴 백사장에 엔진소리를 요란히 내며 달리다 맑고 푸른 해상을 나는 장난감 같은 비행기! 아마 다른 모든 백사장에서도 다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닐 것입니다.

a 멀리 보이는 숙박 및 유흥 시설

멀리 보이는 숙박 및 유흥 시설 ⓒ 김청구

백사장 동북쪽으로는 바닷바람을 쐬면서 잘 자란 왕소나무 숲이 수천 평 펼쳐져 있어 인상적이고, 해수욕 철이면 이 시원한 솔숲이 피서객들의 달구어진 심신을 식히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철이 아니어서, 해수욕을 즐길 수 없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우리는 동백정으로 향했습니다.

동백정은 다른 산과는 외따로 떨어진 작은 동산 위에 있습니다. 이 정자는 따뜻한 봄과 더운 여름철이면 인근 주민이나 관광객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더운 여름날 서해에서 부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면서 이 정자에 누우면 더위와 피로가 저절로 사라질 것 같은 느낌입니다. 산의 동쪽 기슭에는 2~3m씩 자란 해묵은 동백나무 숲이 푸르게 우거져 있고, 산의 북서쪽 기슭에는 춘장대해수욕장처럼 울창하게 자란 굵직한 왕소나무들이 보기에도 탐스럽습니다.

a 해수욕장에서 2km즘 떨어진 동백정

해수욕장에서 2km즘 떨어진 동백정 ⓒ 김청구

안내판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의 동백나무 숲은 조선시대부터 몇 백 년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1960년대에 와서 나라에서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169호)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아직 깊은 겨울이기 때문에 곱게 핀 꽃은 볼 수 없었으나 2월 하순이면 꽃을 피울, 상수리 만한 꽃망울들이 나무마다 다닥다닥 맺혀있고, 남쪽으로 벋은 가지에는 성급한 꽃잎이 꽃망울거죽을 비죽이 비집고 나서는 것도 간혹 보였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산에서 내려오다 보니 늙은 동백나무들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 나무가 드문 쪽 기슭에는 어린 동백나무 묘목을 심어 동백정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의 동백꽃이 활짝 피는 시기는 남해안보다 약 한 달 늦어 3월이라 합니다.

이곳이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 동백정에 올라서면 바다(비인만)에서 떠오르는 해돋이와 저녁때 서해로 빠지는 해지기를 모두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한 곳에서 해상해돋이, 해지기를 다 볼 수 있는 까닭은 '서면 마량리'(동백정 소재지)의 지형이 낚싯바늘을 거꾸로 든 것과 같은 형상인데, 동백정은 바로 그 낚싯바늘 같은 지형의 끝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사실은 동백정 아래 동쪽의 발전소 건물이 일출을 가리니, 발전소 동편으로 자리를 조금 옮겨야 해상해돋이를 볼 수 있고 일몰(日沒)은 동백정과 그 주변 어디서나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2월 중순쯤, 여기서 몇 백 m밖에 되지 않는 홍원항(어선 항구)에 가면 어선에서 갓 내린 주꾸미를 재료로 한 음식이 풍성한데, 그 중에서도 '주꾸미전골'이 가족끼리의 점심상으로는 가장 제격일 것입니다. 2월의 주꾸미전골을 먹다보면 밥풀 같은 알들이 가득 찬 알집을 씹게 되는데, 오돌오돌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서천의 봄철 특산품이지요. 2~3월의 가족 나들이 장소로 아주 좋습니다.

덧붙이는 글 | 타매체 송고 사실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타매체 송고 사실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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