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만든 고추장조태용
요즘은 밖에서 소꿉장난 하는 아이들 보기도 어렵지만 한겨울에 밖에서 흙을 만지며 노는 아이들 보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제가 자랄 때만 해도 햇빛 좋은 양지에 앉아서 동네 누나와 동생들과 앉아 깨진 사기그릇을 주었다가 소꿉장난을 많이 했습니다.
소꿉장난을 하다 보면 엄마도 되어보고 아빠도 되어보고 역할을 바꿔 가면서 연극을 하게 됩니다. 엄마는 흙과 풀을 뜯어다가 반찬을 만들고 가끔은 아기가 되어 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소꿉장난은 역할을 바꾸면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일종의 역할체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콧물을 흘리며 소꿉장난을 하는 아이들, 손에 흙이 묻어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제가 어렸을 때 모습과 동일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흙은 더럽고 멀리 해야 하는 것으로 배우는 것 같습니다. 손에 흙이 묻으면 얼른 손을 씻어야 한다고 가르치기도 합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만 가득한 도시에서 흙을 만진다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도시에서 건강한 흙을 찾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상처가 나면 흙을 바르기도 했습니다. 사실은 흙이야 말로 사람의 생명을 이어지는 가장 고마운 존재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