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이 점쳐지고 있지만 대졸예정자의 취업 시장은 여전히 '흐림'이다.김수원
대학 졸업 예정자 박지영(25·가명)씨는 지난 추석 때 악몽 같은 경험을 했다. 친척들에게 진로에 대한 질문 공세를 당했는데 박씨는 "노총각, 노처녀 보고 빨리 결혼해라는 얘기만큼이나 그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전했다.
취업 계획은 있냐, 애인은 있냐, 잘하는 게 뭐냐,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냐 등 박씨는 "마치 공개 청문회를 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박씨가 대학원에 진학할 거라고 적당히 둘러대자 그때 형부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단다.
"처제, 요즘 고학력들이 넘쳐 나서 나중에 취업이 힘들 수도 있는데, 눈을 좀 낮추고 취업부터하고 경력을 쌓는 게 낫지 않을까?"
해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등록금이며 고학력 실업자의 현실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박씨는 석사학위 따서 더 좋은 데 취업할 거라고 우길 수밖에 없었다. 그 주문처럼 박씨는 올해 같은 전공 계열의 일반대학원에 합격했다.
학업 연장이라기보다는 취업 유예 기간을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친척들을 만나면 대학원 학비 얘기가 나올까 걱정인 박씨는 "몸이 아파서 못 내려간다고 거짓말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이라 속이고...
설 전에 취업한 이광준(27·가명)씨는 명함이라도 돌릴 수 있어 그마나 사정이 나은 편이다.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 때문에 이씨는 취업을 서둘러야 했다.
다행히 방학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전자상가에 비정규직으로 일자리를 구했지만 친척들에게는 그냥 정규직이라고 얘기할 생각이다. 이씨는 "전공이 사회과학 쪽이고 장손이라 비정규직이라고 하면 실망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